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여성 힙합 뮤지션⑥┃스텔라장, 정답을 찾는다면

입력 2015-07-03 09:02  


[bnt뉴스 김예나 기자] <마초적인 성향이 강한 힙합 장르는 더 이상 남성들의 전유물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최근 방송 프로그램부터 음원 차트, 언더그라운드 씬까지 여성 힙합 뮤지션들의 활약이 돋보이고 있기 때문. 그들은 말한다. 성별을 떠나 그저 묵묵히 힙합의 길을 걸어왔노라고. 똑같은 힙합 뮤지션일 뿐이라고. 우리가 이제껏 몰랐던 혹은 앞으로 주목해야 할 여성 힙합 뮤지션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동그라미는 왜 동그랄까 식의 질문 같다. 무심한 듯 신경 쓴 말투하며 어른스러운 듯 아이 같은 표정 따위에서 느껴진다. 재잘거리는 것도 아닌데 들려오는 말들이 귀에서 가실 줄 모른다. 평소의 시간보다 조금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은 대화, 밤을 새도 모자를 것 같다.

최근 한경닷컴 bnt뉴스가 릴레이 인터뷰 여섯 번째 여성 힙합 뮤지션으로 스텔라 장(Stella Jang)을 만났다. 스텔라 장은 지난해 9월 첫 싱글 ‘어제 차이고’로 데뷔, 올해 3월 두 번째 싱글 ‘잇츠 레이닝(It’s Raining)’을 발표하며 풋풋한 목소리와 감각적인 가사로 음악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스텔라 장은 남성 듀오 긱스, 가수 크루셜스타, 크라이베이비, 래퍼 자메즈, 옐라 다이아몬드 등이 속해 있는 힙합 음악 레이블 그랜드라인엔터테인먼트 소속 여성 아티스트다. 본인 앨범 발표에 앞서 긱스 1집 정규 앨범 ‘백팩(Backpack)’(2013) 수록곡 ‘잇츠 레이닝’ ‘잉여인간’ 등을 작사, 작곡, 가창하며 자신의 음악을 대중에게 들려준 바 있다.


# 병맛 코드부터 루저 감성까지

첫 번째 싱글 ‘어제 차이고’는 경쾌한 기타 연주와 매력적인 코러스가 인상적인 곡이다. 홀연히 당해버린(?) 이별에 관해 무심한 듯 담담하게 노래하는 모습이 흥미롭다. 이별에 슬퍼하며 무너지기 보다는 “잘 가”라며 쿨하게 반응하지만 실상 노래 속 여자는 아프다. 많이.

“개인적으로 병맛 코드를 좋아해요. ‘소녀소녀’한 스타일은 좋아하지 않아요. 제가 여성스러운 이미지도 아니고요. 더 솔직히 전 찌질한 감성을 좋아해요. 소위 루저 감성이라고 하잖아요. 사랑으로 치자면 다 퍼주고, 버림받고, 슬픈데 아무렇지 않은 듯 쿨한 척 하는 하는 거죠.”

‘어제 차이고’가 통통 튀는 느낌의 스텔라 장을 표출했다면, 두 번째 싱글 ‘잇츠 레이닝’은 제법 아련함이 담겼다. 창밖에 내리는 비를 매개체 삼아 지난 연인을 떠올려 보는 그 감상의 순간, 스텔라 장의 청아한 목소리가 한층 도드라지게 들린다. 특히 ‘잇츠 레이닝’은 버벌진트가 랩 피처링을 맡아 특별한 콜라보레이션 곡으로 완성시켰다.

