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김예나 기자 / 사진 김치윤 기자] ‘비밀’을 담고 있는 표정.
알 수 없는 속내가 더 궁금해진다. 바라보는 눈빛이 너무나도 허망해서 보는 이들까지 먹먹하게 만든다. 이 남자, 도대체 무슨 사연을 지닌 걸까. 그렇게 그에 대한 호기심은 더해만 갔다.
최근 영화 ‘비밀’(감독 박은경 이동하) 개봉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한경닷컴 bnt뉴스와 인터뷰를 가진 손호준은 사심 없는 얼굴, 즉 정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비밀’에서 손호준은 모든 비밀을 거머쥔 남자 남철웅 역을 맡았다. 그는 약혼녀를 죽인 살인자의 딸, 그를 키운 형사와 10년 뒤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불미스러운 일들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작품 속 손호준은 2시간에 가까운 러닝타임 내내 웃음기 없이 메마른 표정, 무덤덤한 말투로 일관한다. 여기에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분노 어린 슬픔은 관객들로 하여금 아픔을 느끼게 한다.
“남철웅은 자기의 잘못으로 인해 약혼녀가 죽었다는 사실 때문에 10년 동안 고통스러워해요. 하지만 자신을 용서해줄 수 있는 당사자(약혼녀)는 이미 저세상에 가고 없잖아요. 그래서 사건과 엮인 사람들에게 자신이 대신 복수하려고 생각해요. 자신의 죄책감을 덜어내려는 심리가 녹아있는 것 같아요.”
“과연 남철웅과 상관없이 약혼녀가 죽었다고 해도 10년 동안 복수를 생각했을까 싶어요. 아마 복수심은 약혼녀에 대한 사랑 때문이 아니라 지독하게도 자신의 죄책감에서 비롯된 거라는 판단을 하게 됐죠. 스스로에 대한 죄의식을 갖고 있는 남철웅만을 철저하게 생각했어요.”
용서와 복수 그리고 죄의식과 얽힌 영화의 분위기는 엄숙하다. 때때로 웃음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다. 무거운 주제와 복잡한 내면을 지닌 인물들로 채워진 ‘비밀’에 대해 손호준은 “어려운 주제의 영화가 맞다. 하지만 저는 처음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너무 하고 싶었다”고 입을 열었다.
“정말 재미있는 작품이었어요.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첫 번째 장보다 두 번째 장이 더 궁금했고, 또 그 다음 장이 궁금했거든요. 결말을 지었을 때는 ‘이런 반전이 있었구나’ 하면서 또 다른 재미를 느꼈고요.”
흥미로웠다. 손호준의 입에서 나온 ‘재미’라는 단어가 그랬다.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의 손호준에게 재미라니. “요즘 가장 재미있는 것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그는 “제가 사주는 재미가 있더라. 예전에는 회식을 하면 항상 얻어먹었는데, 이제는 ‘1차는 제가 사겠습니다’ 하고 대접할 수 있게 됐다”고 답했다.
결국 손호준에게 있어서 무슨 일이든 재미가 시작이었다. 고등학생 시절 처음 시작한 연극에서 느낀 재미가 지금까지도 남아있는 것처럼. 그가 느끼는 재미는 모든 일에 원동력인 듯 여겨졌다.
“1년을 연습하고 기다려서 한 달간 짧게 작품에 출연하더라도 그 한 달이 재밌어서 계속 할 수 있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아무리 피곤하고 체력적으로 힘이 들더라도 견딜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재미가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 재미가 있기에 영화의 흥행에 관해서는 크게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손호준이다. 그리고 그 재미를 관객들 역시 느끼길 바라는 그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영화를 보느냐 보다 작품을 보는 관객들이 얼마나 많은 재미를 느끼는지가 손호준에게는 더 중요했다.
“물론 많이 봐주시면 좋겠죠. 그러면 정말 감사하지만 그보다 관객 분들이 영화를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스태프 분들부터 성동일 선배님, 유정이 그리고 예지 씨까지 정말 추운 겨울 날 촬영한 작품이에요. 고생은 했지만 정말 재밌게 찍은 작품이기 때문에 관객 분들도 영화에서 큰 재미를 느끼시길 바라요.”
말하는 모습이 참 잔잔하다. 그에게 그 어떠한 욕심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욕심이 없는 편이냐”고 질문하자 “저도 욕심 있다. 하지만 가져야 할 때 갖는 것이 맞다고 생각 한다”고 말을 이어갔다.
“연기에 있어서 인정받고 싶은 욕심은 있어요. 하지만 스스로 아직 욕심내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조금 더 연기적으로 많이 보인 후에야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꾸준히 연기 생활을 해왔기에 제 스스로는 배우라고 얘기할 수 있지만, 아직 많은 분들이 모르시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괜찮은 작품들을 계속 이어 나가면서 연기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얼마 전에 부산국제영화제에 다녀왔는데 제 앞에 송강호 선배님이 앉아 계시고, 황정민 선배님이 지나가면서 눈인사를 해주셨어요. 한 번 영화제에 다녀오니까 그 욕심이 조금 더 생기는 것 같아요. 아직은 선배님들이 저를 모르시겠지만 다음에는 당당하게 인사드릴 수 있을 만큼 작품 활동 많이 하고 싶은 욕심이 강해졌어요.”
마지막으로 손호준은 “앞으로도 계속 배워나갈 계획이다. 많은 작품들을 통해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제 나름대로 공부도 하고,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점점 좋아지는 손호준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고 말하며 그가 보여줄 행보에 대한 기대감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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