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이린 인턴기자 / 사진 김강유 기자] ‘신세계’에서는 비릿한 눈빛의 이준구로, ‘황제를 위하여’에서는 부산 최고의 조직 보스로, ‘살인의뢰’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연쇄살인마로 오금을 저리게 하더니 ‘오피스’에서는 관객들의 숨을 돌리게 한다.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로 ‘신 스틸러’를 넘어서 ‘신 메이커’로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하던 그가 ‘오피스’를 통해 우직한 형사로 돌아왔다.
영화 ‘오피스’(감독 홍원찬)는 자신의 가족을 무참히 살해하고 종적을 감춘 평범한 회사원이 다시 회사로 출근한 모습이 CCTV 화면에서 발견되고 그 후, 회사 동료들에게 의문의 사건들이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
정말 의외의 변신이다. 한 번 마주치면 잊을 수 없는 날카로운 눈빛과 간담이 서늘해지는 분위기로 스크린을 씹어 삼키던 박성웅이 힘을 뺀 연기로 스크린에 섰다.
“튀면 안 되는 역할이었어요. 자제하고 절제했습니다. 센 캐릭터가 아니어서 작품에 녹아들고 싶었어요. 전작들 때문에 제 이미지가 가만히 있어도 세 보이니까요. 관객 분들이 영화를 봤을 때 ‘얜 뭐했지?’라는 느낌이 들 정도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시나리오보다 더 안보여 드리려고 노력했습니다. 성공한 것 같아요.”
관객들에게 박성웅은 악역 전문 배우다. 앞서 말했듯 영화 ‘신세계’ ‘황제를 위하여’ ‘살인의뢰’ ‘무뢰한’ 등의 선 굵은 감정 연기와 힘 있는 액션으로 독보적인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하지만 ‘오피스’에서는 액션이 없는 것은 물론 극중 인물들을 그저 지켜보기만 한다.
“악역과 선역 중 뭐가 더 맞는 건 없는 것 같습니다. 특히 액션을 하면 재미는 있는데 힘이 드니까요. 이번 영화에서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너무 편했어요. 어느 날은 한 달이 지났는데 촬영장에 모르는 분이 왔다 갔다 하시더라고요. 보조출연자분이신가 했는데 무술감독님이셨어요. 늘 무술감독님과 가깝게 지내왔는데 이런 경우는 영화 찍고 처음이었습니다.(웃음)”
‘오피스’는 제 68회 칸 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에 이어 세계 유수의 10여개 해외영화제, 제 20회 부산국제영화제까지 공식 초청받아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아쉽게도 박성웅은 타 스케줄로 인해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을 드러내며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전 묻어가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관찰자적인 캐릭터이기도 하고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부터 ‘이렇게 해야겠다’생각하고 그 모습만 보여드리려고 했습니다. 촬영장에 와서 가만히만 있어도 중심이 잡힐 것 같다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다수의 작품에서도 드러났듯이 한 눈에 봐도 탄탄한 몸매에 모든 것을 꿰뚫을 듯한 눈빛이 의뭉스러우면서도 오묘하다. 그야말로 선과 악이 공존하는 페이스다.
“어렸을 때는 존재감 없는 아이였어요. 등치만 있고 얼굴은 순둥이였어요. 항상 웃을 때도 시골 아이처럼 웃고요. 그러다 대학교 때 서울에 와서 군대를 갔다온 후 ‘내 길을 찾아야 겠다’ 생각했죠. 그때부터 변했습니다. 무시당하는 걸 싫어해서 그때부터 무표정으로 지냈어요. 10년을요. 그러고 나서 보니까 주변에 사람이 없더라고요. 말을 거는 사람도 없고요. 그래서 10년 째 됐을 때서부터 작품을 하면서 말도 많이 하고 웃기도 많이 웃었죠. 그래서 무표정과 웃음이 쑥쑥 나오는 것 같아요.”
박성웅이 전작들의 강렬함을 벗어던지고 ‘오피스’로 돌아온 이유가 궁금했다. 하나의 역할에 짙은 색깔을 갖길 원하는 배우도 물론 있지만 박성웅은 “여러가지 캐릭터를 소화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제는 베테랑 배우로 손색없는 그 역시 ‘늘 매순간이 도전’이란다.
“지금까지 센 역할을 많이 해오다가 이번에는 선한 역할에 세지도 않은 역할을 맡았고 촬영 중인 ‘검사외전’에서도 나쁜 놈도 아니고 착한 놈도 아닌 역할이에요. 어떤 캐릭터든지 매 순간이 도전이라고 생각해서 재밌어요. 악역도 들어오면 물론 해야죠. 코미디도 해보고 싶습니다.”
캐릭터가 강렬하다보니 그의 영화 속 대사도 늘 회자될 수밖에 없다. 악역의 입지를 다진 ‘신세계’ 속 그의 대사 ‘살려는 드릴게’가 그러하다.
“넘어야할 산인 것 같습니다. 너무 오래되기도 했고 너무 그 때만 언급되다 보니 캐릭터가 한정되는 것 같고요. 그래서 이중구 캐릭터와는 다른 ‘살인의뢰’를 한 겁니다. ‘뭘 해도 이준구다’라는 말씀을 많이 하셔서 슬슬 떠나보낼 때가 됐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쉽사리 떠나보낼 수 없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신세계2’를 하게 되면 또 다른 이준구의 모습이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웃음)”
독보적인 캐릭터들로 관객들의 뇌리에 박힌 이유 중 하나는 끊임없이 작품을 이어가는 그의 노력도 한 몫을 하지 않았을까. 쉴 틈 없이 작품을 이어가고 있는 그의 모습이 늘 반갑고 설렌다.
“물들어왔을 때 노를 젓고 있는데 여유롭게 젓는 중이에요. 물살을 따라 젓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도 택한 겁니다. 순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냥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모든 배우들이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죽을 때까지 배우가 되는 게 목표일 거예요.”
“매번 만족한 적 없어요. 노력은 100%하지만 만족할 수 없더라고요. 100%가 안 되면 80% 90%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50% 이하로 떨어지면 그건 문제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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