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라임어택 “지극히 개인적인 ‘NBA’, 쉽지 않던 앨범”

입력 2015-05-26 08:20  


[bnt뉴스 김예나 기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티스트였던 적이 없었다.

최근 6년 만에 솔로 두 번째 정규 앨범 ‘NBA’를 발표한 래퍼 라임어택(RHYME-A-)이 한경닷컴 bnt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이번 앨범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고 말문을 연 라임어택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정말 생각을 많이 한 앨범이다”고 소개했다.

라임어택에 의한 ‘NBA’

이번 앨범은 1번 트랙 ‘본어게인(Born Again)’을 시작으로 선공개 싱글컷 ‘소포모어(Sophomore)’ ‘백그라운드뮤직(Background Music)’ 그리고 마지막 트랙 ‘리얼라이즈/에필로그(Realize/Epilogue)’ 등 총 14곡의 트랙이 수록됐다. 라임어택은 ‘NBA’의 최초 콘셉트 기획부터 앨범 프로듀싱까지 모두 직접하며 오롯한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내기에 힘썼다.

“평소 프로듀싱에 관여를 많이 하는 편이긴 했지만 앨범 제작을 직접 한 건 처음이에요. 아무래도 완전한 제 이야기다 보니 제가 생각하는 바를 완벽하게 구현하고 싶었고, 제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무조건 제가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라임어택은 지난 작업 기간을 회상하며 “상당 부분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이제껏 문제없이 잘 해왔던 부분들까지 힘들었다. 특히 녹음 할 때 오래 걸렸다. 한 곡을 몇 번씩이고 재녹음하기도 했다. 그동안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 같은 작업이 어렵게 느껴지더라”고 덧붙여 말했다.

잠시 숨을 고르고, ‘NBA’의 처음 구상 단계로 거슬러 올라갔다. 라임어택은 지금으로부터 2년 전 “아티스트적 재능을 갖고 태어났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것들”을 콘셉트로 ‘NBA’를 기획했다. 이에 대해 그는 “본래 ‘NBA’의 의미는 ‘네츄럴 본 아티스트(Natural Born Artist)’였다. 아티스트로 태어났기 때문에 배우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것들을 주제로 담아냈다. 당시 제 주변 상황과 우울한 감성 등을 토대로 삼다 보니 색깔은 보라색이나 짙은 파란색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20130802, 그 날의 기억

그 과정에서 ‘NBA’의 의미가 바뀌는 일생일대의 날을 맞게 된다. 바로 ‘NBA’ 13번 트랙 ‘20130802’에도 담겨있는 미국의 래퍼 나스(Nas)를 만난 순간이다. 그는 “그날만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 그 순간의 하나하나를 모두 기억하고 있다”고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보고 싶던 나스가 제 눈앞에서 공연을 하는데 기쁘면서도 슬픈 감정이 드는 거예요. 그렇게 아이러니할 수가 없어요. 제가 그 사람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 당연하고 현실적인 건데 그 사실을 받아들이려니 너무 슬프더라고요. 나중에 녹음이 다 끝난 후에는 제가 찌질 하다고 생각했지만요.(웃음)”

이날을 계기로 그는 스스로의 음악적 “부족함”을 느끼게 됐다. 이후 애초부터 아티스트가 아니었다는 의미의 ‘NBA’로 앨범을 전면 수정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지금껏 그가 “착각 했던 것”임을 말이다. 그의 대답을 듣고 잠시 말을 잇지 못하자 라임어택은 하하 웃더니 음악적 “욕심”을 언급했다. 

“제가 말하는 욕심은 ‘최고’라는 타이틀이에요. 이미 국내 힙합은 미디어의 힘으로 인해 상당히 대중화가 돼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존재하고 있잖아요. 언제부턴가 제가 더 이상 주인공이 아니어도 된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전 다른 일 하면서 음악을 그저 즐기기만 해도 충분할 것 같아요.”

문득 점입가경(漸入佳境)이라 여겨졌다. “팬들이 들으면 속상할 것 같지 않느냐”고 조심스레 묻자 그에게서 “가끔 제게 ‘존경 한다’는 팬들이 있다. 저는 ‘아버지를 존경하라’고 말 한다”며 “죽을 때까지 음악을 할 생각도 없다. 어느 날 갑자기 재미가 없어지면 또 다른 재미거리를 찾을 거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음악을) 잘 하는 사람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저보다 잘 해서 ‘넘사벽’이 느껴지는 사람들과 전혀 싸우고 싶은 생각 없어요. 저는 이제 나이도 먹었고, 더 이상 무대 위에서 멋있는 순간이 오지 않을 거란 것을 알아요. 그때도 제가 욕심 때문에 무대에 서는 건 멋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런 상황이 온다면 차라리 음악을 관두고 다른 일을 하는 것이 더 멋지지 않나 생각해요.”

사명감 혹은 책임 의식

그의 의중이 점점 더 궁금해져 최근 설립한 1인 독립 레이블을 언급하며 “후배 뮤지션을 키울 계획이 있느냐”고 묻자 라임어택은 “아주 좋은 질문이다”며 또 한 번 크게 웃었다. 그러더니 “후배 양성 혹은 힙합 문화를 알리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사명감이나 책임 의식 따위는 없어요. 물론 제가 힙합 음악을 정말 사랑했고 국내 힙합 씬에서 10년 넘게 활동한 건 맞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자리를 계속 지켜야 하거나 누군가를 키워내야 하는 의무감은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저 조용히 제 음악을 하고 싶어요. 솔직히 누군가를 키울 능력도 없어요. 저 하나 건사하기도 힘들어요.(웃음)”

하지만 라임어택은 7번 트랙 ‘포텐셜(Potential)’ 피처링으로 참여한 어뮤즈더래빗(Amuse the Rabbit)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1년 반 정도 가르친 학생이다”는 소개 정도로 라임어택은 말을 아끼면서도 “이번 곡 참여로 공식 데뷔한 셈이다. 제가 멘토링을 하면서 처음으로 큰 만족감을 준 친구다. 저를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순간이 있었다. 그 정도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NBA’, 지극히 개인적인 

마지막으로 ‘NBA’가 대중에게 어떤 의미였으면 좋을는지 라임어택에게 물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는 “이 앨범을 관통하는 핵심은 지극히 개인적이다. 한 사람의 개인사를 엿보는 재미를 느껴보길 바란다. 그간 제게 궁금했던 점이나 근황 혹은 제 생각의 변화에 주안점을 두고 들어본다면 더 재미있을 것이다. 부담 없이 들어 달라”고 전했다.

“어떤 평가가 나오든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거예요. 제작 기간 동안 너무 생각을 많이 했기 때문에 솔직히 ‘NBA’에 대해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웃음) 이렇게 앨범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나니까 정말 후련한 것 같아요. 이야기가 정말 많이 하고 싶었어요. 어떻게 만들어졌고, 제가 힘들 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 말이에요. 누군가 제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하는 생각이 분명 있었던 것 같아요. 다음 앨범은 날이 한 번 더워졌다가 선선해지면 부담 없이 발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 중입니다.”(사진제공: EtchForte for kick&snap, 사진출처: 라임어택 ‘NBA’ 앨범 재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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