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가수 장혜진, 보통 그 이상의 소중함

입력 2015-05-28 08:18  


[bnt뉴스 김예나 기자] 이 세상 가장 고귀한 한 가지를 꼽자면 바로 모성애(母性愛)가 아닐까.

강렬한 카리스마를 예상했건만 이보다 온화할 수는 없다. 소녀 같은 미소와 여린 감성이 한 시간 여의 인터뷰 내내 감돌았다. “소녀 같다”고 말하니 호호 웃으며 “제가 아직 세상물정 모른다”고 답한다. 분명 달랐다. 무대 위 뮤지션 장혜진과는 말이다.

최근 신곡 ‘나의 태양’을 발매하고 한경닷컴 bnt뉴스와 만난 가수 장혜진은 딸을 향한 사랑으로 가득 찬 어머니였다.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고 그의 인생 최고의 선물인 딸에게 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나의 태양’에 대해 장혜진은 “이 세상 모든 어머니들이 자식에게 전하고픈 보통의 이야기, 생각들을 담은 노래”라 소개했다.

“처음 곡을 받자마자 ‘이거다’ 싶었어요. 잔잔하게 흘러가는 곡 분위기와 딸을 향한 제 마음이 담긴 가사가 정말 잘 어우러졌더라고요. ‘나의 태양’ 가사처럼 제 딸이 어디서나 많은 사랑을 받고 항상 웃는 아이었으면 좋겠어요. 또 늘 친절하고 다른 사람들의 아픔 역시 포용할 줄 아는 아이로 자라기를 바라요.”

◆ “엄마 장혜진? 친구 같은 존재”

애틋함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목소리에 촉촉함이 묻어나면서. “엄마 장혜진은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에 “친구 같은 엄마다”고 답했다. 어느새 훌쩍 커버린 딸의 모습에 “마냥 어린 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제 품에서 떠날 때가 온 건가 싶다”며 마음의 준비를 한다는 장혜진의 표정이 어딘지 아련하다.

“저는 딸에게 무엇이든 간에 강요하거나 주입하지 않았어요. 스스로 느끼고 깨닫도록 도와줬죠. 자신이 선택한 길에 설령 후회하더라도 그건 본인의 몫이잖아요.(웃음) 얼마 전에 딸에게서 ‘항상 엄마가 지켜봐줘서 고맙다’는 내용의 손편지를 받았어요. ‘이제 진짜 다 컸구나’ 싶었죠. 정말 고맙고 기특했어요. 곧 딸이 사회인이 돼서 제 품을 떠날 거란 생각을 하며 마음의 준비를 해요.”

장혜진은 신곡 ‘나의 태양’ 라이브 무대를 최근 개최한 소극장 콘서트 무대에서 처음 선보였다. 딸을 위한 서프라이즈 선물로 준비한 ‘나의 태양’을 들은 딸에게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들었다며 자랑스레 말하는 장혜진. 사실 이날 무대에는 특별한 일화가 담겨 있었다.

“사실 이날 운동선수인 딸이 시합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공연에 오지 못한다고 해서 정말 안타까웠어요. 그런데 노래가 끝나고 딸이 저를 부르며 무대에 깜짝 등장한 거예요. 정말 놀라서 무대 위에서 울었어요. 그랬더니 딸도 고맙다며 함께 울더라고요. 정말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에요.”

◆ “딸, 기적 그 이상의 고마움”

그에게 딸의 존재는 “기적적으로 다시 살아준 고마운 아이”였다. 장혜진은 “그 눈빛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며 절박했던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생후 50일쯤 접종 차 병원에 다녀온 후 딸이 감기에 걸렸어요. 그 감기가 급성 폐렴이 됐고, 결국 20일 정도 중환자실에 있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어요. 사실 저를 제외한 다른 가족들에은 마음의 준비까지 했더라고요. 그 정도로 딸의 상태가 위독했어요. 하루에도 몇 번씩 숨을 못 쉬는 딸에게 심폐소생술을 했죠. 그 순간 딸의 눈빛이 아직도 기억나요. 그 눈빛이 너무나도 또랑또랑했어요. 저를 바라보며 ‘엄마, 살려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죠. 그 때의 눈빛이 지금도 잊혀 지지 않아요.”

