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nt뉴스 이린 인턴기자] 여기 생선의 얼굴을 한 한 남자가 있다. 큰 감정 표현 없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평범한 사람 되고 싶었다”는 그의 목소리를 과연 누가 들어주려 했을까.
영화 ‘돌연변이’(감독 권오광)는 그야말로 획기적이다. 권오광 감독의 첫 장편 영화임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 섬세하고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하다. 어찌할 수 없는 이 시대의 사회 현상부터 N포 세대의 현실과 연민까지 가깝지만 먼 시선으로 두루 아울렀다.
약을 먹고 잠만 자면 30만원을 주는 생동성 실험의 부작용으로 생선인간이 된 박구(이광수)가 사회적 신드롬까지 일으키며 청년 실업의 아이콘이 되기까지의 그 시작 역시 관객들의 눈으로 직접 보게 하지 않는다. 특히 극중 생선인간의 존재와 더불어 그가 사회에 노출되기까지 인턴 기자 이천희(상원 역)의 카메라를 통해 공개된 정리되지 않은 듯한 장면은 더욱 처절하고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다소 충격적이고 미끈한 모습으로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낸 생선 인간 박구는 극의 가장 중요한 장치임에도 감정적이고 역동적이기 보다 무미건조하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것처럼 자신의 상황을 받아드리고 있는 박구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왠지 모를 씁쓸함을 안긴다.
그리고 생선 인간 박구 역을 맡은 이광수의 온전한 모습은 진짜 단 몇 컷 밖에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박구가 품고 있는 ‘어떠한’ 감정들을 전달하기까지의 이광수의 도전은 완벽히 통했다. 특수 분장 뒤에서 단 한 번의 대역도 없이 생선이 된 이광수의 노력이 가히 대단하다.

‘돌연변이’는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자 가장 가까운 극현실 재난영화다. 하지만 모든 걸 드러내며 굳이 시원하게 긁어내려 하지 않는다. 단지 제 나름대로 살아가기 위해 진짜 나를 찾아가는 모습에서 잘 살기 위함보다 스스로 만족하려 하는 우리의 모습이 연상된다. 이게 진짜 현대판 우화가 아닐까.
박구는 보통처럼 살기를 원했다.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박구의 목소리를 이제는 들어볼 때다.
한편 ‘돌연변이’는 신약 개발 부작용으로 생선인간이 된 청년 박구(이광수)가 세상의 관심으로 일약 스타가 됐다가 제약회사의 음모로 세상에서 퇴출될 위기에 처하는 이야기로 지난달 제40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뱅가드 섹션이 초청돼 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으며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 시네마 부문에도 공식 초청돼 호평을 받았다.
사회에게 던지는 평범한 외침 ‘돌연변이’는 22일 개봉 예정이다. 러닝타임 94분. (사진제공: 필라멘트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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