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선아 “무대와 관객은 내가 존재하는 이유”

입력 2015-06-24 10:31  


[배계현 기자] ‘뮤지컬계 디바’로 불리는 정선아. 크고 화려한 무대 위에서 한줄기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노래하는 그의 모습은 보석보다 반짝인다.

수 천석을 호령하는 카리스마 뒤로 섬세하고 깨끗한 목소리가 돋보이는 천상 배우. 정선아와 함께 한 화보 촬영 현장은 눈빛 하나로 슬픔과 자신감, 우아한 느낌까지 자유자재로 표현하며 마치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했다.

무대를 벗어난 그는 유쾌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을 내비치며 솔직한 내면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의 인생은 오직 ‘뮤지컬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뮤지컬에 대한 그의 애정은 시종일관 무대에 대한 열정과 관객에 대한 감사로 대변됐다.

매 순간 무대 위에 존재할 수 있고 박수를 받을 수 있음에 감사할 줄 아는 ‘진정성’이야말로 그가 최고의 뮤지컬 배우가 될 수 있었던 이유다.

무대와 관객이 있음에 배우 정선아는 오늘도 노래하고 꿈을 꾼다.  

bnt와의 촬영 어땠나

공연을 하는 사람이다 보니 화보라 그래서 부담이 컸다. 주위에서 bnt화보 많이 찍는다고들 하더라. 좋은 기회로 찍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데스노트 공연을 시작했다. 원작 만화도 봤나

봤다. 너무 유명한 작품이기도 하고 일본은 물론 세계적으로 많이 팔린 작품이다. 나도 책장 넘기는 게 아까울 정도로 정말 재밌게 읽었다.

인기 있는 원작 작품이 부담 될 텐데

맞다. 영화를 뮤지컬로 만들 때도 어려움이 있기 마련이지만 특히 한국에서 만화를 뮤지컬로 만든다는 것에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반응도 정말 좋고 워낙 탑 배우들과 공연을 해서인지 관객의 기대도 크고 티켓도 연습 초반에 다 팔렸다. 배우들의 티켓 파워를 느꼈다. (웃음)

원 캐스트라 체력도 힘들 것 같다

체력적으로는 힘들지만 원 캐스트이기 때문에 좋은 점이 많다. 사실 제작사와 배우 모두 원 캐스트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이번에는 배우들이 모두 흔쾌히 동의를 했고 충분히 만족을 하고 있다.

원래 체력이 좋은지

좋다. 먹는 것도 좋아하고 운동도 많이 한다. 무대는 체력이 없으면 버티기 힘들다. 관객에게 에너지를 주는 게 쉽지는 않기 때문에 체력관리가 우선이다.


데스노트의 ‘미사’라는 인물은

만화책을 봤을 땐 한국 정서를 넘어선 다소 과하게 귀여운 여성이었다. 나에게 맞게 표현할 수 있도록 배우와 감독님이 배려를 많이 해 줬다. 원래 티비를 잘 보지 않았는데 이 작품을 통해서 아이돌과 만화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초호화 캐스팅이 이슈인데

김준수 씨와는 3번째 작품이다. 홍광호 씨는 어려서부터 친했는데 10년이 넘어서 처음으로 작품을 한다. 박혜나 씨는 위키드에서 호흡을 맞춰 정말 편하고 호흡이 잘맞는다. 강홍석 씨는 떠오르는 뮤지컬계의 신예라고 할 정도로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모두 정말 실력 있고 멋진 분들이다. 워낙 예전부터 가까웠던 배우들인데 이렇게 함께 하게 돼서 정말 좋다.
 
홍광호 VS 김준수. 남자로서 어떤지

미사라는 캐릭터로 봤을 땐 라이토(홍광호). 샤프하고 지적인 이미지가 매력적이다.

