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gbntnews.hankyung.com/bntdata/images/photo/201505/3723f5f67d79b88ad4142bc529e1b598.jpg)
[bnt뉴스 박슬기 기자/ 사진 김치윤 기자] “칸 영화제는 저에 대한 가능성을 항상 열어두고 있어요. 또 다른 가능성을 봐주시는 거죠. 그래서 나라는 배우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아요.”
칸 국제영화제만 벌써 네 번째다. 배우 전도연은 ‘밀양’과 ‘하녀’ 그리고 심사위원에 이어 ‘무뢰한’으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그럼에도 그는 아직까지 부담되고, 떨린다며 따끈따끈한 칸 영화제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최근 영화 ‘무뢰한’(감독 오승욱) 개봉을 앞두고 한경닷컴 bnt뉴스와 만난 전도연은 “칸에 있는 동안 정말 여러 번 마음을 졸였어요”라며 말문을 열었다.
“예전에 칸에서 ‘올드보이’나 ‘밀양’이 영화 종영과 동시에 외신 기자들이 7분 동안 기립박수를 쳤었어요. 그래서 우리 ‘무뢰한’팀도 그런 걸 조금은 기대를 했죠. 그런데 스크리닝이 끝나자마자 외신 기자 분들이 서둘러서 나가시는 거예요. 정말 당황했었죠. 알고 보니까 다른 스크리닝 때문에 빨리 다른 곳으로 이동했어야 됐다고 하더라고요. 이틀 동안 정말 칸이 저희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했었죠. 하하”
그도 그럴 것이 이번이 네 번째 칸 방문인만큼 전도연은 호응을 조금은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비경쟁부문은 처음이었기에 적지 않은 당황을 했던 것.
“저도 주목할 만한 시선 섹션은 처음이라서 잘 몰랐어요. 장소도, 진행되는 상황도 모두 달라서 당황을 했었죠. 그래도 영화가 끝나고 외신 리뷰들이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감독님도, 남길 씨도 기분 좋게 일정을 소화하고 돌아온 것 같아요. (웃음)”
“매번 칸에 갈 때마다 칸 위원장이 직접 맞아준다고 하던데”라고 말을 꺼내자 전도연은 “전 항상 그랬기 때문에 당연한 건줄 알았어요. 그런데 원래 ‘주목할 만한 시선’ 부분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우리 영화에 대한 예외적인 맞이였죠. 뒤늦게 알고서는 ‘고맙다는 말 더하고 올 걸’ 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라고 답했다.
‘무뢰한’에서 전도연은 텐프로 출신의 변두리 단란주점 마담 김혜경으로 분했다. 사랑이라 믿었던 박준길(박성웅)이 살인을 저지른 후 도주하지만 끊임없이 기다리고, 예고 없이 찾아온 정재곤(김남길)에 흔들리며 뒤편에 숨겨져 있던 순수한 감정이 조금씩 표출한다. 이처럼 전도연은 희노애락이라는 감정으로는 표현하기 힘든 복합적인 감정을 밀도 있게 표현하며 강렬함을 선사한다.
![](https://imgbntnews.hankyung.com/bntdata/images/photo/201505/c485f32c95186dd56340d8433fbb5896.jpg)
“쳐음에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혜경이 극중 인물들보다 더 강한 여자처럼 느껴졌어요. 김혜경을 알아 가다보니 굉장히 처절하더라고요. 자존심도 강하고, 무언가 지키고 싶은 게 있는 여자였죠. 그렇다고 그 여자가 여자로서 어필을 하는 건 아니잖아요. 힘든 상황을 버텨내고, 견뎌내고. 그러면서도 내면은 여린 여자고. 저는 김혜경을 꿈도, 희망도 없는 여자라고 생각했었는데, 정재곤이라는 캐릭터를 만나면서 살고 싶은 삶에 대해서 찾게 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사실 ‘무뢰한’ 속 김헤경이라는 여자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을 터. 하지만 베테랑 연기자 전도연이었기에 김혜경이라는 캐릭터가 좀 더 풍성하게 표현됐던 것은 아닐까.
