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스테파니 리, 힘차게 틔워낸 꽃봉오리

입력 2015-09-14 11:15  


[bnt뉴스 김희경 인턴기자 / 사진 김강유 기자] 어디에서 본 적 없는 캐릭터를 스테파니 리는 보란 듯이 소화했다. 걱정과 우려 속 브라운관에 등장하며 오로지 신씨아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최근 SBS 수목드라마 ‘용팔이’(극본 장혁린, 연출 오진석)에서 한신병원 VIP 고객 담당 팀장 신씨아 역을 맡았던 스테파니 리가 한경닷컴 bnt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당초 ‘용팔이’ 종영까지 얼굴을 비출 거라는 시청자들의 예상과 달리 신씨아는 8회를 마지막으로 하차하게 돼 큰 아쉬움을 남겼다. 이에 대해 스테파니 리는 “이미 작가님에게 들어 알고 있었다”며 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부터 8회까지만 나오는 걸 알고 있었어요. 미리 예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하차’라는 단어로 기사가 나와서 많은 분들이 더 아쉬워해주신 것 같아요. 지인분들은 ‘무슨 일 있어?’라고 물어보시거나 ‘나한테는 얘기해도 돼’라면서 진심으로 걱정해주셨어요. 그럴 때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니에요’라면서 해명하고 다녔죠.(웃음)”


신씨아의 매력은 자신감이 넘치는 태도뿐만 아니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차려입은 패션도 한 몫 한다. 모델 출신인 그에게 있어 신씨아의 매력을 더욱 극대화하기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작가님이 걱정을 많이 하셨다”며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패션 쪽에서 일했기 때문에 의상에서 도움이 된 부분은 있는 것 같아요. 대본상에는 디테일하게 뭘 입겠다는 건 안 나왔으니까요. 스타일리스트에게 무작정 맡기기 보다는 같이 공유하거나 의논도 했죠, 하지만 그렇게 결정한 부분 또한 작가님과 PD님에게 일일이 컨펌을 받아가며 했어요.”

“사실 작가님이 처음 저를 보고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신씨아는 차갑고 도도한 여자인데 저의 본래 성격과는 너무 달랐으니까요. 하지만 작가님이 나중에는 ‘내가 생각한 신씨아가 맞는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제가 신씨아라는 캐릭터에 뭔가를 덧붙여서 만들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작가님이 저에게 신씨아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셨죠.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신씨아의 톤, 말투, 대화의 속도감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디테일한 면을 컨펌 받았어요. 저는 다른 연기자 선배님들과 달리 부족한 점이 많아서 그만큼 도와주신 것 같아요.”


신씨아는 톡톡 튀면서도 터프한 차도녀의 모습을 가졌다. 기존 연기자가 도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전형적인 캐릭터가 아니었다. “앞으로는 신씨아 같은 역만 들어오는 것 아니냐”라는 농담에 그는 “생각보다 신씨아 같은 캐릭터가 별로 없다”고 대답했다.

“생각해보면 신씨아 같은 캐릭터가 별로 없어요. 캐스팅 확정이 되고 나서 신씨아 연기에 참고할만한 캐릭터를 찾아보려고 했어요. 그런데 드라마에선 없더라고요. 다른 연기자분이 했더라면 그걸 보고 싶었는데 아쉬웠죠. 하지만 기존에 없던 캐릭터였기 때문에 시청자분들이 더 좋아해주신 것 같아요.”

두 번째 작품으로 김태희, 주원 등 톱스타들과 함께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캐릭터를 연기해야 했던 스테파니 리. 허나 지난해 방송된 JTBC ‘선암여고 탐정단’의 최성윤 역 또한 만만치 않은 캐릭터였다.

“첫 연기를 했던 최성윤도 특이한 캐릭터였어요. 일방적이지 않고 평상시에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아이도 아니었죠. 연기력이 다져지지 않은 상태에서 저에겐 둘 다 어려운 연기였어요. 만약 저나 다른 사람과 비슷한 캐릭터였다면 제스쳐나 말투를 따올 것 같은데 없어서 처음부터 다 일일이 만들어내야 했어요. 신인으로서 어려운 점이 많았던 것 같아요. 최성윤과 신씨아 둘 다 너무 다르지만 매력적이고, 개성이 너무 뚜렷한 친구들이에요. 다음 연기할 때는 저와 비슷한 역을 해보고 싶어요.(웃음)”


스테파니 리는 카메라 밖을 나선 뒤에도 신씨아와 최성윤 모두 변함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마치 단조로운 실뭉치를 뜨개질해 옷을 만든 것처럼 모든 것을 짜낸 두 캐릭터로 인해 스테파니 리는 “겪어보지 못했던 또 다른 세상을 보게 됐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최성윤을 연기할 땐 더 순수해진 것 같아 좋았어요. 사실 제가 일찍 일하게 돼서 고등학교를 다 못 마쳤거든요. 성윤이는 4차원적인 매력으로 학교생활을 순수하게 즐기는 아이여서 대리만족을 하는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신씨아는 직장 생활을 하는 멋진 커리어우먼이잖아요. 반면에 저는 그런 생활을 겪어보지 못하는 프리랜서니까 회사 생활에 대한 매력을 느끼게 해준 것 같아요.”

“신씨아는 운전을 정말 잘 하지만 저는 정말 안전운전을 고수해요.(웃음) 면허 딴 지는 1년 정도 됐는데 별로 해보지 않아서 미숙해요. 옆에서 빵빵대면 아직도 화들짝 놀라고, 얘기하다가 길을 잘못 들기도 해요. 그런데 신씨아가 운전하는 장면은 정말 스릴 넘치게 찍었어요. 법적으로 도로 노선을 마음대로 오가거나 다른 차를 추월하는 건 안 되잖아요. 신씨아의 대범함으로 마치 익스트림 스포츠를 하는 것처럼 스릴이 있었어요. 요새는 가끔 운전하다 뻥 뚫린 길을 갈 때면 종종 착각할 때가 있어요. 갑자기 제 안의 신씨아가 튀어나올 것 같은 때. 그럴 때마다 ‘안 돼, 참아’라면서 다스리죠.(웃음)”


시종일관 웃음으로 인터뷰에 응하던 스테파니 리는 “10년 뒤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 것 같나”라는 질문에 “직업적인 것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한다”며 제법 속 깊은 답을 내놓았다.
“그냥 바람 하나가 있다면 지금처럼만 웃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정말 소박하면서도 이루기 어렵다는 걸 알지만 지금은 그래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따뜻한 사람을 보면 ‘쟤는 어떻다더라’라는 말보다는 ‘음’이라는 긍정적인 소리를 듣는 사람이고 싶어요. 얼마 전에 오드리 햅번 전시회를 간 적이 있는데, 사진이나 그분의 작품을 볼 때 사람들은 ‘그 배우 연기 잘 하지’라는 평가보다 ‘우와’라는 리액션이 먼저 나오더라고요. 오드리 햅번은 배우로서의 직업을 살고 나중에는 봉사를 하며 살았잖아요. 그는 따뜻한 배우라기보다는 따뜻한 사람 같이 느껴져요. 그리고 저도 그렇게 사람들이 따뜻하다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잠시 브라운관 밖을 나온 스테파니 리의 모습은 그저 순박하고 마음 고운 평범한 23살의 여자였다. 하지만 자신의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내뱉는 그의 눈은 생기로 반짝였다. 외유내강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스테파니 리가 순수하면서도 강단 있는 자신만의 길을 구축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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