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훈의 馬車 이야기③]종(種)의 기원 꿈꾼 에쿠스(EQUUS)

입력 2015-08-13 08:50  


 일반적으로 한국 시장에서 국산 고급 대형 세단을 꼽으라면 현대차 '에쿠스(EQUSS)'를 고르는 사람이 많다. 지난 1999년 탄생한 에쿠스는 현대차의 플래그십으로, 10여년 동안 국산 최고급 세단의 지위를 누려왔다. 1999년 1세대를 시작으로 2009년에는 2세대가 출시됐는데, 특히 1세대는 각진 디자인 때문에 '그랜저' 1세대가 '각(角) 그랜저'로 불렸던 것처럼 '각쿠스'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2세대는 플루이딕 스컬프처의 디자인이 적용돼 각(?)에서 한참을 벗어났다.  






 모델명 '에쿠스'는 라틴어 '개선장군의 말', '천마(天馬)'의 뜻을 담고 있으며, 영어로는 '엑설런트(E), 퀄리티(Q), 유니크(U), 유니버셜(U), 슈프림 오토모티브(S)'의 머리 글자를 조합했다. 그러나 '에쿠스'가 정작 말(馬)의 기원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말의 학명은 보통 'Equus caballus L'로 부른다. 말의 조상이 지구상에 등장한 것은 5,000만년 전으로, 크기는 지금의 말보다 훨씬 작은 여우 크기 정도였다고 한다. '에오히프스'라 명명된 이 동물의 화석은 발가락도 지금의 말과 달리 4개였다. 발바닥은 개와 유사한 패드로 이뤄졌으며,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에 존재했지만 인간이 지구상에 나타나기 전에 사라졌고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흔적이 조금 남아 있을 뿐이다.
  




 약 3,000만년 전에는 발가락이 3개인 말의 조상이 살았다. '메소히프스'라고 불리는 이 동물의 체격은 '에오히프스'보다 조금 더 컸으며 두개골도 현재의 말과 비슷했다. 약 1,000만년 전에는 몸집이 더 커지고 모양도 지금의 말과 더 닮은 '메리치프스'가 등장했고, 500만년 전에는 발가락이 한 개뿐인 '플리오히프스'가 나타났다. 이 '플리오히프스'가 말(馬)의 조상인 '에쿠스'로 진화했는데 에쿠스는 발가락이 1개로, 발톱이 크고 둥글며 단단한 형태의 말발굽으로 진화됐다.
 
 현대말의 조상인 '에쿠스'는 중앙아시아가 원산으로 추정된다. 중앙아시아에 잔존하고 있던 야생마들은 서로 다른 자연환경 속에서 3가지 형태로 진화했다. 북유럽의 크고 천천히 움직이는 무거운 말(Silvaticus Equus)에서 큰 몸집의 말들이 파생됐고, 아시아에선 1881년 소련의 탐험가 프르제발스키에 의해 재발견된 원시 야생마 프르제발스키(Przewalski· 발견자 이름으로 명명), 마지막으로 동유럽의 타르판(Tarpan) 야생마다. 이 가운데 프르제발스키와 타르판 말(馬)이 가축마의 기원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야생마는 다시 초원형·고원형·삼림형으로 나뉜다. 초원형으로는 프르제발스키가 여기에 속하며 대표적인 말이 몽고말(馬)이다. 학명은 '에쿠스 페루스 프르제발스키(Equus ferus przewalskii)'다. 고원형은 타르판 말이 이에 속하는데 한자어로는 '달단마(韃靼馬)'다. '달단(韃靼)'은 몽고족의 한 갈래인 '타타르(Tatar)'의 음역이다. 우리 나라의 고대 말 생산과 많은 관련이 있어 문헌에 자주 등장한다. 이 계통에 속하는 말로는 아랍종이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분포된 승용마이며 아라비아반도가 원산으로 중국 고문헌에는 '천마'로 기록돼 있다. 흔히 '말(馬)하면 아라비아산 종마(種馬)가 최고'라는 이야기가 있이 아랍종은 체형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경쾌한 운동성에 체질까지 강건해 여러 나라에서 개량 원종으로 이용되고 있다.  
 




 빙하기가 끝나고 각 지방에 삼림이 우거진 때부터 유럽·아시아·아프리카 삼림지대에 널리 퍼진 삼림형 말은 비교적 좋은 환경에서 무난히 자란 대형말이다. 현재 오스트레일리아산 핀츠가우어(Pinzgauer)와 벨기에 말이 이에 속한다. 
 




  최근 현대차가 에쿠스 신형 출시를 앞두고 있다. 차명을 바꾼다는 이야기도 들리는데, 자동차가 말을 대체한 문명 기계라는 점을 떠올리면 에쿠스도 꽤 의미있는 차명이 아닐 수 없다. 이름 자체만으로 국내 대형 럭셔리 세단의 '기원'이 됐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꽤 의미있는 작명이었던 셈이다.

 송종훈(말 칼럼니스트)

▶ [송종훈의 馬車 이야기②]말 걸음에서 유래한 현대차 갤로퍼(Galloper)
▶ [송종훈의 馬車 이야기①]현대차 포니와 조랑말 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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