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전도연-이병헌 ‘협녀’, 박흥식 감독의 첫 사극 액션 通할까

입력 2015-08-06 09:30  


[bnt뉴스 이린 인턴기자] 시작을 알리는 봄부터 다시 새로운 봄을 맞이하는 겨울까지 사계절을 닮아있다. ‘협녀, 칼의 기억’이 11년을 공들인 끝에 세상의 빛을 보았다.

영화 ‘협녀, 칼의 기억’(감독 박흥식)은 곧 펼쳐질 칼의 기억들을 더듬는 듯 조용하지만 묘하게 시작된다. 극의 초반 흐드러지게 핀 해바라기들의 장관이 눈보라가 몰아치는 엔딩을 상상케 한다. 배우들 시선을 따라 감독의 의도대로 꾸며진 당시의 이야기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먼저 개봉 전부터 주목받아 왔던 건 자타공인 배우들의 라인업. 영화 ‘밀양’으로 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성한 이후 칸의 여왕으로 등극한 전도연이 데뷔 후 처음으로 액션에 도전했다. 극중 월소만의 날렵한 움직임뿐만 아니라 섬세한 눈빛, 맹인이 된 후 억눌러야만 했던 감정들을 오롯이 표현해냈다.

영화 ‘레드: 더 레전드’, ‘지. 아이. 조’ 등의 작품을 통해 믿고 보는 연기력뿐만 아니라 액션 대표 배우로 자리매김한 이병헌의 사극 액션도 놀랍다. 장면 장면마다 여러 눈빛을 품고 있어야 하는 유백 역을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듯 거칠지만 아름답게 선보였다.


으깨면 으깰수록 진해지는 찻잎의 향기처럼 독한 유백의 향취는 ‘협녀, 칼의 기억’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끈다. “이 이야기는 일종의 비극적인 가족사다”라며 “그 비극은 세 가족에 대한 엔딩으로 귀결된다. 이에 영화 전체에 흐르는 비장미는 피할 수 없는 숙명적인 아우라다”라는 박흥식 감독의 말처럼 이 영화는 무겁지만 재치 넘치는 설정을 삽입해 마냥 무겁지 않은 적정선을 지킨다.

칼의 움직임, 숨소리 하나까지 놓치지 않은 박흥식 감독의 섬세한 연출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와이어를 주로 쓰는 액션신부터 직접 벌어지는 치열한 대결까지 극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김고은의 역할이 전도연과 이병헌 못지않게 중요했다. 데뷔 때부터 주목받아왔던 신선한 마스크와 소녀와 소년을 넘나드는 분위기가 김고은만의 홍이를 만들어 냈다.

박흥식 감독은 무협영화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서 멜로드라마라는 연장선상에 인물들을 배치시켰다. 최적의 캐스팅과 박흥식 감독식의 수려한 영상미, 민첩하지만 부드러운 액션신, 로맨스에서 뿌리내린 활극이 어색함 없이 잘 버무려졌는지에 대한 판단은 관객들의 몫이다.

한편 ‘협녀, 칼의 기억’은 고려 말을 배경으로 뜻이 달랐던 세 검객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을 그린 작품으로 이병헌, 전도연, 김고은, 이준호(2PM), 김태우, 이경영, 김영민, 배수빈 등이 출연한다. 13일 개봉 예정. 러닝타임 121분.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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