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경차 유류세 환급 제도가 주는 교훈

입력 2015-07-14 12:46   수정 2015-07-14 13:33


 경차 유류세 환급이 다시 등장했다. 때가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화두같지만 벌써 시행에 들어간 지 7년이 지난 제도다. 그럼에도 아직 환급 대상은 넘쳐난다. 왜 그럴까?

 지난 200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들이 각종 공약을 쏟아놓을 때다. 그 중 일부 후보가 유가 상승에 불만이 많은 국민들을 위해 기름 값 10% 인하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통령이 되면 유류세를 내릴 수 있을 것으로 여겼던 게다. 그리고 이듬해 17대 대통령에 공식 취임했다.






 당시 기름 값은 국민적인 관심사였다. 지금이야 많이 내렸지만 2005년부터 해마다 ℓ당 평균 50원씩 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름 값은 대통령 취임 이후인 2008년 폭등했다. 휘발유만 해도 ℓ당 2,000원 선을 육박했고, 경유도 마찬가지였다. 오죽하면 SUV가 주력인 쌍용차가 휘청거렸을 정도였다. 국제 투기 자본이 원유에 몰리며 가격이 크게 상승했던 탓이다.

 이즈음 대통령은 공약 지키기에 나섰다. 석유 가격이 오르면 함께 증가하는 정부의 유류 세수를 조정, 기름 값을 낮추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당시 재정경제부는 일괄적 인하에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서민을 위한 지원은 필요하지만 일괄 인하는 서민 지원 효과가 낮고, 오히려 재정을 악화시키는 방법인 만큼 선택적 환원을 제안했다. 결국 대통령은 '유류세 인하'가 아닌 '환급'이라는 카드를 꺼내 자동차 이용자에게 1인당 연간 30만원 정도를 돌려줬다. 제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나라 살림 앞에선 어쩔 수 없었던 셈이다.

 그런데 이후 경차에 한해선 유류세 추가 환급이 이뤄졌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복합 작용했다. 먼저 한국과 미국의 FTA 체결을 앞두고 자동차세금이 논란이 됐다. 미국이 당시 배기량별 5단계였던 한국의 자동차 세제를 대형차에 유리하도록 3단계로 축소하자고 요구했고, 정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덕분에 대형차 보유자는 자연스럽게 세금이 내려가는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경소형차의 세금은 변동이 없었다.






 이 때 목소리를 높이고 나온 곳은 자치단체다. FTA 체결에 따라 대형차가 부담해야 할 자동차세 인하는 결국 자치단체 세수 감소로 직결됐기 때문이다. 그러자 정부는 기름 값에 포함돼 있는 자치단체 세금인 주행세를 올려 보전해줬다.

 줄어든 자동차세를 기름의 주행세로 메웠으니 일견 형평성이 맞아 보였지만 정작 반발은 경소형차 운전자로부터 나왔다. FTA 체결로 졸지에 기름 값 인상을 맞닥뜨려야 했기 때문이다. 자동차세 인하 혜택은 대형차가 가져갔는데, 주행세 인상은 경소형차 운전자도 함께 지라는 것이었으니 할 말이 적지 않았다. 

 지금 화제가 되는 경차 유류세 환급은 이런 배경을 등에 업고 나온 정부의 고육지책이었다.  정부는 주행세 인상에 따른 서민 지원 방안으로 '경차 유류세 환급' 카드를 들고 나와 경차 운전자를 달랬다. 당시 소형차도 검토됐지만 역시 자치단체들이 자동차세 감소를 들어 반대하자 경차만 환급해주기로 했다. 그것도 1가구 2차는 제외하고, 가구당 1대의 경차만 있을 때 연간 10만원 가량 돌려주기로 한 것이다.

 정책이 확정되면서 제도는 시행에 들어갔다. 당시 대상은 91만대였고, 정부는 1년 동안 대부분의 경차 운전자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서 제도 운영 기간도 2009년 12월31일까지로 한정했다. 기름 값 폭등으로 지속적인 경차 신규 구매가 일어난다는 점에서 기간의 무한 혜택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예상과 달리 환급 신청자는 많지 않았다. 국세청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첫 해 전체 환급액은 120억원에 불과했다. 91만대 중 12만대만 신청해 환급을 받았을 뿐 나머지는 받지 않았다. 이유는 제도가 있는 것조차 몰랐던 사람이 대부분이고, 설령 알아도 연간 10만원을 받기 위해 은행에서 경차 유류구매 전용 카드를 발급받는 일을 번거롭게 여겼다. 월 평균 8,000원의 유류세 환급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의미다.






 그러자 정부는 혜택 기간을 2012년 말까지 연장했다. 그러는 사이 혜택에 새롭게 포함되거나 배제되는 경차가 생겨났지만 소비자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해당 제도의 존재 자체를 서서히 잊어갔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경차 등록대수는 168만대이며, 이 중 환급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인대상은 65만대다. 하지만 지난해 실제 혜택을 받은 차는 13만대에 불과했다.

 현재 경차 유류세 환급 제도는 시행 이후 7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여전히 몰라서 못 받고, 알아도 안 받는 제도로 전락했다. 그렇게 보면 시행 효과가 매우 떨어지는 정책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유류세 환급으로 정부가 예상한 세수 감소액은 910억원이었지만 여전히 많은 금액이 잠자고 있어서다. 그래서 차라리 그 때 경차 유류세 환급을 고속도로 통행료 전액 면제 등 다른 방식으로 지원해 주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적어도 몰라서 못 받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그래도 늦지 않았다. 받을 수 있으면 받는 게 최선이다. 환급대상은 배기량 1,000㏄ 미만의 경형자동차(승용ㆍ승합)를 소유한 사람 중에서 유가보조금 수혜대상자인 국가유공자가 아니면서 경차 소유자 및 주민등록표상 동거가족이 소유한 승용자동차 또는 승합자동차의 각각의 합계가 1대인 경우가 해당된다. 한 마디로 경승용차든, 경상용차든 한 대만 있는 경우와 한 대는 경승용차, 한 대는 경상용차를 가지고 있다면 돌려받을 수 있다. 

 권용주 선임기자 soo4195@auto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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