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김예나 기자] “마라톤 완주를 아주 훌륭하게 잘 끝낸 것 같아요.”
최근 서울 청담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MBC 드라마 ‘여자를 울려’(극본 하청옥, 연출 김근홍 박상훈) 종영 인터뷰에서 한경닷컴 bnt뉴스와 만난 김정은은 “전 여전히 정덕인이다”며 특유의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
“드라마 끝나고 네일아트부터 했어요. 최대한 화려하게요. 하지만 전 아직 정덕인인 것 같아요. 밥집 아줌마가 어디 가겠어요.(웃음)”
김정은은 지난달 30일 종영한 ‘여자를 울려’에서 강력계 형사 출신의 밥집 아줌마 정덕인 역으로 등장, 화끈한 액션 연기부터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까지 불사하는 연기 변신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여기에 드라마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더 격해지는 김정은의 감정 연기는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특히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심정을 깊이 있는 내면 연기로 소화하는 김정은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크게 공감했다.
극한의 감정 씬 극복 위해
작품 속 격렬한 감정 연기들을 회상하던 김정은은 “생각해보니 정말 끔찍하게 극한 감정 씬이 많았다. 이제야 말할 수 있지만 마치 혼자 모노드라마 한 편 찍은 기분이었다. 무대 위 제가 올라가면 ‘어디 한 번 해봐’ 하고 바라보는 느낌이랄까. 그 정도로 매 감정 씬이 제겐 공포였다”고 털어놨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모든 걸 ‘내려놓음’에 있었다. 그는 “20년간 쌓아온 모든 것들을 다 내려놨다. 그다지 아쉬운 것도 없었고, 대단하지도 않더라. 모든 걸 내려놓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다시 시작해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어려운 감정 씬에서 어떻게 연기해야할지 막막할 때마다 감독님께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말했어요. 그러면 감독님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저를 이끌어 주셨죠. 감독님과 상의하다보면 해답이 나오더라고요.”
또 하나의 방법은 ‘열어놓음’이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이 어느 샌가 한계로 자리 잡았고, 그 이상을 기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던 것. 이에 대해 김정은은 “제가 아는 것만 고집하다가는 망할 것 같았다. 그래서 모든 걸 다 열어놓고 시작했다. 이렇게 하면 또 다른 새로운 것들이 시작될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모든 엄마 시청자들, 든든한 지원군
이번 작품에서 단연 힘들었던 감정 씬으로 김정은은 “아무래도 모성애 연기였다”고 밝혔다. 그는 “솔직히 처음에는 눈물, 콧물에 침까지 튀기는 제 모습을 보고 여배우로서 너무 흉하지 않나 싶었다. 하지만 저는 극중 자식을 잃은 엄마였고, 이 감정을 표현하고 폭발하는 데에 있어 제가 무슨 짓을 해도 시청자들이 이해해줄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왜냐하면 엄마라는 존재는 대단하기 때문이다. 정덕인을 응원해주는 수많은 엄마 시청자들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굉장한 용기가 생겼다”고 전했다.
그 ‘용기’는 김정은에게 앞으로의 작품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만드는 ‘밑거름’이 됐다. 그는 “사실 이제까지 제가 쌓아온 20년은 묵은 때라고 생각한다. 그 묵은 때를 다 벗겨내고 ‘여자를 울려’와 6개월을 함께 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또 다른 때를 입었다. 전 지금의 새로운 때가 제게 도전할 수 있는 ‘용기’라고 생각 한다”고 운을 뗐다.
“3년 동안 쉬다가 ‘여자를 울려’를 시작할 때 솔직히 무서웠어요. 하지만 정덕인과 함께 한 지난 6개월 동안 저는 아주 큰 용기를 얻은 것 같아요. 정덕인처럼 아줌마가 된 기분이 들어서인지 이제 무서울 것도 전혀 없네요.(웃음)”
모르긴 몰라도 정덕인으로 인해 입혀진 ‘용기’라는 때는 쉽사리 벗겨지지 않을 것 같다. 부디 앞으로 10년이 흘러도, 20년이 흘러도 김정은에게 ‘여자를 울려’ 정덕인의 흔적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기를 바라본다. (사진제공: 별만들기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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