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손해보험업계가 값 비싼 승용차의 보험료를 올리겠다는 입장을 밀어 붙이고 있다. 그만큼 보험업계가 자동차 수리에 필요한 보상비의 지출이 심각하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보험업계가 부담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게다가 수리비 과다 차종의 보험료를 올린다면 반대로 적은 차종은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최근 논란이 된 고가차 보험료 문제를 문답식으로 정리했다<편집자>.
-손해보험업계의 보험료 인상 근거는 무엇인가
한 마디로 자동차 수리비로 지출되는 보상비용이 늘어났고, 내용을 보니 비싼 차의 수리비, 그리고 수리 기간 동안 이용하는 대차 비용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2년 자동차 수리비로 지출된 보험료는 4조6,166억원이었지만 지난해는 5조4,057억원에 도달했다. 그런데 여기서 값 비싼 차의 수리비가 2012년 7,832억원에서 지난해는 1조1,334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수리비가 저렴한 차의 보상비는 3조8,334억원에서 4조2,723억원으로 증가한 것과 비교할 때 비싼 차 수리비는 20.3% 늘었고, 그렇지 않은 차는 5.6% 증가에 머물렀다는 점이다. 그래서 비싼 차의 보험료를 올린다는 얘기가 나오게 됐다.
-그렇다면 얼마나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나
사실 보험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비싼 차, 그 중에서도 수입차다. 등록대수에 비해 수리비 지출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 수입차 등록 비중은 전체 자동차의 5.5%지만 수리비는 21%를 차지한다는 게 보험업계의 주장이다. 그래서 고가의 수리비가 지급되면 할증을 하겠다는 것이다. 인상 기준은 간단하다. 예를 들어 범퍼가 망가졌을 때 전체 자동차의 평균 교체 비용이 대당 100만원이라고 하면 수리비가 120만원 이하일 때는 그대로 두되 120-130만원이 나오면 3%, 130-140만원이면 7%, 140-150만원이 나오면 11%를 할증하게 된다. 150만원을 넘으면 최대 15% 할증이다.
-실제 요즘 수입차 수리비 많이 비싼가
비싸다. 보험개발원 자동기술연구소가 저속 충돌 시험을 해서 수리비가 얼마나 나올 지 조사를 하는데, 4,600만원짜리 독일산 준중형차를 충돌시킨 후 수리비를 산출했더니 1,677만원이 나왔다. 반면 독일차보다 덩치가 큰 국산차는 330만원에 그쳤다는 결과가 있다.
-왜 이렇게 수입차 수리비가 비싼가
기본적으로 국내 수입차 판매는 수입사가 완성차와 부품을 본사에서 사온 뒤 판매사에 마진을 붙여 되파는 구조다. 그리고 판매사는 다시 또 마진을 더해 소비자에게 넘긴다. 그런데 최근 수입 업체들이 시장 확대를 위해 신차 가격을 많이 할인했다. 여기서 판매 이익이 줄어들면서 서비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결국 신차 판매의 이익 보전 차원에서 부품 값을 비싸게 받는 것인가
신차 판매 경쟁이 치열해지면 가격을 내리게 되고, 여기서 줄어든 이익을 보전하는 방법으로 서비스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들이 신차 가격에는 관심이 많지만 부품 가격은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런데 서비스는 받기 싫어도 고장 나면 받아야 한다. 이 때 부품 값을 비싸게 받아 이익을 보전한다.
-화려한 서비스센터도 수리비가 비싼 이유인가
국산차는 서비스를 직접 하기도 하고, 경정비 같은 경우는 개인사업자와 계약을 맺은 뒤 위탁 운영을 시키는 반면 수입차는 판매사가 지어 운영한다. 판매사는 정비공장 건설에 많은 투자를 하게 되고, 비용을 최대한 빨리 회수하려 한다. 그러니 공임 등에서 이익을 최대한 붙이려고 한다. 한 사람이 30분 정도면 끝날 작업을 두 사람이 한 시간 해야 한다는 식으로 계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당연히 수리비가 오르고, 이런 일이 암묵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제도적으로 해결 방법은 없나
현재로선 마땅치 않다. 부품 값 낮추자고 대체부품 활성화 하자는 게 보험업계의 주장이지만 자동차 부품업계는 반대한다. 누구나 복제품을 만든다면 개발비를 투자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다. 그렇다면 부품 값을 낮추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그 중 하나가 부품 공급사를 늘리는 것이다. 하지만 공급사를 늘려도 사용처가 많지 않은 게 문제다. 서비스를 맡은 판매사 입장에선 수입사가 공급하는 이외 부품은 사용하지 않으려 한다. 다른 부품을 쓰면 수입사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물론 소비자가 선택적으로 부품을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러자면 공식 서비스센터 이외 수리점을 찾아가야 한다. 하지만 보험으로 처리되는 상황이라면 굳이 그럴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결국 수익자 부담 원칙이라는 것인가
보험사는 그렇게 본다. 그래서 수리비 많이 나오는 차종의 보험료를 올리자는 것이다. 하지만 수리비가 적은 차종을 그대로 두고 올린다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 올리는 대상이 있으면 내리는 제품도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형평성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 6세대로 맞붙은 7시리즈와 S클래스, 비교해보니
▶ 기아차 스포티지 1.7ℓ 디젤 투입, ℓ당 15㎞ 효율
▶ 유로6 랜드로버, 10월부터 쏟아진다
▶ "닛산 맥시마, 누가봐도 합리적인 가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