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에서 시작된 폭스바겐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는 가운데 국내 자동차 시장 판도에 어떤 영향을 줄 지 주목되고 있다.
7일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운행 중인 배기가스 조작차는 12만1,038대(잠정 집계)로 알려져 있다. 국내 판매 제품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파악되지 않았지만 현재 판매 일선에서는 전시장 방문자 수가 확연히 줄어들고 일부 계약이 취소되는 등 파장이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수입차 업계는 주력 제품의 연료에 따라 표정이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먼저 한국토요타는 최근 하이브리드 뱃지 인증샷 이벤트를 통해 친환경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사전에 이미 계획된 이벤트일 뿐 이번 사태를 염두하고 시행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디젤을 핵심으로 하는 푸조시트로엥의 한불모터스와 디젤 시대를 연 한국닛산, 포드코리아 등은 평소와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역풍을 우려해 관련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이번 사태에 연루된 아우디는 아직 영업에 큰 영향은 없지만 관련 문의가 늘고 있는 등 조짐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는 게 판매사 관계자 설명이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내수 완성차 업계 역시 최근 디젤 제품에 힘을 쏟고 있는 터라 사태를 지켜보는 상황이다.
소비자들도 곤혹스럽다. 브랜드 이미지 실추로 운행을 지양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2014년형 파사트를 타는 김 모씨(35)는 "요즘 폭스바겐 제품을 운전하는 것 자체가 눈치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며 "세컨드카인 국산 경차를 주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잔존가치를 따지는 중고차 시장에서도 대형 업체를 중심으로 폭스바겐 제품의 가격을 하향 조정하는 등 매서운 바람이 분다. 특히 판매자들이 급매를 위해 매물가를 낮추는 비중이 두 배 가까이 늘거나 구입 희망자들이 줄어들고 있다. 한 중고차 업체 관계자는 "한 때 잔존가치 최고로 인정받던 폭스바겐이 이번 사태로 무너지고 있는 것 같다"며 "매입가 하락과 구매 감소를 피할 순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각 국가가 정한 법적 규제 관련 문제일 뿐 소비자가 차를 운행하면서 느낄만한 상품성의 저해는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연료 효율과 제품력을 우선시하는 소비자들에게 환경 문제는 크게 와 닿지 않고 있다는 것. 더불어 향후 수입사의 보상적 조치가 있을 것이란 기대가 생기면서 판매 감소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게 일부의 시각이다.
근거는 지난 2009년 있었던 토요타 리콜 사례다. 토요타는 미국에서 대규모 리콜 사태를 맞았지만 60개월 무이자 할부 등의 강수를 펼쳐 위기를 극복했다. 당시 토요타는 가속 페달 조작 시 발이 걸릴 가능성이 있는 매트 때문에 210만대를 시작으로 리콜에 착수한 바 있다.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안전과 귀결된 문제였지만 능동적인 개선이 이뤄진 데다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프로모션으로 급락한 판매 실적을 금세 회복했다.
수입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을 다시 끌어당길만한 폭스바겐의 새 전략이 회복 속도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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