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가 신형 스파크를 내놓으며 경차 시장 1위를 노리고 있다. 단 두개의 회사가 경쟁하는 경차 시장이지만 쉐보레 내에서 스파크가 가진 지위는 결코 낮지 않다. 실적의 상당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와 별개로 디자인과 개발을 한국지엠이 담당하고 있어 글로벌 GM 내에서 존재 의의도 꽤 크다.
신형 스파크는 여러모로 '업그레이드'됐다. 디자인은 말할 것도 없고, 편의품목, 안정성 등 전반적인 상품성이 크게 높아졌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가격 역시 뛰었다는 점이다. 회사는 주력 차종 대비 채용한 편의품목을 고려했을 때 오히려 23만원 인하 효과가 있다고 얘기하지만 경차 사상 처음으로 기본가격이 1,000만원을 넘은 만큼 소비자 입장에선 인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원래 경차에는 "아껴야 잘 산다"는 짧지만 존재감 강한 인식이 존재했다. 티코가 처음 등장했을 때 활용된 광고문구인데, 덕분에 사람들은 경차를 경제적인 차로서 받아들이게 됐다. 법적 용어 역시 경제적인 차라는 뜻의 '경차(經車)'를 사용한다. 익히 알려진 가벼운 차라는 뜻은 편의에 의한 표현일 뿐이다.
하지만 지금의 경차는 경제적 개념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가격 인상폭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가파르기 때문이다. 실제 10년 전 당시 GM대우 마티즈2의 기본 가격은 대졸신입사원 평균 임금 2,643만원의 22.4%인 592만원에 머물렀다. 최고급형도 906만원으로 1,000만원을 넘지 않았다.
반면 2015년 현재 스파크 기본 가격은 1,015만원이고, 대졸 신입사원의 평균 연봉은 3,048만원이다. 경차의 기본 가격이 대졸 평균 임금의 33% 수준까지 올라와 있는 셈이다. 최고급형인 1.0ℓ 에코 LTZ(1,499만원)는 49%까지 치솟는다. 같은 기간 대졸 신입사원의 연봉은 405만원, 15.3%가 올랐지만 경차 가격은 70% 이상 상승했다.
물론 과거와 현재의 경차 상품성을 절대 비교할 수는 없다. 다양한 편의품목과 안전성 부분에서 10년 전 경차와 지금의 경차는 분명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경차 가격이 비싸진 데는 시장 구조도 한 몫 했다. 한국지엠과 기아차가 시장을 양분하면서 가격보다 상품성 경쟁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더불어 경차에만 갖가지 세제 혜택이 몰려 있으니 수요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두 회사의 독점적 시장, 그리고 결코 외면할 수 없는 혜택에 수요가 존재하니 가격 경쟁은 사실상 무의미했다는 뜻이다. 기아차가 내년에 선보일 모닝 완전변경 신차 가격도 많이 오를 것이란 예상이 벌써부터 설득력을 얻는 배경이다.
현재 경차는 제도 도입 때 명분이 됐던 '에너지 절감'과도 거리가 멀다. 일례로 시중에 판매되는 수 많은 자동차 중에 경차의 연료효율 순위는 10위권 밖이다. 환경친화적 자동차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경차의 에너지 효율성 주목도가 이미 떨어진 셈이다.
실제 신형 스파크 연료효율은 C-테크 무단변속기 기준으로 ℓ당 14.8㎞다. 모닝은 자동변속기 기준 ℓ당 15.2㎞, 레이는 자동변속기 13.5㎞/ℓ, CVT 14.6㎞/ℓ다. 배기량은 모두 1.0ℓ 미만이다. 반면 소형차인 현대차 엑센트 1.4ℓ VVT의 효율은 CVT 장착 시 ℓ당 14.1-15.0㎞다. 그보다 엔진 배기량이 큰 1.6ℓ GDi 또한 ℓ당 14.0-14.3㎞(자동변속기)여서 판매 중인 경차와 비교해 결코 낮지 않다. 기아차 프라이드 또한 1.4ℓ MPI가 ℓ당 13.3㎞로, 경차와 큰 차이가 없다.
때문에 현재의 경차 기준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강제적으로 시장을 넓혀 가격 억제나 효율 경쟁을 도모하자는 것. 수입 경차 역시 활동 가능성을 높일 수 있어 시장 전체의 경쟁력이 강화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부 입장에서 경차 기준 확대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경차 혜택 중에 세금 면제가 포함돼 있어서다. 경차가 늘어나면 그만큼 세수도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경차 규격 확대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다.
따라서 일부에선 경차 혜택을 없애자는 주장도 내놓는다. 가격과 효율을 따졌을 때 경차가 도입 취지를 살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경우는 국민 저항이 우려된다. 소비자에게 여전히 경차는 '가장 저렴한 차'라는 인식이 강한 데다 이미 20년을 유지한 제도를 하루 아침에 없애는 일도 쉽지 않다.
그렇다면 규격 확대와 혜택 축소를 함께하는 방안은 대안으로 꼽힌다. 이 경우 소비자 선택권은 늘면서 정부의 세수 감소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크기 규격을 확대하는 동시에 개별소비세나 취득세 면제를 삭제 또는 축소하는 식이다. 일정 연료 효율, 이산화탄소 저감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경차 혜택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도 쏟아진다.
경차 가격 상승에 대해 제조사는 소비자를 늘 핑계로 삼는다. 경차 선택에 있어 소비자가 고급차 수준의 상품성을 원하고,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가격이 높아졌다는 항변이다. 또한 경차 혜택 축소에는 시장 충격을 우려하면서 경차 규격 확대에는 난색을 표한다.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이중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시대 변화에 따른 제도 손질은 불가피해 보인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경차를 더 이상 '경제적인 차'로 불러야 할 이유가 없어질 수 있으니 말이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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