여자 정선아가 봤을 땐 김준수. 친구처럼 장난도 치며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광호 씨는 워낙 진지하고 무게가 있어 내가 좀 주눅들 것 같다. 누구를 선택한다기보다 이런 매력이 있는 분들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아이돌에서 시작한 김준수에 편견이 있었다고

2010년에 준수 씨와 첫 작품을 했다. 그땐 아이돌이 뮤지컬을 시작한 초기라 굉장히 센세이션 했다. 워낙 인기가 많은 친구라 궁금했다. 과연 연습은 열심히 할지,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그런데 아이돌이 이렇게 열심이고 똑똑한지 몰랐다. 만약 하루를 못 나오면 이틀치 이상을 연습해 오더라. 할 말을 잃을 정도로 열심이었다.

준수 팬들로부터 시기 질투도 받는지

전혀. 준수 씨와 처음 공연을 같이 했을 때 응원을 와주신 팬들이 눈물 날 정도로 힘이 많이 됐다. 세종문화회관이 정말 큰 곳인데 준수가 없었다면 그만큼 꽉 채워졌을까 싶을 정도로.  뮤지컬 배우는 관객한테 얻는 에너지가 큰데 준수 씨와의 공연은 박수와 함성이 배우 모두에게 쏟아져서 정말 힘이 많이 됐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뮤지컬 배우가 된 계기는

중학교 2학년 때 브로드웨이 42번가를 보며 결심했다. 워낙 노래나 연기, 춤을 좋아해서 종합 예술같은 느낌을 받은 것 같다. 원래 끼가 많았다고 하더라.

꿈을 이루기가 쉽지 않은데

정말 감사한 일이다. 뿌듯하고 행복하다. 지금은 후배들이 나를 롤모델로 꼽아주는 걸 보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뮤지컬을 시작한 지 12년 정도 됐다. 돌아보자면

하면 할수록 재밌다. 가끔은 ‘업’이라는 생각에 힘들지만 무대 위에 올라가는 순간 에너지가 생긴다. 로봇 스위치를 누른 것처럼. 뮤지컬을 했기 때문에 내 인생이 재미있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 찰 수 있었던 듯.

작년 MBC ‘라디오 스타’에 출연한 적이 있다. 예능은 어땠는지

‘킹키부츠’ 작품 때 나갔다. 사실 무대 위가 가장 마음이 편하지만 그때 상당히 재미있었다. 워낙 솔직하고 거침없는 성격이라 내숭을 떨어야 하긴 했다.

티비 연기는 어떻게 생각하나

간간히 기회도 있었다. 그런데 두렵기도 하고 ‘나는 뮤지컬 배우다’라는 아집도 있었던 것 같다. 다만 과거에는 손사래를 쳤는데 지금은 뮤지컬 배우로서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같은 예술 안에서 선을 긋는 것도 촌스럽지 않나. 

뮤지컬도 정선아도 유명해지다 보니 사람들이 자주 알아보겠다

분장을 진하게 하다 보니 화장을 지우면 공연을 자주 봤던 분들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게 좋다. 준수도 그걸 좋아한다.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일하면서 사생활도 즐길 수 있으니. 가끔 대학로나 작품이 많은 곳을 가면 알아보기도 한다.

정선아는 어떤 사람인가

솔직한 사람.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다. 어떨 때는 좀 덜 솔직해도 된다 싶지만 이런 나 자신이 좋다. 배우는 무대에 올라가면 다른 사람이 되는데 내려와서까지 다른 사람이고 싶진 않다. 그래서 더 솔직해지는 것 같다.

욕심나는 역할이 있다면

과거에는 주인공, 중요한 의미를 지닌 역할을 하고 싶었다면 지금은 내가 재밌고 즐거울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 나 혼자 돋보이는 게 아니라 작품의 하모니, 앙상블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개인적으로 코미디를 좋아하는데 즐겁고 행복을 줄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뮤지컬이 대중화되고 작품도 풍부해졌고 그만큼 관객의 관심을 받아 감사하고 뜻깊다. 지금은 관객이 없으면 무대 위의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안다. 앞으로도 뮤지컬 장르를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다. 다소 부담이 된다면 연극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소중히 구매해 준 티켓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더 좋은 공연을 보여주겠다.

기획 진행: 배계현
포토: bnt포토그래퍼 최승광
의상: 레미떼, 주줌
헤어: 강호 더 레드카펫 강호 원장, 김태진
메이크업: 강호 더 레드카펫 문주영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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