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파일]생소한 격락손해, 보상 기준 달라져야

입력 2015-06-18 08:30   수정 2015-06-18 12:08


 6년 가까이 된 국산 준중형차를 운행하던 A씨는 최근 추돌사고를 당해 자동차 수리를 받았다. 수리비가 500만원 가량 나올 정도로 큰 사고였다. 그러나 보험사 직원에게 들은 소식은 피해차에 대해 격락손해 보상을 해줄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일반인에게 생소한 '격락손해'란 사고 등의 물리적 충격으로 완벽 복원이 힘든 경우의 손해를 말한다. 하지만 보닛, 펜더, 트렁크 등의 패널이나 차대가 손상되면 해당 차종의 중고 가치는 현저히 떨어져 중고차 매매가격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 경우 보험사는 전문 감정사가 차령과 사고 정도, 감가율 등을 고려해 보상을 진행하고 있다.

 보험사 약관에 따르면 격락손해 보상은 출고 후 2년 이하에 한해 사고 시 수리비가 신차 가격의 20%를 초과할 때 이뤄진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이상의 범위도 보상이 가능하다. 한국자동차감정원에 따르면 출고 후 5년, 상대방 과실 80% 이상의 사고에 대해 3년 안에 보상 받을 수 있다. 물론 사고 후 차를 팔았더라도 대상에 포함된다. 따라서 A씨의 차령은 기준인 5년이 넘었기에 보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A씨는 아끼며 탔던 애마가 사고차가 된 것과 관련해 보상받을 수 없다는 사실에 적지 않은 심리적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오래됐다고 격락손해가 인정되지 않는 것은 최근 국내에 조금씩 고개를 드는 클래식카 문화를 역행하는 것이어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출고 상태를 거의 그대로 유지한 채 운행되는 차도 적지 않고, 낡은 차를 원상태로 복원하는 리스토어도 활성화되면서 오히려 오래된 차가 중고차 시장에서 주목을 끌기도 한다. 자동차평론가 박재용 교수는 "오랜 시간 동안 관리가 잘 이뤄진 올드카의 경우 사고차가 되면 상당히 억울할 것"이라며 "격락손해 보상 개념과 범위를 세분화 하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자동차 수명이 점차 길어진다는 점도 격락손해 개선의 이유로 꼽힌다. 그래서 미국, 영국 등 주요 국가는 올드카가 문화유산의 가치로 인정되기도 한다. 한국도 일부 클래식카는 신차 가격보다 비싸게 거래되기도 한다. 이런 차들이 한 순간 사고차로 전락하는 것이 손해가 아니라면 대체 무엇이 손해일까? 손해보험사들의 '손해'에 대한 정의가 달라져야 할 때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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