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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t뉴스 박슬기 기자/ 사진 김치윤 기자] 배우 김강우의 연산군은 조금 색다르다. 시와 그림을 사랑한 예술가이자 채워지지 않는 허한 마음을 쾌락으로 푸는 한 없이 여린 왕. 이 모습이 바로 김강우가 표현한 연산군이다.
최근 영화 ‘간신’(감독 민규동) 개봉을 앞두고 한경닷컴 bnt뉴스와 만난 김강우는 “사극을 처음 했는데, ‘사극을 한다면 뻔한 왕보다 좀 더 새로운 왕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데뷔 이래 첫 사극이자 가장 파격적인 역할 연산군을 맡은 김강우는 캐릭터 준비를 위해 가족들과 약 일주일을 떨어져 지냈다. 지극히 평범하지 않고, 사연 많은 왕인만큼 김강우는 더욱더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단다.
“보통 캐릭터 준비하듯이 하면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저렴한 레지던스에서 일주일간 지냈죠. 저를 한 번 가둬보는 거죠. 궁지로도 몰아보고요. 이미지가 도저히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나중에는 미국의 연쇄살인마들, 히틀러 동영상까지 봤었는데, 아무래도 외국사람이니까 이질감이 있더라고요. 결국에는 동물에서 이미지를 떠올렸죠. 이빨을 드러내고 있는 표범, 늑대. 사슴 목을 물고 있는 사자. 또 밝은 모습에서는 우리 아기들을 보고 떠올렸고요. 그래서 결론은 사실 그 시대 사람이 아직까지 살고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요. 결국 내가 밀고 가면 되는 거였죠. 그 다음부터는 이미지가 일사천리로 잡히고, 또 조율이 되기 시작했어요.”
눈가의 빨간 점부터 광기어린 표정, 종잡을 수 없는 행동들까지 김강우의 오랜 연구 끝에 나온 모습이었다. 극 중 연산군은 극과 극의 감정을 오가며 체력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소모가 아주 심했을 터.
“현장에서 이야기를 거의 안 했어요. 이야기를 하면 힘이 빠지니까. 그래서 촬영 들어가기 전에 감독님과 이야기를 아주 많이 했죠. 정말 진하게 연애를 했던 것 같아요. 감독님이 술을 안 드셔서 같이 따로 이야기할 기회가 없어서, 혼자 술 먹고 문자하기도 했죠. 하하. 그런 과정들이 재밌었던 것 같아요. (웃음)”
“준비과정부터 촬영에 돌입하기까지 많이 힘들었겠다”라고 말을 꺼내자 그는 “부담감이 엄청 컸죠. 내 연기로 인해서 연산군이 미화가 될 수도 있고, 왜곡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책에서도 연산군은 여러 모습으로 나오는데 그 모습을 절충을 했죠. 좀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많이 보여주지 못한 것 같네요”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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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군은 생모이자 폐비 윤씨의 죽음으로 인해 갑자사화를 일으키고, 이후 여색과 예술에 빠져 향락만을 일삼는다. 이렇듯 연산군은 어머니에 대한 트라우마로 폭군이 됐다는 것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사실. 하지만 연산군을 연기한 김강우는 다소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연산군의 그 당시 행동들을 보면 ‘그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었느냐’라는 의문이 들더라고요. 어머니에 대한 이유를 떠나서 그렇게까지 안 했어도 권력을 가지고 행할 수 있는 행동들, 재미들을 다 했을 텐데 말이죠. 전 연산군이 정신적 결함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그런 결함을 말하는 거죠. 붉은 점도 태생적인 콤플렉스라고 생각했고, 그런 것들이 표현돼야 연산군의 행위들이 이해가 가는 것 같아서 좀 다른 방향으로 생각을 해보았죠.”
연산군의 포악한 점을 부각하다보니 영화의 수위가 다수 높고, 강렬했다. 이에 김강우는 “영화 보고 어땠느냐”고 물어보며 걱정을 내비쳤다.
“걱정이 되는 게 많은 분들이 연산군이 하는 행위가 다 과잉된 허구라고 생각하실까봐 그게 걱정이예요. 사실 영화 속 나오는 행위들이 사진자료와 책들에서 기초한 거거든요. 대부분 다 있는 사실에다가 상상을 조금 더 가미한 것도 있고, 오히려 덜 한 것도 많거든요. 당시 현실에서는 정말 잔인한 게 많았는데, 수위가 너무 세서 뺀 것도 있죠. 또 사실 훨씬 센 장면도 많은데 편집된 부분도 있고요. 역사적 사실을 알려주고 싶은 거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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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인물을 다루고, 또 수위가 높다는 입소문이 퍼져서 그런지 ‘간신’은 벌써 실시간 예매율 1위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김강우는 “요즘 영화들이 워낙 많잖아요. 영화는 개봉하고가 중요한 것 같아요. 19금이라서…”라고 말했다.
이번 영화에서는 여배우들의 노출뿐만 아니라 김강우의 파격적인 노출신도 있다. 김강우의 말을 듣자니 촬영 당시 본인의 노출 수위를 몰랐다고.
“워낙 민규동 감독님이 말씀을 잘 안 해주셔서. 하하. 시나리오에는 ‘왕이 나체로 하늘을 보고 누워있고, 햇빛을 쬐고 있다’ 였어요. 그 표현이 어느 정도까지 갈 것인지에 대해 감이 안와서 물어보니 ‘누워 있는데 햇빛이 비치니까. 빛이 선명하지 않을 수도 있고’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더라고요. 하하. 더구나 그 노출신이 제 첫 촬영이었죠. 하지만 처음부터 강렬하게 나가서 그다음부터 연기하기가 조금은 수월했던 것 같아요.”
김강우는 노출뿐만 아니라 돼지 수십 마리와 함께 촬영을 하면서 갖은 고생을 했다. “영상으로 보기도 힘들던데, 직접 연기하기는 더 힘들었겠다”라고 말을 꺼내자 “정말 밤새 찍었어요. 돼지도 힘들고, 저도 힘들더라고요. 돼지가 게으르다보니까 자꾸 눕더라고요. 바닥에는 피범벅이고, 그걸 또 핥아 먹고 똥, 오줌을 싸고 넘어지고. 저도 그 안에서 같이 뒹굴고. 모든 촬영 시간을 돼지한테 할애했죠. 돼지들의 컨디션에 맞춰서 촬영했죠. 하하”라며 힘든 당시를 떠올렸다.
이처럼 김강우는 극한의 체력을 요하는 신들 뿐만 아니라 극으로 치닫는 감정연기까지. 여러모로 이번 영화는 힘든 작업이었다. 이에 “그간의 작품과는 좀 다른 캐릭터였는데, 만족하느냐”고 묻자 “완벽하게 만족은 못하죠. 영화보고 많은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좀 더 입체적으로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이랄까. 당분간 왕은 못하겠죠? 다음에 스핀오프 버전으로…하하”라며 장난스레 말했다.
그러면서 김강우는 ‘간신’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관객들에게 관전 포인트를 추천했다. “역사적으로 있었던 사실을 바탕으로 보여드린다는 것을 말씀 드리고 싶어요. 또 인간의 욕망에 대한 것. 인간의 욕망의 끝은 어디인가라는 생각을 해보면서 지금 현 시대와 비교해보면 좋지 않을까요? 권모술수와 욕구, 그런 점들은 여전히 현 시대에서도 해당되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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