흐르는 눈물에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던 장혜진은 “지금은 그 누구보다 건강하다”고 딸의 근황을 전했다. 이어 그는 “저는 딸이 무조건 건강하기를 바랐다. 다른 건 아무것도 필요 없었다. 그저 건강이 최우선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기적 이상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큰 요동은 없었고, 온화함은 이어졌다. 무대 위 장혜진이 보여주는 깊은 감성의 근원, 바로 어머니라는 이름에서 오는 힘은 아닐까 대화 내내 생각했다.

“엄마일 때는 철저히 엄마에요. 무대 위에서는 완전한 가수고요. 사실 제가 여러 가지를 한 번에 잘 못해요. 무엇이든 그 순간에 집중하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각각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것 같아요.”

◆ “음악적 도전, 대중의 반응 궁금해”

분명하고 확고한 말투. 새삼 뮤지션의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뮤지션 장혜진은 어떤 사람인가”는 질문에 그로부터 “그동안 발라드만 해왔지만 저는 사실 새로운 음악들을 좋아한다. 어떤 신곡들이 나왔는지 찾아 듣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몇 년 전부터 힙합이나 인디 뮤지션들의 음악에 끌렸어요. 그들의 스타일, 보이스 색깔, 소울이 좋아서 저 역시 그들의 음악을 하고 싶어졌어요. 하지만 회사에서는 기존 제가 하던 발라드 장르를 하는 편이 좋다고 여겼죠. 오랜 기간 회사와의 상의 끝에 싱글 프로젝트 앨범을 진행하게 됐고 이번 가을 쯤 정규 앨범을 발표하면서 마무리 지으려고 계획 중이에요.”

데뷔 후 발라드 가수로서 큰 사랑을 받아오던 장혜진은 최근 힙합을 기반으로 한 흑인 음악(블랙 뮤직)에 도전장을 냈다.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다. 대중의 반응 역시 마찬가지. 그는 “제가 열심히 하고 진정성 있게 다가가면 대중도 알아주실 거라 생각했다. 제 변화된 모습들을 어떻게 봐줄지 정말 궁금했다”고 담담하게 털어놨다.

그 반응은 1월 발표한 싱글 ‘오래된 사진’과 ‘오디너리(Ordinary)’ 프로젝트 첫 번째 싱글 ‘#BBD(Beautiful Bad Day)’의 대중적 관심이 말해줬다. 흑인 음악 전문 에이전시 스톤쉽의 대표 석찬우의 진두지휘 아래 진행된 두 앨범에는 힙합 레이블 VMC(비스메이져) 프로듀서 TK, 래퍼 딥플로우, 버벌진트 등이 참여했다.

“처음 ‘오래된 사진’을 발표했을 때 ‘새롭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목소리 깡패’ ‘감성 깡패’ ‘목소리의 시간이 거꾸로 간다’라는 이야기도 들었어요.(웃음) 대체적으로 ‘신선하다’는 평이 많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해요.”

◆ “스테디셀러 같은 뮤지션 장혜진”

협업 역시 그에게는 또 다른 도전이었다. 그 배경에는 힙합 씬의 크루가 존재했다. 장혜진은 “제가 어렸을 때 크루 문화가 활성화 됐다면 얼마나 재밌게 음악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좋은 분들을 만나서 함께 작업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기 때문에 전 행운아라고 생각 한다”고 이야기했다.

“늦었지만 이런 게 사회생활이라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됐어요. 사람답게 사는 걸 알게 된 거죠. 지금까지는 새장 속의 새처럼 세상 물정 하나 모르고 살았거든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어울리는 재미를 찾았어요.”

한 마디로 “소통”이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고가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인간관계, 더불어 서로의 느낌이 통한다는 것. 이점은 앞으로 장혜진이 보여줄 뮤지션으로서의 행보에 가장 중요한 요소리라.

“제가 60살, 70살이 되도 서있을 수 있는 힘만 있다면 무대에 서고 싶어요. 오랜 시간 대중과 함께 소통하며 꾸준하게 무대에서 노래할 수 있는 스테디셀러 같은 뮤지션 장혜진으로 불리고 싶습니다.”(사진제공: 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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