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LPG차시장 넘보는 르노삼성, 긴장감 애써 감추는 현대·기아

입력 2015-09-07 12:30   수정 2015-09-20 16:29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한 국산 중형 승용차는 모두 20만5,395대다. 이 숫자가 모두 자가용은 아니다. 택시나 렌터카 등으로 나가는 LPG차도 있다. 무려 9만2,300대에 달했다. LPG차의 비중이 44.9%에 이르는 셈이다. 이 중 현대자동차 쏘나타와 기아자동차 K5가 8만4,700대에 달한다. 중형 LPG차의 91.8%를 두 차가 차지했다. 현대·기아차가 LPG차시장을 싹쓸이한 배경은 무엇일까.

 직접적인 이유는 경쟁사의 LPG차 포기다. 과거 개인택시시장을 휩쓸었던 르노삼성자동차는 비싼 차값이 걸림돌로 작용해 그 동안 영업용 차의 판매를 중단했다. 쉐보레 또한 자가용 디젤차 판매에 주력하느라 영업용 LPG차는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이렇게 양사가 외면하는 사이 현대·기아차는 영업용차시장을 집중 공략했고, 결국 독점적 지위를 갖게 됐다. 그러자 영업용 택시업계를 중심으로 현대·기아차 대안찾기에 활발히 나섰다. 그러나 마땅한 카드가 없었다. 르노삼성이 LPG차시장을 주목하게 된 배경이다.






 르노삼성으로선 중형 영업용 LPG차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한 현대·기아차 밥그릇을 뺏어오는 게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틈새를 노리며 아이디어를 하나 냈다. 바로 도넛형 탱크다. 르노삼성 고유 상표로 등록한 '도넛(Donut)'은 LPG의 연료탱크를 지칭하는 말이다. 마치 도넛처럼 생겼다고 상표로도 등록했다.

 도넛 형태를 생각해낸 건 공간활용성 때문이다. 그 동안 LPG차의 연료탱크는 실린더 타입이 전부였고, 설계상 탱크를 넣을 곳은 트렁크밖에 없었다. 따라서 LPG 승용차 트렁크의 일부분은 늘 연료탱크가 차지했고, 조금 큰 가방은 실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심지어 휴일 자가용으로 차를 쓰는 개인택시 사업자도 가족여행 때 큰 가방을 넣지 못해 불편을 겪었다.  

 이런 이유로 도넛 형태의 탱크를 만들기로 한 르노삼성에겐 살펴야 하는 과제가 있었다. 바로 소비자 트렌드다. 도넛으로 형태를 바꾸면 탑재할 곳은 트렁크 바닥의 예비타이어 자리였는데, 그러자면 예비타이어를 없애야 했다. 그래서 곧바로 시장조사에 나섰다. 그 결과 펑크 때 응급조치만 가능하다면 트렁크 공간을 온전히 쓰는 게 훨씬 낫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르노삼성은 곧 아이디어 현실화에 나섰다. 그러면서 홀로 나서기보다 LPG 연료를 판매하는 에너지업계를 끌어들였다. 르노삼성이 개발할테니 완성하면 함께 판매해보자고 제안했다. LPG업계는 당연히 르노삼성의 제안을 반겼다. 누가 개발하든 LPG차가 늘어나는 걸 마다할 이유가 없어서였다. 결국 대한LPG협회가 총 개발비 200억 원 중 10억 원을 내놨다. 

 개발과정에서 또 다른 과제가 나타났다. 바로 효율이었다. 도넛 탱크를 탑재하되 무거우면 효율에서 손해를 보는데, 영업용에서 효율은 곧 돈이었다. 그래서 소재를 가벼운 것으로 바꾸려 했고, 여기에는 포스코가 나섰다. 포스코는 최대한 외벽 두께를 얇게 만들었는데, 덕분에 탱크 무게를 목표 수준에 맞출 수 있었다.

 도넛 탱크를 어느 정도 완성했을 때 또 하나의 난관이 나타났다. 안전성이었다. 예비타이어 자리에 위치한 만큼 후방 추돌 때 위험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됐다. 그러자 르노삼성은 충돌시험을 실시했고, 안전성을 입증했다. 이렇게 개발한 차가 바로 'SM5 노바 도넛'이다. 현대·기아차의 막강한 LPG시장 철옹성을 '도넛'으로 뚫겠다는 강한 의지를 제품으로 연결한 셈이다. 

 올해 1월 등장한 SM5 노바 도넛의 반응은 괜찮은 편이다. 개인택시를 중심으로 수요가 적지 않다. 르노삼성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SM5는 모두 1만3,423대가 팔렸는데, 이 중 도넛이 3,730대로 SM5 전체 판매의 28%를 차지했다. 특히 영업용 택시의 판매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도넛형 탱크를 장착한 택시 판매는 전년동기 대비 14.3% 늘었다. 직전 하반기와 비교하면 42.7%나 증가한 수치다.






 여기에 고무된 르노삼성은 SM5에 이어 지난 8월 SM7 LPe도 내놨다. 2.0ℓ 엔진으로 다운사이징했고, 역시 도넛 탱크로 공간을 확보했다. 덕분에 그랜저 LPG 대비 최대 940만 원 절감이 가능하다고 회사측은 강조했다. 

 얼마 전 르노삼성과 택시업계가 만남을 가졌다. 택시업계는 르노삼성의 적극적인 행보를 주문했다. 물론 그들이 르노삼성 SM5 노바 도넛을 이용해 현대·기아차에 더 많은 걸 얻어내려는 숨은 뜻도 있겠지만 중요한 건 준대형 LPG차 경쟁을 다시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르노삼성은 날카로운 공격을 이미 시작했다. 그래서 긴장감을 애써 감추는 현대·기아차가 어떻게 대응할 지에 관심이 쏠린다.  

 권용주 선임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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