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이어 국내에서도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매매대금 반환 소송이 청구됐다. 아우디폭스바겐그룹이 배출가스 소프트웨어 조작을 인정한 2009년형 폭스바겐 티구안 2.0ℓ TDI와 2014년형 아우디 Q5 2.0ℓ TDI가 대상이다. 이들 소비자는 구입 때 매매대금은 물론 구입 시점부터 연리 5%의 이자도 반환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일 법무법인 바른에 따르면 이번 소송은 수입사가 '클린 디젤'이라는 슬로건을 사용했고, 소비자가 이를 믿고 제품을 구매했지만 결과적으로 제조사의 '조작'이 드러난 만큼 소비자가 손해를 입었다는 게 배경이다. 더불어 대환경보전법상 배출허용 기준을 충족하게 하려면 성능 저하와 효율 악화가 뒤따르는 만큼 추가적인 손해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브랜드 가치가 훼손돼 중고차 구입 수요가 급감한 점을 내세웠다.
무엇보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자동차의 본질적 기능에 대한 해석이 관건이다. 배출가스 조작이 실제 소비자에게 경제적 손실을 입혔느냐가 중요하다는 것. 하지만 전문가들은 산정이 가능한 물질적인 피해 입증이 쉽지 않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조작으로 질소산화물 배출이 많지만 이는 곧 정부의 표시연비 측정 효율을 넘는 것이고, 이 같은 고효율은 소비자의 연료비 지출 감소로 연결됐음을 주목한다. 다시 말해 시험 때 ℓ당 20㎞의 효율이 측정됐다면 실주행 때는 그보다 더 높은 효율이 나오도록 소프트웨어를 조작했고, 소비자 입장에선 시험실에서 규정에 맞게 측정된 표시효율을 보고 구입한 만큼 경제적 손해는 없었다는 얘기다. 다만, 의도적으로 질소산화물 배출을 늘린 만큼 보편적 환경에 대한 책임 부분은 따져볼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물론 해당 소프트웨어를 제거한 뒤 실험실 내 배출가스 측정에서 당초 표시했던 효율보다 오차 범위를 벗어나 떨어진다면 차액은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다. 이미 국내에서도 제조사가 자발적으로 보상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시험실 측정에선 정상적으로 정화장치가 가동되도록 프로그램 돼 있는 만큼 표시연비가 오차를 벗어날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둘째는 해당 소비자가 '클린 디젤' 광고에 얼마나 영향 받았느냐를 입증하는 일이다. 다시 말해 '클린 디젤'이 구매에 미친 영향력을 따져봐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교통전문 정성훈 변호사는 "자동차는 기본적으로 타고 다니는 게 일차적인 목적"이라며 "소송의 핵심은 클린 디젤의 광고가 없었다면 해당 제품을 구입하지 않았을 것인가로 모아진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자동차를 구입한 목적을 달성하는데 있어 배출가스 조작이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느냐를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셋째는 브랜드 가치 훼손에 따른 중고차 가치 하락이다. 그러나 이 또한 추상적인 부분인 데다 중고차는 관리 상태 및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게 일반적이어서 실질적인 손해 배상을 정하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의견이다. 공학박사 출신으로 유명한 법무법인 세광의 최규호 변호사는 "중고차 가치 하락과 조작의 인과 관계를 따지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며 "물질적 손해를 입증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놨다. 반면 리콜을 통해 소프트웨어를 제거한 뒤 연비가 떨어져 매물이 쏟아지고 수요가 줄어 가치가 떨어진다면 얘기는 달라진다는 견해도 있다. 가치 하락 배경에 '조작'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이런 이유로 법조계에선 이번 손해 배상의 쟁점은 물질보다 정신적 피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폭스바겐과 아우디라는 제조사 브랜드를 믿었던 소비자들이 이른바 '의도적 조작'이라는 기업의 윤리적 문제로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합의에 의한 조정도 가능하다는 게 법조계의 견해다.
하지만 수입사 입장에선 조정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소송 당사자는 소수지만 조정에 의한 합의는 해당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정성훈 변호사는 "개별적으로 구매 이유야 모두 다르겠지만 정신적 손해가 인정되면 소송 당사자 외에 해당 제품을 구매한 모든 소비자에게 공평하게 보상을 해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소송에서 피해자들이 배상 책임자로 지목한 판매사의 경우 오히려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는 점에서 손해를 배상할 당사자가 아니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최규호 변호사는 "판매사는 조작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영업을 했고, 오히려 조작 때문에 판매가 취소되는 등 사실 이번 조작의 가장 큰 피해자일 수 있다"며 "배상의 책임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에게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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