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규권 기자] 가수로서 대중성과 음악성을 함께 추구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다. 하루 이틀 새 셀 수 없는 신인과 신곡이 쏟아지는 한국 가요계에서 그것은 어쩌면 실현 불가능한 과제일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 담담히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해가는 가수 한 명이 있다.
어느새 데뷔한지 햇수로 4년 된 가수 노지훈. 190cm에 가까운 훤칠한 장신에 깔끔한 마스크는 그 역시 천편일률적인 아이돌 가수가 아니냐는 편견을 가지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앨범 면면을 들여다보면 이 남자, 외모만큼이나 알맹이가 정말 실하다는 것을 대번에 알 수 있다.
휘발유처럼 한 번에 ‘확’ 화제가 되는 가수보다는 솥뚜껑처럼 천천히 달아오르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그. 그런 확고한 신념 탓일까 화보촬영 내내 그는 여유로웠고 자신의 매력을 콘셉트에 맞게 100% 표현했다. 가을 하늘처럼 감성적이고 뭉근한 그의 매력을 인터뷰를 통해 더 알아보자.
Q. 이전에 코스모폴리탄, 쎄씨 등 다른 매체와 화보촬영을 한 적이 있다.
네, 그렇기는 한데 올해는 화보촬영을 아직 안 해봤어요. 올해는 bnt뉴스와의 화보촬영이 처음이네요.
Q. 이번 화보 촬영 중 어느 콘셉트가 가장 마음에 들었나.
모든 콘셉트가 마음에 들었어요. 제가 다양한 콘셉트로 화보 촬영하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굳이 하나를 꼽자면…마지막 콘셉트가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일단 콘셉트가 재미있기도 했고 웃는 것에 자신이 있어서 제일 편하게 했던 거 같아요.
Q. 데뷔 때보다 체중이 많이 준 듯하다. 앨범 콘셉트로 인해서 감량한 것인가?
예, 그렇죠. 8kg 정도 감량했어요. 이게 앨범 이미지에 맞게 빼는 것도 중요하더라고요. 앨범에서는 가을 분위기를 강조하는데 몸이 근육질이면 이상하잖아요. 그래서 이번 앨범 콘셉트에 맞춰서 근육도 다 빼는 방향으로 관리했죠. 또 저만의 다이어트 방법이 있어요. 즉석 현미밥 한 팩, 인터넷에서 파는 볼로 된 닭가슴살 한 알 그리고 김치 두세 개 정도를 한 끼로 먹어요. 하루 두 끼를 그렇게 해결하고 자기 전 5시간 전부터 금식해요. 그러면 살이 안 빠질 수가 없더라고요.
Q. ‘니가 나였더라면’ 활동이 벌써 끝났다. 아쉽다는 반응이 있다.
물론 모든 음반활동이 다 계획 하에 진행되는 부분이 있는 건데 다행히 아쉬워하는 분들이 있다니 정말 고맙네요. 요새는 가수들의 앨범 활동 기간 자체가 짧아져서 그에 비하면 제가 그다지 짧았던 것은 아니에요. 아쉽다니,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앨범을 내놓겠습니다. 하하.
Q. 그렇다면 이미 다음 앨범 녹음이 시작된 건가.
음…. 이번 앨범에서 한 곡만 빼고 모두 제가 작사‧작곡한 곡들이었어요. 그 곡들 외에도 이미 써놓은 곡들이 많이 있죠. 다음 앨범을 위한 곡들은 얼추 준비된 상태예요.
Q. 앨범에서 가을 느낌이 많이 났다. 본인의 보이스나 음악성이 어느 계절에 어울린다고 생각하나.
저는…봄, 가을이요(웃음). 여름이나 겨울이 안 맞는 것은 아니고 싫어하는 것도 아니지만 제가 다른 분들보다는 감성적인 부분이 조금 더 발달해서 그렇죠, AB형이라서 그런지(웃음). 가을이나 봄에 곡 쓰면 많은 영감을 받는 거 같아요.
