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돼지 같은 여자’, 사는게 다 그렇죠

입력 2015-09-08 20:00  


[bnt뉴스 이린 인턴기자] 황정음은 제대로 벗었고 이종혁은 완전히 입었다.

‘이제 낚을 건, 남자밖에 없다’던 ‘돼지 같은 여자’가 평범한 사랑과 삶에 목말라 있는 관객들을 제대로 낚기 위해 스크린을 찾았다. ‘행복한 장의사’ ‘바람 피기 좋은 날’로 관객들에게 진정한 웃음을 안겨줬던 장문일 감독이 영화 ‘돼지 같은 여자’로 8년 만에 컴백했다.

‘돼지 같은 여자’는 바닷가 마을의 유일한 총각 준섭(이종혁)을 두고 무공해 처녀 3인 재화(황정음), 유자(최여진), 미자(박진주)가 벌이는 총각 쟁탈전을 그린 유쾌한 어촌 로맨스 영화.

보기만 해도 진득한 갯벌에서 머리를 풀어헤치고 정신없이 일을 하고, 집 나간 돼지를 쫓아다니며 돼지들이 새끼를 배기만을 목 빠지게 기다리는 등 여성스러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재화 역을 맡은 황정음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180도 변신했다.

이종혁은 기존의 이미지를 그대로 간직하며 특유의 해맑은 미소를 머금었다. 이종혁이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친절하고 때 묻지 않은 그의 모습이 수상하리만치 다정하기도 하다.


“이 마을에 어울리지 않아 더욱 돋보인다”는 장문일 감독의 말처럼 이 영화는 역설적인 면모를 수없이 드러낸다. 바닷가의 삼겹살 집, 야한 옷을 입은 화려한 술집 아가씨들은 잔잔하고 고요한 어촌 마을의 룰을 과감히 깬다. 정적을 소음으로 바꾸지만 바위에 부딪히는 거친 파도 소리처럼 자연스럽다.

‘돼지 같은 여자’에서 표현된 삶 속 사랑도 마찬가지다. 비단 장문일 감독이 표현하고 싶었던 건 버라이어티한 어촌 로맨스뿐만 아니라 사람 사는 이야기일 거다. 그 속에서 당연한 것들과 그렇지 않은 것, 그럴 수도 있는 것들이 모여서 121분을 채웠다. 아름다운 어촌 마을에 인간미 넘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장문일 감독 특유의 감성과 더불어 쉴 새 없이 관객들의 시선을 이끈다.

이들이 사는 마을은 분명 평범하고 아름답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돋보이고 특별하게 다가온다. 그들의 웃음 속에 담긴 감독만의 페이소스가 투박하게 묻어나온다. 관객들은 ‘돼지 같은 여자’에서 네 남녀의 로맨스보다 더 값진 ‘무언가’를 찾지 않을까.

한편 장문일 감독의 ‘돼지 같은 여자’는 제39회몬트리올 국제영화제 ‘비경쟁 신작’ 부분에 초청됐다. ‘바람 피기 좋은 날’ ‘행복한 장이사’에 이어 세 번째 영예인 만큼 장문일 감독이 추구하는 철학이 투영된 앞으로의 새로운 시도들을 더욱 기대케 한다.

‘돼지 같은 여자’는 10일 전국 극장가에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사진제공: 아이필름/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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