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폭스바겐 6세대 골프를 구매한 A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타이어 공기압 경고등이 계기판에 들어와 서비스 센터를 찾았다. 차를 살펴본 담당자는 이상이 없다며 타이어 공기압을 체크 한 후 돌려보냈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은 지속적으로 발생했고, 그럴 때마다 A씨는 서비스센터를 찾았지만 정비 담당자의 대답을 늘 같았다.
타이어는 주행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품으로, 이상 신호가 계속 표시되는 탓에 A씨는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하지만 공식 서비스센터는 별 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어차피 타이어 공기압에 이상이 없으니 글로브박스 안의 리셋 버튼을 눌러 경고등을 해제하면 된다는 답변도 내놨다. 때문에 이후 A씨는 경고등이 들어오면 무덤덤하게 리셋버튼을 눌러 경고등을 해제하고 있다.
폭스바겐 6세대 골프의 타이어 공기압 경고 시스템은 TPMD(Tire Pressure Monitoring Display)라고 불린다. 타이어 공기압을 계기판 상에 숫자로 표시하는 TPMS(Tire Pressure Monitoring System)는 기술적 차이가 있다. TPMD 방식은 각 바퀴의 회전수를 감지해 기존과 다르면 내부 연산프로그램을 통해 계기판 경고등을 띄운다. 직접적으로 압력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어서 '간접식 TPMS'로도 알려져 있다.
폭스바겐의 TPMD는 압력이 아닌 회전수 측정이어서 직접 측정 방식과 비교해 정확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또한 회전을 감지하는 ABS 컨트롤 모듈에서 게이트웨이 모듈, 계기판에 이르는 정보 전달이 CAN 버스(Bus)라는 통신 방식을 거친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 같은 시스템은 6세대 골프를 비롯해 최근 TPMD 리콜이 진행 중인 티구안에도 장착돼 있다.
공기압이 정상이고, 출고 때와 같은 상태의 휠·타이어인 것을 전제했을 때 경고등이 들어오는 주된 원인은 네 가지 정도라는 게 폭스바겐의 설명이다. 우선 첫 번째는 타이어 공기압을 보충하고, 시스템 초기화를 하지 않았을 경우다. 이전에 잘못된 타이어 회전수를 반영, 정상 공기압에서 타이어 회전수를 잘못 인식하는 것. 두 번째는 타이어 공기압의 편차로, 간접식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다음은 시스템 오류다. 진단기기를 이용해 시스템에 문제가 없는지를 판단한다. 마지막은 자동차 CAN 버스 통신에 오류를 일으킬 수 있는 '승인되지 않은 외부 장치'가 연결된 경우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승인되지 않은 외부 장치'다. 폭스바겐코리아에 따르면 승인되지 않은 외부 장치는 블랙박스, 후방카메라, 내비게이션, 전동 사이드미러, 오디오·DMB 등 AV시스템, 튜닝을 위한 다양한 장치 등이 있다. 이런 장치들이 자동차의 특정 문제를 일으킨다고 단정 지을 수 없지만 경고등 점등, 배터리 방전 등 다양한 형태의 문제점을 야기한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A씨의 경우 세 가지 원인과는 거리가 있다고 말한다. 동일한 문제로 서비스센터에 최소 3번 이상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합리적으로 의심해 볼 수 있는 오류의 원인은 '승인되지 않은 외부 장치'다. 실제 A 씨는 새 차 출고 시 영업사원이 구매 서비스로 블랙박스를 장착해 준 일이 있다. 그 이외에 A씨가 자체적으로 설치한 외부 장치는 전무하다.
문제는 장치가 최초 부착될 때 폭스바겐코리아와 영업사원 모두 차에 오류가 생길 가능성을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사례인 타이어의 경우 주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경고등이 들어오는 일에 만성이 된 A씨가 실제 문제가 생겨 불이 켜진 경고등을 의심치 않고, 그대로 주행할 경우 사고 확률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만약 사고로 연결된다면 책임 소재가 애매해진다. 경고를 무시한 운전자 본인에게 있는 것인지, 경고 오류가 발생할 수 있음을 미리 알리지 않은 회사 측에 있는 것인지의 판단이 필요하다.
회사는 유일한 해결책으로 장착된 외부 장치를 떼어내고, 출고 당시의 상태로 만드는 일을 제시했다. 그 외에는 방안이 없다고 했다. 출고 상태일 때만 자체적인 문제인 지를 확인할 수 있고, 만약 승인되지 않은 외부 장치에 의한 오류라고 확인되면 보증 수리가 제한되는 불이익도 겪을 수 있다.
폭스바겐의 논리라면 A씨는 6세대 골프를 타는 동안에 블랙박스를 이용할 수 없다. 하지만 블랙박스는 최근 운전자 필수품으로 여겨진다. 주차·주행 중 영상을 기록한다는 특성상 내 차, 즉 자기 재산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보험 가입 시에도 블랙박스를 장착하면 할인 혜택이 부여된다. 사고가 날 경우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어 사고 책임 판단에 도움을 줘서다. 정부가 블랙박스 장착을 권장하는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국내 유통 중인 블랙박스, 내비게이션 중 폭스바겐이 '승인한 외부 장치'는 없다. 회사 자체적으로 개발, 판매하는 제품 또한 전무하다.
물론 이런 일은 비단 폭스바겐만의 문제는 아니다. 어떤 브랜드, 어떤 차라도 동일한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 출고 시 아무 생각 없이 서비스 받은 블랙박스가 나중에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자동차 회사와 영업사원은 신차 출고 시 외부 장치로 인해 자동차 전자 장비에 오류가 생길 수 있음을 알려야 한다. 애프터마켓을 통해 구입·장착한 블랙박스, 내비게이션 등이 어떤 오류를 낼 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아무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도 있고, 심각한 사고가 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사고가 발생할 경우 운전자 개인의 재산·신체에 대한 손해는 물론이고, 자동차 회사에 치명적인 결과를 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최근 폭스바겐코리아는 티구안 2.0ℓ TDI의 TPMS 리콜을 실시 중이다. 경고등 점등 오류로 타이어 공기압이 부족한 데도 운전자에 대한 경고기능이 작동하지 않을 위험성이 발견됐다. 리콜 대상은 2014년 10월3일부터 2014년 12월3일까지 제작된 490대로, 해당 자동차 소유자는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무상으로 수리(계기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받을 수 있다. 이미 유상수리를 했을 경우 증빙서류(영수증 등)를 첨부하면 비용을 회사로부터 보상받을 수 있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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