Q. 그렇다면 앞으로도 가을 분위기에 맞는 잔잔한 노래를 주로 쓸 것인가?
조금 생뚱맞기는 한데 제가 걸그룹 크레용팝의 노래와 비슷한 분위기의 활발한 노래도 써요. 제가 쓰는 노래 장르가 정말 다양하기 때문에 그것은 딱 뭐라고 정의하기가 힘들 거 같아요. 저도 궁금해요. 제가 앞으로 어떻게 뻗어나갈지.
Q. 싱어송라이터로서 자신의 음악적 색깔을 무엇이라고 표현하고 싶나.
다양함이요. 제가 처음에 음악을 시작했을 때 평범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음악적 특색이 없는 것 같다는. 근데 그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평범하니까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 뒤로 이것저것 다양한 분야로 많은 시도를 해보고 있어요. 해외 가수로 따지면 브루노 마스와 같은. 또 솔로가수가 그룹과는 다르게 옷을 이리저리 확 바꿔서 입어볼 수 있어서 여러 음악을 시도해볼 수 있는 거 아닐까요?
Q. 다재다능하고 외모도 출중해서 그룹으로 데뷔했어도 승산이 있었을 것 같다.
사실 처음에 큐브엔터테인먼트에 들어왔을 때 그룹으로 하는 것이 어떠냐고 권유를 받았어요. 하지만 저는 너무나도 확고했어요. 죄송하지만 솔로 아니면 못할 것 같다고 말했죠. 저에게 회장님이 어떤 가수가 되고 싶으냐고 물어보시기에 그때 제 2의 비 선배님이 되고 싶다고 했어요. 그러니깐 회장님이 ‘아 이제 우리나라도 남자 솔로가수가 다시 나올 때가 됐으니 잘됐다’고 적극 호응해주셨죠.
Q. 혹시 출연하고 싶은 예능프로그램이 있나?
KBS ‘우리동네 예체능’이요. 제가 운동을 좋아하니까요. 그리고 MBC ‘복면가왕’ 같은 프로그램도 좋고요. 계속 그런 프로그램에 접촉 중이기는 해요. 토크쇼 같은 것도 좋지만 조금 활동적인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같은 것도 좋아요. 그런데…무작정 이것저것 해보는 것보다는 기회가 왔을 때 잡는 게 더 중요한 거 같아요. 아무거나 막 하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 공부를 한 다음에 도전해야죠.
Q. ‘이 무대는 잊히지가 않는다’ 하는 것이 있나.
있죠! MBC ‘위대한 탄생’에서 동방신기 선배님의 ‘Hug’를 불렀던 무대요. 정말…그 무대는 어디서 다시 느낄 수 없는 무대였던 거 같아요. 구름 위에서 둥둥 떠다니면서 노래를 부르는 기분이었어요. 아직까지 그만한 충격을 받았던 무대가 없어요.
Q. 팬들의 선물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아, 지금 놓고 보면 신디사이저. 신디사이저라고 큰 디지털 피아노가 있어요. 한 3,4년 전 쯤에 팬 미팅 선물 겸 생일 선물로 받았는데 그게 굉장히 고가거든요. 처음 받았을 때 ‘내가 이거를 어떻게 쓰지’ 했어요. 아예 다룰 줄도 몰랐고요. 그러다가 어느 날 호기심에 한 두 번씩 치게 됐고 그게 발전이 돼서 어느 순간 제가 작곡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 신디사이저를 통해서 음악적 스펙트럼이 넓어졌어요. 그 때 팬 분들이 편지로 써서 전해주셨던 게 ‘곡 작업도 한번 해보라’는 내용이었거든요. 제가 호기심이 되게 많고 여러 가지 해보는 걸 좋아하는데 팬 분들이 그걸 어떻게 아시고 과제를 던져주시더라고요(웃음). 어떻게 보면 그 신디사이저를 통해서 싱어송라이터의 길을 걷게 된 거니 제게는 그게 가장 뜻 깊은 선물이죠.
