[리뷰] ‘간신’, 노출을 위한 노출이 아니다

입력 2015-05-16 13:50  


[bnt뉴스 박슬기 기자] 연산군 11년, 희대의 폭군과 희대의 간신이 만났다. 두 사람의 만남은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시켰고, 그 끝에 조선 팔도는 파국으로 치닫았다.

영화 ‘간신’(감독 민규동)은 조선 최악의 폭군 연산군(김강우)을 마음대로 쥐락펴락했던 희대의 간신 임숭재(주지훈)와 조선 팔도의 1만 미녀를 강제 징집했던 사건인 ‘채홍’을 다뤘다.

그간 많은 작품들에서 연산군에 대한 이야기는 숱하게 다뤄졌다. 하지만 ‘간신’은 조금 더 색다른 시선으로 연산군을 바라보았다. 바로 연산군의 최측근인 간신 임숭재의 시선으로 새롭게 재조명한 것.

영화는 초반 연산군의 어머니 윤 씨의 복위 문제로 일어난 사건 ‘갑자사화’로 시작된다. 민규동 감독은 이 사건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사극 영화에서는 쉽게 쓰이지 않는 슬로우 모션과 판소리 내레이션을 넣어 당시 사건을 잔혹하고도 분명하게 전달한다.

이로 인해 ‘폭군’이 될 수밖에 없었던, 여자에게 강한 집착을 보일 수밖에 없었던 연산군을 자연스레 설명해준다. 하지만 ‘간신’에서는 연산군을 단순한 ‘폭군’이 아닌 타고난 ‘예술가’로 표현했다. 이를 연기한 김강우는 앞서 제작보고회에서 “트라우마가 있는 폭군을 넘어서 새롭게 표현하고 싶었다”며 “감독님 역시 예술적인 모습을 많이 부각시켜줘서 새로운 모습의 광기에 집중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왕 위에 오른 광기 어린 연산군은 임숭재와 그의 아버지 임사홍을 채홍사로 임명해 조선 팔도 각지의 미녀를 색출해 궁으로 들인다. 당시 사대부가의 여식, 부녀자, 천민 등 계급을 막론하고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미녀들이 궁으로 징발됐다는 점에서 ‘채홍’은 연산군이 가진 권력의 전횡을 가장 극렬하게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하다.

하지만 ‘채홍’이라는 사건을 통해 신하 임숭재는 본격적으로 왕을 군림하려고 나선다. 겉보기에는 더 없이 좋은 ‘충신’이지만 뒤에서는 악인의 모습이 따로 없는 ‘간신’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 그런만큼 임숭재를 연기한 주지훈은 감정의 표현보다는 절제하고 또 절제하는 감정 연기를 선보였다. 또한 자신의 삶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단희(임지연)로 인해 그려지는 로맨스는 또 다른 애잔한 감정을 선사하기도 한다.


이후 1만 미녀들의 왕에게 간택받기 위해 거치는 혹독한 수련 과정은 영화 속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연산군의 ‘흥청’이 되기 위해 뽑힌 운평들이 다양한 체위를 교육받고, 또 단전 강화를 수련하며 조선 최고의 색(色)이 위한 그들의 과정은 눈물겨워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들의 노출은 극의 감정을 더욱 극대화시키며, 당시 조선시대 분위기를 잘 반영한다.

특히 임지연과 이유영의 동성애 베드신 연기가 눈길을 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단순히 ‘노출’을 위한 ‘노출’이 아닌 목표를 위한 복수와 욕심의 표현 수단인 것. 분명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만큼 치열하면서도 슬픈 감정을 선사하는 두 여배우의 베드신 연기는 강렬한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영화는 러닝타임 131분 동안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화려한 세트와 영상미는 물론이거니와 군무, 판소리, 검무 탈춤 등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극 내레이션의 역할을 하는 판소리는 타 작품과는 다른 신선함을 안겨주며, 민규동 감독의 세세한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편 ‘간신’은 이달 21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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