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자동차의 지옥, 노르트슐라이페를 달리다

입력 2015-09-21 08:35   수정 2015-10-21 15:22


 독일의 북서부 작은 마을 뉘르부르크를 유명하게 만든 건 하나의 서킷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뉘르부르크링'이 위치한 것. 이 곳은 북쪽의 노르트슐라이페와 남쪽의 GP 슈트레케 등 두 구간으로 나뉜다.

 노르트슐라이페는 '녹색지옥'으로 불릴 정도로 악명이 자자하다. 한 바퀴 20.8㎞ 길이에 300m에 달하는 고저 차이, 73개 코너로 이뤄진 험난한 포장도로 구성 때문이다. 그러나 경주나 특별 행사가 없는 날이면 일반인들도 쉽게 달려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의 차 또는 서킷 내 렌터카를 이용해 '링카드'를 발급받고 직접 운전하거나 '링택시'를 통해 동승 체험하면 된다. 이 가운데 녹색지옥을 직접 맛보기 위해 27유로(약 3만6,000원)의 링카드를 발급받았다.











 유럽 특유의 흐린 날씨와 잦은 안개로 인해 서킷은 을씨년스럽다. 게다가 비까지 내리면서 묘한 긴장감을 더했다. 링카드를 서킷 진입구간에 마련한 단말기에 태그하면 자동차의 지옥문이 열린다. 라바콘으로 짧게 그린 슬라럼구간을 통과한 후 직선구간에서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게임이나 동영상으로만 접하던 서킷을 직접 돌게 되니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자칫하다간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무서운 구간들이 나타나 마음을 추스려야만 했다. 완만하고 정직한 코너보다 끝이 보이지 않는 블라인드 코너가 더 많았다. 따라서 가속 페달을 밟는 데도 주의가 필요했으며, 언더스티어로 차가 코너 바깥으로 밀리는 경우도 생겨났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확실한 구간에선 놀이기구를 타는 것처럼 아드레날린이 뿜어져 나왔다.






 개방 서킷답게 일반인들의 실수가 잦아 하루에도 수차례의 사고가 발생한다. 이 곳을 찾았던 날에도 반파돼 끌려나오는 차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주행중엔 곳곳에 배치된 안전요원이 사고에 따른 감속을 요구하기도 했다. 일부 위험구간은 실제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기리기 위한 문구가 써 있기도 했다. 대형사고가 나면 전면통제가 이뤄져 차를 빌렸거나 링카드를 쥐고 있어도 달릴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는 게 서킷 관계자의 설명이다.






 서킷을 달리는 도중엔 바깥에서 주행모습을 구경하는 관람객들을 볼 수 있다. 이들은 고성능차들이 질주하는 모습과, 이따금씩 발생하는 사고장면을 보기 위해 이 곳을 찾는다고 한다. 평일엔 외신으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테스트카들의 시험주행 장면을 촬영하기 위한 카메라도 즐비하다고 한다.

 소형차를 타고 달리는 첫 경험이었던 만큼 뒤에서 달려오는 고성능차에 진로를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추월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차선만 없을 뿐 느린 차가 우측으로 비켜주고 빠른 차가 왼편으로 빠져나가는 기본적인 상식이 통해서다. 이렇게 10여분동안 몇 번을 추월당하고 타이어의 비명이 끝나자 2㎞ 남짓의 마지막 직선주로가 나타났다.






 일반 서킷의 4배에 달하는 길이와 급격한 고저 차이의·코너들은 운전기술은 물론 자동차의 내구력을 바탕으로 한 고성능을 요구한다. 24시간 내구레이스와 자동차제작사들의 성능시험을 주로 진행하는 이유다. 특히 역동성을 강조하는 완성차회사들이 신차에 대한 담금질을 하기에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실제 서킷은 아우디, BMW, 벤츠 등의 독일 고급 완성차회사를 비롯해 고성능 제품을 만드는 다양한 회사들이 찾고 있다. 국내의 현대자동차도 지난 2013년 이 곳에 둥지를 틀었다.

 노르트슐라이페의 랩타임은 실제 고성능차의 잣대가 되기도 한다. 현재(2015년 9월) 이 곳을 가장 빨리 달린 차는 래디컬 SR8LM 프로토타입으로, 6분48초를 기록했다. 양산차는 포르쉐 918 스파이더가 6분57초로 1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서킷을 찾은 사람들에게 랩타임은 중요치 않아 보인다. '모터스포츠의 성지'로 꼽히는 곳을 직접 달렸다는 이유만으로도 의미가 깊어서다. 녹색지옥을 무사히 완주하면 그 기쁨으로 천국을 맛보게 된다. 다양한 기념품들을 판매하고 있지만 세계에서 가장 짜릿한 서킷을 안전하게 주행한 기쁨이 결국 가장 의미있는 기념품이 되는 셈이다.

뉘르부르크(독일)=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 [르포]영국의 저탄소차 박람회를 아시나요?
▶ [르포]가벼움을 향한 집념, 영국 NCC를 가다
▶ [르포]현대차, "연비 과장이라니? 소비자 직접 검증"
▶ [르포]포르쉐, 서킷에서 드러낸 치명적 바이러스
▶ [르포]하이브리드카, 여행 동반자로 '불티'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