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미쉐린, "모터스포츠는 우리 DNA의 일부"

입력 2015-05-18 08:50   수정 2015-05-18 08:55


 지난 16-17일 전남 영암 F1 서킷에서 아시아 스피드 페스티벌(이하 AFOS)이 열렸다. AFOS는 세계 20개국 드라이버들과 70 여대의 슈퍼카를 비롯해 총 120여 대의 경주차와 1,500명에 달하는 드라이버 및 관계자가 참여하는 대규모 국제 레이싱 페스티벌이다.
 
 이번 대회 경주차에 쓰인 타이어는 1,200여개 이상, 모두 미쉐린이 단독으로 공급했다. 24시 르망레이스와 월드랠리챔피언십, 아우디 R8 LMS컵 등 미쉐린은 국제모터스포츠 참가 경력만 120년이 넘는다. 미쉐린에게 모터스포츠는 어떤 의미일까? 모터스포츠 아시아 태평양 디렉터 패트릭 디아즈를 영암 서킷에서 만나봤다.






 -아시아 모터스포츠 타이어 시장 규모가 유럽이나 북미와 비교해 어느 정도인가
 "아시아 모터스포츠 타이어 규모는 유럽의 20% 정도 수준이다. 전체 모터스포츠 타이어 시장도 미쉐린과 비슷할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유럽은 모터스포츠 시장이 성숙되고 안정돼 있는 반면 아시아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여러 모터스포츠에 참가하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경기를 꼽는다면 
 "모터스포츠에 대한 열정은 모든 경기에서 동일하다. 다만, 르망 24시의 경기방식이 미쉐린 제품과 가치를 잘 반영한다. 르망24시에서 요구하는 타이어는 빠르고 뛰어난 내구성을 발휘하면서도 성능이 지속돼야 한다. 즉 어느 특정 성능을 희생할 수 없고, 모든 주요 성능이 최상으로 발휘해야 하는데 이것이 미쉐린이 추구하는 토탈퍼포먼스다. 지난해부터 미쉐린은 르망 24시 대회에서 최소한의 연료와 타이어를 사용해 우승한 드라이버에게 100만 유로를 제공해 대학교 연구비로 기부하는 챌린지를 시행하고 있다.

 -모터스포츠 참여가 실제 타이어 판매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가
 "모터스포츠는 제품의 성능을 극한의 조건에서 테스트할 수 있는 실험장이다. 이를 통해 축적한 혁신기술의 약 15% 정도가 신제품에 적용된다. 혹독한 조건에서 테스트된 제품은 실생활에 사용되는 타이어 개발에 옮겨지고, 더 좋은 품질의 타이어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모터스포츠 그 자체의 마케팅적 효과를 들 수 있다"






 -모터스포츠 타이어는 노면상태에 따라서 다른 타입을 사용한다. 그러나 2012/13 르망 24 경기는 단일 타입으로 승리했다. 배경기술은 무엇인가
 "모터스포츠는 효율성이 중요하다. 타이어는 젖거나 마른 노면에 따라서도 타입이 달라지지만 노면온도가 30도 혹은 40도 혹은 50도인가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레이싱 경쟁체계에서는 날씨나 노면상태와 효율성을 고려해 여러 타입의 타이어를 선택한다. 르망 경기는 컨디션에 따라 웻(wet) 과 드라이(dry) 타입의 타이어를 사용한다. 하지만 포뮬러 E 경기는 그린 모터스포츠이기 때문에 노면이나 날씨 조건과 관계없이 주말경기 동안 1대의 경주차에 1세트의 타이어만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가 단일공급사여서 타이어 관련 규정을 함께 논의 할 수 있었고, 타이어 제한 규정을 만들게 됐다"

 -미쉐린은 2008년 타이어 단일 공급규정에 불만을 가지고 F1 참가를 거부했고, 지금도 다자간 경쟁구도를 주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포뮬러 E와 이번 AFOS에는 독점공급을 하고 있다  
 "F1과 모토GP에 참여를 하지 않았던 이유는 타이어 다자간 경쟁 환경에서 타이어 기술발전을 이룰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고, 그 믿음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다자간 공급체계만 고집한다면 모터스포츠 참여가 어렵게 되고, 그렇다면 우리의 기술 발전에도 제약이 생기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타이어 혁신기술의 연구와 테스트에 도움이 된다면 단일 타이어 공급 대회에도 참여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즉, 다자간 공급의 경쟁체계로 기술발전을 이룰 수 없다면 스스로 도전과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해 기술을 발전시키겠다는 입장으로 전환한 것이다"
 





 -F1 복귀를 위해 FIA 에 요청하는 바는 무엇인가
 "아직까지 F1 복귀를 공식 요청할 단계는 아니지만 최근 출시되는 고성능 차는 18인치 이상의 타이어를 장착하고 있다. 하지만 F1은 아직까지 13인치 타이어를 사용하고 있다. F1이 13인치 타이어를 고집한다면 모터스포츠 타이어의 기술은 발전할 수 없고, 일반 도로용 타이어에 옮길 만한 혁신기술을 연구하거나 개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 포뮬러 E와 같이 18인치 타이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F1에 복귀할 수 있다." 

 -현대 모터스포츠팀이 WRC 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미쉐린이 어떠한 기술적 지원을 하는지
 "WRC는 트랙이 아닌 일반 도로와 오프로드를 모두 달린다. 경주차 또한 일반 양산차와 흡사하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WRC용 타이어 기술개발에 적극적이다. 혁신기술을 적용한 타이어 공급의 역할뿐 아니라 다양한 조건과 환경에 따라 적합한 타이어를 각 참가팀이 효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기술적 조언을 하고 있다."
 
 -미쉐린은 포르쉐 등 완성차 브랜드와 공동파트너로서 타이어 관련 기술을 함께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로운 차가 개발될 때 얼마나 깊이, 어느 단계부터 참여하게 되나
 "포르쉐와는 개발 초기단계부터 공동으로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계획하는 단계부터 함께 논의하고 프로토타입 개발에도 함께 참여한다"
 
 -한국은 모터스포츠 인기가 높지 않는데 다른 아시아 국가의 환경은 어떤가? 한국 모터스포츠 관계자에게 조언을 한다면
 "모터스포츠가 활성화 되지 않는 것은 한국뿐 아니라 다른 아시아 국가도 비슷하다. 정확한 이유에 대해선 언급하기 힘들지만 트랙에서 열리는 경기는 차에 관심이 많고 운전을 즐기는 사람들 혹은 전문가들이 주로 관람을 한다. 아무래도 모터스포츠 경기를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 열리는 아우디 컵도 경기도 '푸시 투 버튼'과 같은 다양한 기술이 있지만 일반 관람객은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 또 접근성의 문제일 것이다. 포뮬러 E는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이 모이는 도심에서 경기를 펼치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다. 이처럼 '가족과 함께보는 쇼' 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면 모터스포츠 산업이 더욱 활성화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120년 모터스포츠 역사가 있는데, 미쉐린이 모터스포츠를 고집하는 이유와 미쉐린만의 철학은
 "모터스포츠과 미쉐린은 역사 초기부터 불가분의 관계다. 모터스포츠라는 혹독한 환경에서 경쟁을 통한 타이어 기술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미쉐린에게 모터스포츠 경기는 경쟁을 통한 기술 연구의 출발이고, 혁신기술의 결과물을 테스트하는 거대한 실험실이다. 모터스포츠는 미쉐린의 DNA의 일부분이다"
 
영암(전남)=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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