“연기를 해나가면서 혜경이 이해갔어요. 혜경은 선택 당한 삶을 산 것 같았죠. 영화 속에서는 보여지지 않지만, 박준길에게 이 여자는 선택을 당했을 테고, 그것에 대해서 최선을 다하면서 사랑이라 믿고 싶어 하는 여자라고 생각했죠. 의심도 하지만 정말 끝까지 믿고 싶어 하거든요. 하지만 자기가 처음으로 선택하고 싶은 남자가 나타났는데, 온전히 표현을 할 수 없는 여자잖아요. 강하고 센 여자인 것 같지만 상처도 많고, 사랑에 대해서 끊임없이 갈구하는 여자라고 이해를 했죠.”
특히 함께 호흡을 맞춘 김남길의 말에 따르자면 전도연은 연기를 하고 나서 계속 모니터링을 한다고. 베테랑 연기자이지만 계속해서 확인을 한다는 사실이 다소 놀라웠다.
“저는 카메라 앞에 서면 아직도 긴장되고 불편해요. 그런데 그걸 극복하려고 하지 않아요. 긴장을 놓게 되면 놓치는 순간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일을 할 때는 될 수 있으면 긴장하고, 집중하려고 노력하죠. 그렇다고 한들 연기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모니터링은 여러 가지 감정을 표현하고 그 감정이 맞는지 아닌지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끊임없이 저를 의심하고, 대본을 보고 감독에게 계속 물어보고. 제 자신한테 자신감이 있지 않기 때문에 무언가를 열심히하고 최선을 다하게 되는 것 같아요.(웃음)”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괜히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복잡한 내면을 가진 캐릭터인만큼 상대배우 김남길과의 호흡도 중요했을 듯 했다. 특히 김남길은 공식석상과 인터뷰 자리에서 전도연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연신 이야기했던 터라 실제 호흡이 궁금했다.
“(김)남길 씨는 정말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이더라고요. 되게 과할 정도로 발랄해서 저런 사람이 어떻게 정재곤은 연기할까 했는데, 연기를 하니까 사람이 딱 달라지더라고요. 또 분명 욕심많은 친구인 것 같아요. 그 욕심이 얼마만큼 있는지는 쉽게 파악하기 힘들지만, 배우로서 분명히 내재돼있는 에너지가 큰 친구인 것 같아요.”
![](https://imgbntnews.hankyung.com/bntdata/images/photo/201505/05da612c421f984cd2c7f07060ec8f35.jpg)
이처럼 전도연은 후배 김남길과 호흡을 주고 받으며 마침내 김혜경이라는 캐릭터를 완성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전도연의 필모그라피를 살펴보자면 ‘너는 내 운명’ ‘스캔들’ ‘하녀’ 등 여배우가 선택하기에는 다소 쉽지 않는 캐릭터들을 소화했다. 특별한 작품 선택의 기준이 있는 것일까.
“저는 시나리오가 좋으면 하는 편이예요. 시나리오을 보고 여운이 남아서 계속 궁금해지는 작품을 선택하는 편이죠. 계속해서 제가 물음표를 떠오르는 작품을 선택하고, 그 안에 세부적인 내용은 나중에 보게 되는 것 같아요.”
그간 스크린에서 영향력 있는 연기를 선보였던 전도연인만큼 브라운관 복귀 계획도 궁금했다. 그러자 기대 해도 좋을 답변이 돌아왔다.
“제가 영화만 하려고 한 게 아니라 정말 드라마 시나리오들이 안 들어왔었어요. 가끔씩 들어오면 사극 같은 다소 무거운 장르들이 들어오더라고요. 그런데 전 가벼운 작품을 하고 싶었서 고사를 했던 거죠. 하지만 앞으로 마음에 드는 시나리오가 있으면 언제든지 다시 드라마 할 계획 있어요. (웃음)”
bnt뉴스 기사제보 star@bntnews.co.kr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