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김예나 기자] 어느 겨울, 고즈넉한 궁궐에서의 첫 만남. 함춘수(정재영)와 윤희정(김민희)의 이야기는 ‘지금’과 ‘그때’로 나뉜다.
허나 지금이 먼저인지 그때가 먼저인지 생각할수록 분간하기 어렵다. 분명 순서상 그때가 먼저일 텐데 다시 생각해보면 지금 같기도 하다. 도무지 무슨 말인가 싶어 갸우뚱 했다면 단 한 가지만 생각하는 게 좋겠다. ‘지금’이든 ‘그때’든, “그 순간에 충실 하라”는 중요한 사실. 결국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가 하고 싶은 이야기다.
영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감독 홍상수)는 데뷔 20주년을 맞은 홍상수 감독의 17번째 장편영화다. 제68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 대상(황금표범상)에 빛날 뿐만 아니라 주연 배우 정재영은 남우주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영화는 함춘수와 윤희정의 만남에서부터 이별까지, 하루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벌어지는 일들을 그려낸다. 사실 그보다 관찰에 더 가깝다. 주고받는 대사들은 지극히 개인적이다. 시작부터 제 이야기를 주절주절 늘어놓는 두 인물에 대한 호기심은 점점 커진다.
홍 감독은 영화를 1부와 2부로 나눴다. 시간의 흐름 때문이 아니다. 똑같은 상황이 한 번 더 반복되는 가운데 두 인물의 감정적 태도의 변화, 그에 따른 제스처, 얼굴표정, 말투 등의 변화에 집중한다.
사실 1부와 2부라기엔 제법 거창하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한 시간 동안 호흡을 이어온 관객들에게는 힘 빠지는 상황이기 때문. 1부와 2부의 설정, 인물의 동선 심지어 감정 톤마저 크게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 호흡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니 말이다.
하지만 영화는 지치지 않는다. 물론 관객들도 지칠 수 없다. 때문에 또 다시 쫓는다. 그렇게 쫓다보면 인물들이 1부에 비해 서로 보다 솔직해졌음을 알 수 있다. 감정 표현 역시 한층 적극적이다. 무엇보다 웃음 포인트라고 찾아볼 수 없던 영화가 한결 재밌어졌음을 느낄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유에는 두 인물의 감정적, 상황적 변화를 가장 먼저 들 수 있다. 또한 배우 고아성, 윤여정, 기주봉, 유준상, 서영화, 최화정 등 존재감 확실한 조연들의 등장 역시 큰 몫을 차지한다. 작품 속에서 이들이 대단한 활약을 펼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등장 자체만으로도 분위기를 환기시키며 관객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안긴다.
아쉬운 점은 영화의 무미건조함이다. 홍 감독 작품 특유의 톤, 분위기, 색깔 등을 감안한다고 해도, 아쉽다. 크게 자극적이지 않고, 유한 흐름 안에서 관객들을 집중시킬 수 있는 홍 감독 작품의 힘이 드러나지 않기에 의아하다.
물론 배우들의 연기 호흡은 나무랄 데 없이 좋다. 꾸며진 설정이나 가둬놓은 캐릭터가 아니기에 더없이 자연스러운 연기가 돋보인다. 함춘수는 정재영을, 윤희정은 김민희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서 반갑다. 더 매력적이다.
이처럼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는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다. 분리된 영화 구성, 반복적인 상황 설정 그 속에 존재하는 미묘한 감정 변화가 관객들에게 재미 요소라는 것은 분명하다. 또한 정재영과 김민희의 연기 호흡과 인물 표현은 박수가 절로 나온다.
그렇지만 한 가지, 여전히 뭔가가 아쉽다. 어쩌면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후속 이야기가 존재하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함춘수와 윤희정을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서 다시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다. 24일 개봉 예정. (사진제공: 전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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