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훈의 馬車 이야기①]현대차 포니와 조랑말 포니

입력 2015-07-14 08:40   수정 2015-07-14 08:39


 말(馬) 하면 떠오르는 게 무엇일까? 아마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강한 근육이 붙은 네 다리의 동물, 그리고 광활한 평야를 박차고 달려나가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실제 십이지의 일곱 번째 동물인 말의 이미지는 박력과 생동감이다. 외모로 보아 말은 생동감, 뛰어난 순발력, 탄력 있는 근육, 미끈하고 탄탄한 체형, 기름진 모발, 각질의 말굽과 거친 숨소리를 가지고 있어 강인한 인상을 준다. 이 때문에 현대사회 들어 세계 유수의 자동차 회사들은 말(馬)을 모티브로 한 다양한 브랜드를 출시했다. 더욱이 자동차 출력 단위인 '마력(馬力)'도 말이 끄는 힘에서 유래했듯 말(馬)과 자동차(車)는 깊은 인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차(馬車) 이야기'는 이처럼 끈끈한 말과 자동차 브랜드의 연관성을 찾고, 그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보는 자리로 구성하려 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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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포니(Pony)와 조랑말 포니의 인연
 현대차 포니(Pony)는 1976년 출시된 그들의 독자 모델이다. 이탈리아 자동차 디자이너 조르제토 쥬지아로의 '이탈 디자인'이 포니를 그려냈다. 엔진은 당시 현대차 기술 제휴사였던 미쓰비시자동차의 1,238㏄ 새턴 엔진과 4단 수동변속기가 적용됐으며, 뒷바퀴굴림 방식인 미쓰비시 랜서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포니 개발 과정에는 당시 현대건설에 재직중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출시 당시 포니는 디자인과 성능면에서 국내외 호평을 받으며 시판 첫해 1만726대가 팔렸다. 덕분에 국내 전체 승용차 시장에서 포니의 점유율이 무려 43.5%에 달해 국민차라는 별명을 얻었다. 1989년 포니 엑셀이 단종될 때까지 그 명성은 13년 동안 이어졌다.
 
 포니는 차명에 어울리는 조랑말 모양의 엠블럼을 적용했으며 출시 전 5만3,000여통의 응모와 다섯 차례의 심사를 거쳐 차명을 결정했다. 덩치는 작지만 근력과 지구력이 강한 조랑말의 특징을 끄집어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진짜 말(馬)로서 포니(Pony)는 어떤 의미일까? 일반적으로 포니는 작은 말이란 뜻으로 말(馬) 품종 가운데 하나다. 우리나라 말로는 '조랑말'로 번역된다. 그런데 '포니'라 하면 모두 작은 말로 이해하지만 정작 말 관련 국제학회에서 작은 말은 통상 체고(앞다리에서부터 어깨까지의 길이)가 144㎝를 넘지 않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모든 작은 말들이 포니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에 나오는 아랍말들은 가끔씩 체고가 152㎝ 이하인 개체도 있지만 신체적 비례나 특성상 포니로 분류되지 않고 하나의 품종인 아랍종(種)으로 불린다. 또한 경주마인 더러브레드 역시 드물게 작은 개체가 나오지만 포니종(種)으로 분류되지 않고 고유 품종인 '더러브레드종(種)'으로 불린다. 실제로는 미니어처 말과 흡사하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진정한 포니는 몸통의 길이에 비례해 대단히 짧은 다리를 가진 특성을 포함해 뚜렷한 개성을 갖고 있다. 아마도 수 천년 간 본토와 고립된 채 그들만의 특성화 된 유전형질을 갖게 된 것이 아닐까 한다. 

 오늘날 뚜렷하게 아홉종으로 분류되는 포니는 그들의 크기와 비례해 뚜렷하게 뛰어난 강인함을 지니고 있다. 그들은 가혹한 환경에서 형성된 거칠고 단단한 발굽을 가졌고 최소한의 먹이로도 살아갈 수 있도록 환경에 자연스럽게 맞춰진 셈이다. 
  
 국내 포니의 대명사로는 제주 조랑말이 유명하다. 지금은 천연기념물 제347호로 지정된 이후 제주마로 명칭이 통일됐지만 여전히 일반인들은 제주 조랑말이라고 부르는 것에 친근감을 보인다. 그렇다면 그 옛날 '제주 조랑말'은 과연 작은 말이었을까? 

 고려 때 몽고가 탐라(지금의 제주도)를 100년 지배하던 시절, 몽고는 달단마(韃靼馬·체고:121.1㎝)인 몽고마를 탐라의 넓은 평야에 풀어 방목했고, 서역마 등의 대완마(大宛馬·체고:181.8㎝) 등 우수 혈통을 탐라에 보내 사육하도록 했다. 특히 고려 여인으로 원나라 황후가 된 기황후는 궁중에서 키우던 자신의 대완마 수 십마리를 탐라에 보냈다는 기록도 있다.

 이를 토대로 추측하건데 당시 탐라에는 이전부터 전해 내려오면서 농경에 이용됐던 재래토종인 토마(土馬·체고:90.9㎝)와 몽고마인 달단마, 서역마인 대완마 등 세 종류의 말이 사육되었을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토마와 달단마, 토마와 서역마의 교잡을 통해 혼혈종(개량종)을 산출, 정기적으로 원나라, 즉 몽고에 헌상했는데 그 품종이 바로 조랑말이다.

 여기서 '조랑'은 '작다'는 뜻이 아니다. '상하의 진동없이 매끄럽게 달리는 주법'을 의미하는 몽고어 '조로모리'에서 유래한 언어로 시대가 흐르면서 조랑으로 변천한 것이다. 상하의 진동 없이 달리기 위해선 말의 체고가 어느 정도 컸음을 의미한다.

 특히 조랑말은 달단마와 대완마의 우량 유전인자 영향으로 체고가 크고 강건한 체질을 갖췄을 뿐 아니라 포니의 특이 형질인 발굽이 치밀하고 견고해 암석이 많은 제주도에 오래 적응했다. 제주 조랑말에 대한 개념과 인식이 새롭게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 자동차 역사의 한 획을 그은 현대차 포니는 이제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추억의 차가 됐다. 하지만 척박하고 가혹한 환경 속에서 강한 발굽과 근력, 지구력을 가진 품종으로 자라난 포니(Pony)는 여전히 건재하다. 그럼에도 자동차 포니는 1976년부터 10년 넘게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영토를 달리면서 국내 자동차 산업을 이끈 제품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자동차 포니는 추억으로, 말(馬) 포니는 현재로 기억된다. 

송종훈(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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