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을 만든 이후 산업혁명을 이끈 영국이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 한 때 독일 및 프랑스와 어깨를 견줬던 자동차산업 부활을 위해 영국 정부가 팔을 걷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국이 노리는 것은 단순한 자동차가 아니라 이른바 '저탄소 혁명'이다. 자동차산업의 부흥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탈 것'의 시대를 개척하되 초점은 '저탄소'에 맞추겠다는 얘기다. 자동차 뿐 아니라 움직이는 교통수단 모두를 저탄소 기술로 대체, 내연기관차 중심의 140년 역사를 서서히 변화시킨다는 게 핵심이다.
영국은 기본적으로 단계별 전략을 추진 중이다. 먼저 저탄소에 대한 다양한 기술 아이디어 발굴은 APC가 맡는다. APC는 저탄소 추진 시스템의 혁신과 생산을 위한 산업 전반계의 협력체다. 이를 위해 지원해야 할 산업분야를 크게 전기동력, 에너지저장장치(ESS), 저탄소 내연기관, 경량화 등으로 나누고 영국에 기반이 있다면 자본의 소유주를 구분하지 않고 지원한다(관련 기사 ▶ 영국 자동차의 미래전략, 'APC'를 만나다).
APC가 연구개발 중심의 지원이라면 '이노베이트 UK'는 일반 기업 출신 직원들로 구성된 기술 상업화 지원 조직이다. 영국 정부가 추진 중인 '저탄소 산업으로의 재편'을 위한 실행 기구인 셈이다. 이들은 영국의 미래 경제 성장을 이끄는 과학과 기술 발전 분야를 발굴하는데 집중한다. 여기서 발굴된 기술은 상업화를 위한 지원을 통해 구현되고, 각 기업과 연계한다. 이노베이트 UK의 저탄소차 플랫폼 리더인 팀 오브라이언은 "중요한 것은 연구개발로 완성된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장에 연결할 수 있느냐"라며 "이노베이트 UK는 저탄소 관련 기술의 상업화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라고 설명한다. 실제 최근 영국이 미래의 대중적 교통수단으로 내세우려는 2인승 자율주행전기차 '캐터펄트(Catapult)' 또한 이노베이트 UK의 지원으로 현실 세계 등장을 준비했다고 덧붙인다.
이처럼 이노베이트 UK를 비롯한 다양한 기관 및 기업의 협력으로 만들어진 저탄소 이동 수단의 결과물은 저탄소 교통 시스템 구축에 나서는 'TSC(Transport Systems Catapult)'로 연결된다. TSC는 보다 똑똑하고, 효율 높은 수송 시스템 운용을 위해 설립됐기 때문이다. 다양한 기업의 새로운 이동 수단의 활용성을 지원키 위해 영국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TSC 마크 레드섬 매니저는 "TSC는 앞으로 등장할 다양한 저탄소 교통수단의 지능형 연결을 이뤄내는 곳"이라며 "자율주행차에서 디지털 연결 공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라고 강조한다. 더불어 "TSC는 이노베이트 UK의 지원과 산업계의 공공 펀드로 운영되는 만큼 이윤을 추구하지 않고, 오로지 인프라와 전문 기술 등을 확보해 저탄소 대중 교통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집중한다"고 말한다.
결론적으로 영국의 저탄소 혁명은 '기술 아이디어 발굴-아이디어의 상업화-결과물의 체계적 운용'이라는 3단계 전략으로 추진되는 중이다. 산업혁명으로 제조업을 이끌었던 경험을 '저탄소'로 다시 부활시키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셈이다. 물론 영국 자동차위원회(Automotive Council)가 모든 것을 주도하지만 이들은 기금만 지원할 뿐 구체적인 연구와 상업화는 민간이 맡는 방식이다. 이런 이유로 지원 대상은 영국에 발을 들이는 외자기업에게도 활짝 열어두고 있다. 이와 관련, 제이 내글리 영국무역투자청 자동차 담당은 "영국의 저탄소 산업 지원 정책은 자본의 소유주와 관계없이 영국에 발을 들이는 모든 기업에 해당된다"며 "독일 및 프랑스보다 기업 환경을 보다 안정시켜 나가는 중"이라고 말한다.
저탄소 산업 혁명 의지는 지난 9-10일 이틀 동안 밀브룩에서 열린 '2015 저탄소차 박람회'에서 충분히 읽었다(관련 기사 ▶ [르포]영국의 저탄소차 박람회를 아시나요?). 저탄소로 유럽 내 새로운 자동차 강국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단지 꿈이 아닌 현실로 옮겨가고 있어서다. 이를 통해 한 때 독일에게 내준 자동차산업의 주도권을 되찾아 오겠다는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독일이 디젤차 스캔들을 겪고 있으니 영국으로선 '저탄소'에 더욱 탄력을 붙일 수 있게 됐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것 같지만 어찌 보면 그만큼 탄탄한 준비를 해온 결과물일 수도 있다. 그래서 영국의 저탄소 혁명, 예상보다 빠르게 가시화될 것 같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