“‘잇츠 레이닝’은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움이 남는 곡이에요. 제가 기타를 치기 시작하면서 처음 만들었던 곡이거든요. 그러면 더 애착이 가야 하는데 아무것도 모를 때 만들었다 보니까 지금 보면 미숙함이 많이 느껴져요. 그런데 풋풋함은 살아있어요. 완성도적인 면을 떠나서 그 감정이나 분위기는 참 좋아요. 그런데 그건 버벌진트 씨 덕분이 아닐까 싶네요. (웃음)”

버벌진트 이야기에 웃음꽃이 얼굴에 가득이다. “한국 힙합은 버벌진트 전과 후로 나뉜다”고 말했을 정도로 그의 팬이었던 스텔라 장은 버벌진트와의 첫 만남을 회상하며 “거의 팬미팅 수준이었다”고 웃음 지었다.

“처음 만나는 날 정말 떨렸어요. 전 정말 신기했던 게 제가 음악 하겠다고 마음먹고 나서 ‘버벌진트와 작업하기’를 버킷 리스트에 작성한 적이 있어요. 그러니 너무 신기한 거예요. 이렇게 빨리 이루게 될 줄은 몰랐거든요.”

# 스물다섯 소녀

11년 동안 프랑스 유학 생활을 해온 스텔라 장은 현재 국내 한 기업에서 인턴 과정을 밟고 있는 중이다. 올해 나이 스물다섯, 20대 중반에 선 스텔라 장은 마치 갈림길의 기로에 놓인 듯 고민스러운 기색을 내비쳤다.

“음악만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하지만 현실적인 상황들이 있으니까 쉽게 결정 내리지는 못하겠어요. 그게 요즘 큰 고민이에요. 플레이어로서 욕심이 있거든요. 조금 조바심이 들 때도 있어요.”

조바심이란 단어에 힘이 들어갔다. 때문에 20대 여느 청춘의 똑같은 고민이리라 치부할 뻔 했던 그 찰나 엷은 미소를 띠며 스텔라 장은 말을 이어나갔다.

“무엇이 옳은지 모르겠어요. 안정적인 삶이 중요한 시대고 취업을 잘 해야 바람직한 사회잖아요. 그래서 언젠가 지금의 제 경험이 저만의 경쟁력이 될 콘텐츠라 생각하기로 했어요. 음악만 하는 친구들과 또 다른 삶을 살고 있잖아요.”


# 공감 코드, 90년대 감성에서 찾다

스텔라 장은 음악에서 가장 큰 힘을 “공감”으로 꼽았다. 이를 뒷받침 하며 스텔라 장은 가수 유희열(토이), 윤상, 이적 등을 좋아하는 뮤지션이라 밝혔고, 이어 “90년대 사운드를 좋아한다. 그들의 감성은 최고라 생각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공감이 중요한 것 같아요. 사실 주변 제 친구들은 90년대 노래라 하면 잘 모르거든요. 저 역시도 이전에는 잘 몰랐어요. 그런데 제가 그 시절의 뮤지션들 노래에 빠지면서부터 음악 작업하는 데에 더 큰 영감을 많이 얻었고, 가사에도 더 많이 신경을 쓰게 된 것 같아요.”

풀리지 않던 수수께끼가 풀린 것처럼 스텔라 장의 음악 코드가 조금은 이해되는 듯 했다. 힙합적 배경에서 오는 마이너한 분위기와 동시에 그의 음악이 살랑살랑하고 말랑말랑할 수 있는 까닭 말이다.

이에 대해 스텔라 장은 “사실 음악적 취향이 극과 극인 경향이 있다. 어느 정도 융합이 되는 것 같긴 하지만 부족하다. 그 분야에 있어서 독보적인 뮤지션이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간혹 인터뷰를 하다보면 시간을 잊을 때가 있다. 이 말은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표현과는 다르다. 의식적으로 잊어버리기 때문. 이날 유독 그랬다. 첫 만남, 첫 인터뷰였음에도 무작정 그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듣고 싶었다. 약간의 사명감까지 들었을 정도로. 그래서 일까. 다른 여느 인터뷰보다 여운이 길게 느껴지는 것 같다. 여전히 이날의 대화가 맴돈다. (사진제공: 그랜드라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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