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훈의 馬車 이야기⑥] 대륙을 호령한다, 닛산 캐시카이

입력 2015-10-01 08:50  


 "캐시카이는 동급 중에서 독보적으로 빛나는 모델로, 다양한 매력을 통해 소비자 구매욕을 자극한다. 스타일리시하면서도 기능적인 인테리어는 패밀리카로도 매우 적합하다"

 영국의 유력 자동차 매거진 '왓카(what car?)' 편집장 캐스 할렛이 닛산 캐시카이(Qashqai)를 두고 한 말이다. 실제 캐시카이 개발 때 닛산은 뛰어난 가시성과 넉넉한 실내 공간 등 SUV 고유의 장점은 그대로 살리면서 도시 일상에 적합한 성능과 효율 결합을 목표로 했다.

 그리고 2004년 3월, 제네바모터쇼에서 캐시카이 컨셉트 모델이 최초로 공개됐다. 그리고 3년 후 등장한 1세대는 다이내믹한 디자인에 스포티한 운전 경험을 제공하는 운전석과 편안한 탑승자 공간을 겸비했다. 유로엔캡(Euro NCAP)의 엄격한 충돌 시험에서도 최고 37점 중 36.83점이라는 높은 점수로 최고 안전등급을 획득했다. 덕분에 출시 9개월만에 유럽에서만 10만대가 팔렸을 정도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과장되게 표현하면 유럽 자동차 시장을 석권한 셈이다.






 그리고 2013년, 캐시카이는 또 한번 진화한다. 닛산 홈페이지를 통해 2세대 캐시카이의 모습이 공개되자 전 세계 팬들은 열광했다. 2세대 캐시카이는 1세대의 유니크한 스타일을 계승하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품질로 프리미엄 SUV 가치를 높였기 때문이다. 진보된 안전 및 편의기술이 대거 탑재됐고, 모든 기술은 운전자가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컨트롤 기능을 보강했다. 도심 주행 환경에 최적화된 효율성과 다이내믹한 퍼포먼스도 2세대 캐시카이만의 특징으로 꼽혔다. 
 
 그러자 한국닛산은 2014년 부산모터쇼를 통해 아시아 최초로 캐시카이를 공개했다. 효율성이 높은 1.6리터 엔진과 엑스트로닉 CVT를 결합, 국내 수입 디젤 SUV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었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증이 불쑥 떠오른다. 왜 차명(車名)이 캐시카이일까? 그 속에는 말(馬)과 관련된 재미나는 일화가 숨겨 있다. 캐시카이는 원래 이란의 한 유목민족 이름이다. 캐시카이족(族)은 그 옛날 유럽 대륙을 호령한 페르시아 제국의 후손에 가까운데, 페르시아 제국은 남부 이란의 한 주(州)인 파르스에서 유래한 아케메네스 왕조의 페르시아(BC 550년~BC 330년)를 일컫는다. 메디아를 정복한 키루스 대왕은 당시 가장 강력한 세력이었던 바빌로니아 제국을 물리치고 아케메네스 왕조를 세운다. 






 그의 아들 캄비세스 2세는 이집트를 병합했고, 전성기라 할 수 있는 다리우스 1세는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문명세계(마케도니아, 인도 서북부, 유럽 등)를 통일했다. 이후 다리우스 1세와 그의 아들 크세르크세스 1세 때 페르시아 제국과 그리스가 격돌하는데, 이게 바로 그 유명한 동양과 서양의 대결인 '그리스-페르시아 전쟁'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아테네의 마라톤 전투와 잭 스나이더 감독의 헐리우드 영화 <300>, <300 - 제국의 부활>의 모티브가 된 테르모필라이 전투와 살라미스 해전이 아케메네스 제국과의 전쟁 이야기다. 물론 이를 두고 이란의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지난 2007년 TV연설에서 "영화 한 편이 옛 페르시아 민족인 이란을 야만인처럼 묘사해 역사를 왜곡시키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한 뒤 이란 내 상영을 금지시키는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영화에 대한 논란은 뒤로 하고, 페르시아 제국이 광활한 영토를 지배할 수 있었던 근간은 바로 우수한 철제무기와 기마병을 보유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페르시아 제국은 또 다른 유목민족인 몽고의 지배를 받는다. 몽고가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가질 수 있었던 것 역시 기병에 의한 전격전(電擊戰) 때문이었는데, 전쟁사(戰爭史)를 보면 몽고 병사들은 모두 기마병이며 속도가 빠르고 사정거리가 긴 복합궁을 주무기로 했다. 원정길에선 1인당 7~8마리의 말을 데리고 자주 갈아타는 방법으로 하루 70km라는 경이적인 행군 속도(중세 유럽 보병 행군 속도는 하루 20km)를 자랑했다. 또 쇠약해진 말을 잡아 식량(고기, 내장, 피), 무기(뼈, 힘줄), 의류(모피)로 철저히 이용하는 등 편성과 식량 조달에 오랜 시간을 할애할 걱정도 적었다. 
 
 이 같은 유목민족과 관련된 고사성어로는 '천고마비(天高馬肥)'가 있다. 대부분 가을을 나타내는 사자성어로 알고 있지만 살찐 말이 유유히 풀을 뜯는 한가롭고 평화로운 풍경을 상상하면 오산이다. "하늘은 높아지고 말은 살찐다"에서 살 찌는 말은 땅에 농사 짓고 사는 한족 말이 아니라 유목생활을 하는 북방민족의 말(馬)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가을은 유목민족들이 말을 배불리 먹이고 농경민족 영토로 쳐들어오기 시작한 계절로, '천고마비'는 평화 이미지하고 거리가 멀고, 오히려 농경민족에게는 '공습경보'라고 볼 수 있다. 

 삼국지 영웅 호걸 중 한명인 '동탁' 역시 북방의 유목민족 출신이다. 일단 싸움이 붙으면 농경민족은 유목민족을 당해내지 못했다. 말을 탄 사람의 높이는 보통 사람 키의 두 배 가까이 된다. 즉 보병 전술 위주인 농경민족이 말을 타고 달려드는 유목민족을 상대하기란 어려울 수밖에 없고, 특히 엄청난 힘과 빠른 속도를 지닌 말은 오늘날 탱크를 타고 돌진하는 것과 같았기에 농경민족에게 있어 기마병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렇게 보면 캐시카이는 유목민 특유의 도전정신과 자유, 독립성, 거침, 단단함, 그리고 그들이 사는 지역의 광활한 풍경을 담고 있다. 닛산이 캐시카이에 유목민족의 정신을 넣었다는 것은 바로 이런 배경이 있었던 게다. 

송종훈(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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