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과거보다 앞날이 궁금한 회장님의 차 '체어맨'

입력 2015-09-01 10:25  


 1986년 동아자동차를 인수한 쌍용그룹은 쌍용자동차를 종합자동차회사로 변모시키고 싶었다. SUV와 트럭, 버스 뿐 아니라 승용차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물론 당시 그룹의 최고경영자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래서 시작된 게 1992년 의지를 처음 내보인 '월드카 프로젝트(W)', 즉 체어맨 개발이다.






 하지만 승용차 개발 경험이 전혀 없었던 쌍용차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했고, 무쏘와 코란도 엔진을 제공한 벤츠에 러브콜을 보냈다. 당시 아시아, 특히 중국 시장에 눈독을 들이던 벤츠는 기술제휴를 받아들이며 E클래스 플랫폼은 물론 기술진을 쌍용차로 파견해 제품 개발에 적극 협력했다. 

 그렇게 시작된 체어맨은 당시 김석원 쌍용차 회장의 섬세함과 애정이 많이 담겼다. 수시로 개발 현장을 드나들며 엔지니어를 독려하고, 최고급 제품의 기본 특질을 설파했다. 게다가 체어맨은 쌍용차의 사활이 걸렸던 만큼 당시로선 4,500억원이라는 막대한 투자도 이뤄졌다. 그러니 실패는 곧 회사의 존립 기반이 무너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출시를 앞두고 당시 김 회장은 체어맨을 타본 후 대만족했다. S클래스 및 7시리즈와 견줘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1997년 10월14일 체어맨이 세상에 등장했고, 시장의 관심은 떠들썩했다. 출시 당일 1,000대가 계약됐을 만큼 주목도 끌었다. 그리고 1호차는 당시 쌍용그룹을 진두지휘했던 김석준 회장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개발 중에 불어 닥친 외환위기가 발목을 잡았다. 막대한 개발비 투자로 쌍용차의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았고, 체어맨이 세상에 나오자마자 대우차가 쌍용차를 인수하며 체어맨의 3선 그릴은 곧바로 대우차를 상징했던 삼분할 그릴로 변경됐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대우그룹의 해체로 독립을 하게 된 쌍용차는 다시 3선 그릴로 체어맨을 부각시켰다.






 이후 체어맨은 2003년 뉴 체어맨으로 옷을 갈아입고 쌍용차의 최고급 자리를 지켜오다 2008년 체어맨 W 등장과 동시에 '체어맨 H'로 명맥을 이어갔다. 그러나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해 지난 2012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1997년 등장해 2012년 사라졌으니 15년 동안 쌍용차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고스란히 겪었던 셈이다.






 최근 쌍용차가 1997년 처음 생산라인에서 뽑아낸 체어맨 1호차를 기증받았다고 한다. 주인공은 쌍용건설 김석준 회장이다. 1992년부터 시작돼 1997년 체어맨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개발을 옆에서 지켜보았던 산증인으로서 18년 동안 33만㎞를 탔다고 한다. 개발에 애착을 쏟았던 당시의 열정이 18년을 유지하게 만들었던 원동력일까? 그는 쌍용차가 SUV 명가뿐 아니라 최고급 플래그십 세단의 명맥을 이어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과 경쟁해 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아직도 'W' 프로젝트의 장대한 목표를 간직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쌍용차에게 체어맨은 언제부터인가 고민거리가 됐다. 급기야 후속 차종을 세단이 아닌 체어맨 W 기반의 프리미엄 SUV로 가겠다는 입장도 나왔다. 종합자동차회사를 꿈꾸며 시작했던 체어맨이 18년이 흐른 지금 쌍용차의 발목을 잡는 차종으로 바뀌어 가는 중이다. 그래서 체어맨은 과거보다 앞날이 궁금한 차종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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