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단의 스타일이 변모하고 있다. 전형적인 4도어 세단의 모습인 '노치백(Notch Back)'을 탈피, 과거 패스트백(fastback)의 형태가 쿠페 켄셉트 디자인과 맞물려 현대적으로 세단에 녹아들고 있는 것.
자동차의 형태를 구분하는 용어 중 '패스트백(fastback)'은 지붕선 끝 부분부터 트렁크 부분까지 경사가 완만하게 이어진다. 비스듬한 경사로 인해 자동차의 속도감을 높이는데, 그래서 붙은 이름이 ‘빠름’을 뜻하는 패스트(fast)라는 이름이 붙었다. 뒤 유리창이 트렁크 도어와 함께 열리는 해치백과 달리 패스트백은 유리창을 그대로 두되, 트렁크 도어만 열리는 구조다.
가장 대표적인 차는 현대차 포니다. 이탈리아의 디자인 거장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디자인한 포니는 당시 매우 세련된 디자인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패스트백 형태라는 점이 인기 비결이었다. 디자인 측면에서 패스트백은 상당한 극적인 효과를 내기에 좋다고 알려져 있고, 포니 역시 그런 공식을 잘 따른 것.
최근 이런 패스트백 형태의 디자인이 전통적인 세단 영역에서 활발하게 접목되고 있다. 쿠페형 세단이라는 마케팅 용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세단 디자인은 노치백으로 알려져 있는데, 노치(Notch)라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 이 형태는 구부러진 형태의 뒷모습이 특징이다. 트렁크와 승객 공간이 분리된다는 점도 특징 중 하나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노치백 형태 대신 뒤태가 유려한 패스트백 스타일이 유행 중이다. 여기에 연료효율 등이 강조되면서 공기역학에 큰 기여를 하는 유선형의 패스트백 형태가 각광받고 있다.
최근 국내 출시된 아우디 신형 A7, 이를 토대로 고성능 유전자를 입힌 RS7은 대표적인 패스트백 스타일이다. 또한 렉서스의 ES350, 국산차로는 현대차 아반떼나 기아차 K5 등 조금씩 다르긴 해도 패스트백의 느낌을 낸다. 이와 함께 국내 출시가 예정된 닛산 신형 맥시마, 쉐보레 신형 말리부 등에서도 패스트백의 잔상을 발견할 수 있다. 이를 보면 고급차든 대중적인 자동차든 공통적으로 패스트백 스타일을 최근 들어 선호하고 있다 해도 무방하다.
업계서는 패스트백 디자인의 인기를 전통 파괴와 섹시함으로 꼽는다. 공기역학 구조상 뒤 쪽이 다소 좁아지는 단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과 동일한 좌석과 트렁크 공간을 갖추고, 여기에 승차감과 핸들링까지 세단의 특장점을 모두 갖고 있어서다.
쿠페형 세단의 시초이자 자동차 업계에 다시 패스트백 스타일 돌풍을 일으킨 장본인은 12년 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출품된 메르세데스-벤츠 CLS 비전 컨셉트였다. 뒤로 갈수록 급격히 떨어지는 패스트백 디자인을 이어 받아 쿠페형 세단이라는 신조어를 탄생 시켰다. 당시 많은 관람객들은 뒤로 갈수록 하향곡선을 그리는 지붕성과 좁아지는 뒤 창문을 보며 제대로 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CLS는 장르의 개척자로서 대우를 받고 있다. 차후 포르쉐 파나메라, BMW 6시리즈 등 수많은 차에도 영감을 줬다.
실제 CLS가 등장한 시기에 다른 자동차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던 벤츠 외부 디자인 총괄 로버트 레스닉은 "몇 년 동안 디자이너들은 CLS의 사진을 벽에 붙여놓고, 해당 디자인에 대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CLS는 아주 대담하고 도전적인 형태였지만 동시에 우아하고 세련된 스타일이었다"며 "마치 4도어 세단은 바로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단이 항상 기존의 쓰리박스 형태의 노치백 디자인일 필요는 없다는 걸 알게 됐는데, 그 이유는 다양한 차 부위의 통합을 통해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오늘 날 많은 자동차 디자이너들이 이 생각에 동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CLS의 충격으로부터 벌써 1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대담했던 그 때의 디자인은 어느새 세단의 새로운 기준으로 올라섰다. 이를 두고 많은 사람들은 '新 패스트백 시대'가 도래했다고 외친다. 이 디자인 기조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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