Q. 가수 노지훈으로서 롤모델, 사람 노지훈으로서 롤모델이 있는가.
가수로서의 롤모델은 마크 론슨과 브루노 마스. 특히 요즘 많이 들었던 노래는 브루노 마스의 ‘when I was your man’이라는 곡이에요. 정말 좋아해요. 그리고…인생 선배로서 롤모델은 작은 아버지.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작은 아버지가 저를 기르셨거든요. 그 분한테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작은 아버지가 가정적이면서도 일적으로는 프로페셔널적인 모습이 있으신데 그런 부분이 존경스럽죠. 일과 가정이 양립 가능하다는 것을 작은 아버지를 보고 배웠어요.
Q. 그렇다면 노지훈이 추구하는 가수상(像)은 무엇인가.
사람 냄새가 나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물론 예전에는 무조건 스타가 되고 싶었죠. 1위가 아니면 무조건 아닌. 하지만 그 이후로 가수의 길을 걸으니깐…왜 흔히 어른들이 사람이 먼저 돼야 한다고 말씀 많이 하시잖아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요새 이해돼요. 가수 생활을 하다 보니깐 그런 인간적인 부분에서 느낀 점이 많았거든요. ‘내가 진정성 없이 다가서면 상대도 진정성 없이 다가오는구나’, ‘모든 일에 있어서 진심이 중요하구나’ 하는 식으로요. 그래서 노래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사람이 되려고요.
그리고 프로듀싱도 할 줄 아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박진영 선배님과도 같은. ‘저 친구 음악 할 줄 아는 친구’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제 곡만 쓰는 게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쓰고 또 다양한 분들에게 곡을 드려보고 싶어요. 벌써 이번 지나 누나 앨범에 제가 쓴 곡이 하나 들어갔어요.
Q. 데뷔한지 3년이 넘었지만 아직 가요계에서 큰 족적을 남기지는 못했다. 앞으로의 포부가 듣고 싶다.
케이윌 선배님이 저한테 물었던 게 있어요. 스타가 되고 싶으냐고. 그때는 선뜻 대답을 못했어요. 그러자 선배님이 ‘그렇지 않으면 길게 갈 생각을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지금 당장 앞에 있는 것만을 노리지 말고 길게 보라고요. 그리고 힘들면 선배님을 보라고 하시더라고요. 케이윌 선배님도 무명기간이 길었잖아요.
그리고 선배님이 ‘음악적 재능이 있고 한 우물만 판다면 언젠가 대중이 인정해준다. 그것이 스타가 되는 길’이라고 말씀했어요. 그 말을 듣고…오래가는 가수가 돼야겠다 싶었어요. 빨리 가는 가수가 아닌 멀리 가는 가수. 자극적으로 한 번에 뜨는 가수가 아닌 솥뚜껑처럼 천천히 달아오르는 가수요.
Q. 이제 앨범이 끝나서 한 숨 돌릴 여유가 생겼을 것 같다.
여행을 많이 다녀보려고요. 앞으로는 하루 이틀 정도 시간이 난다고 하면 작은 일탈 같은 걸 좀 해보려고 합니다. 저번에 여행을 한 번 갔다 왔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머릿속 생각도 정리하고. 여행은 빚을 져서라도 다녀오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 말에 전적으로 공감해요. 활동할 때 비해서는 조금 여유가 생겼으니 한 번 다녀와야겠죠?
기획 진행: 심규권
포토: bnt포토그래퍼 최승광
의상: 곽현주컬렉션, 희귀, 코모도스퀘어
슈즈: 아키클래식, 팀버랜드
헤어: 에이컨셉 하영 디자이너
메이크업: 에이컨셉 지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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