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더폰’ 손현주, 대중을 투영하는 배우

입력 2015-10-23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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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t뉴스 김희경 기자] 손현주의 연기는 투박하면서도 자꾸만 눈이 간다. 꾸며지지 않은 듯 하면서도 자체만으로도 빛이 나는 존재감은 그의 작품을 믿고 보게 만드는 가장 큰 힘이었다.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손현주는 한경닷컴 bnt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재치 넘치면서도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자신을 꾸밈없이 드러냈다.

22일 개봉한 영화 ‘더폰’(감독 김봉주)은 1년 전 살해된 아내로부터 전화를 받은 변호사가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과거와 현재를 뒤바꾸며 범인과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아낸 타임 슬립 스릴러 작품이다.


‘스릴러’ 전문 아닌, ‘재미’ 전문 배우

전작 ‘숨바꼭질’ ‘악의 연대기’를 통해 ‘스릴러 전문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손현주는 뛰어난 액션과 서늘한 분위기로 관객들의 시선을 압도했다. 하지만 손현주의 계속된 스릴러 연기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이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가 바라본 ‘더폰’은 단순한 스릴러가 아닌, ‘재미’를 기반으로 한 스릴러 영화였다.

“처음에 영화 시나리오를 보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타트 5분부터 전개되는 스토리가 하고 싶은 마음을 만들었죠. 시나리오를 보고 나서 감독에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려낼 것이냐’를 들어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믿고 따라가자는 결론을 지었어요. 감독이 신예든 아니든 다 똑같아요. 믿고 따라가는 거지. 김봉주 감독의 생각을 철저하게 따라갔어요.”

“사실 스릴러를 3개 연속으로 하니까 사람들이 오해를 할 수 있는데, 사실 저는 스릴러만 좋아하는 건 아니에요. 하다보니까 스릴러가 된 거지.(웃음) 그걸 고착화 됐다고 하시는 분도 있는데, 좋아하는 장르를 쫓아가다보니 이렇게 된 거 같아요. 드라마나 로맨스 코미디도 재밌지만 ‘더폰’의 요소도 재밌게 봤거든요. 하지만 이번 작품을 마지막으로 정말 스릴러는 한 템포 쉬어가야 될 것 같아요.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너무 힘들었어요. 다음 작품이 드라마가 됐든 영화가 됐든 스릴러를 하고 싶은 마음을 잠깐만 죽이고 가자는 게 지금 제 결정이에요.”


액션, 그 참을 수 없는 중독성

‘더폰’ 속 손현주는 연차로 만들어 낸 노련한 연기력과 젊은 배우 못지않은 빠른 템포의 액션으로 손현주 스타일 액션을 만들어냈다. 액션의 고충에 대한 질문에는 “너무 힘들다”며 고개를 젓는 그지만, 그럼에도 액션 스릴러를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의 상황 속에는 쳐서 이길 수 없는 환경이 있어요.그리고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무너지지 않고 깨지지 않는 걸 쳐보는 게 다죠. 그게 쉽지 않잖아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드라마나 영화는 그 현실을 쳐서 이길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다고 봐요. 대중들을 위해 한 번쯤은 현실에서 느낄 수 없는 대리만족을 느끼게 하고 싶어요.”

“저도 시나리오를 봤을 때 이 정도로 액션이 많을 줄은 몰랐어요. 전작에 비해 액션이 상당히 많았고, 김봉주 감독도 자기가 찍어놓고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어요’라고 하더라구요(웃음). 몸도 많이 다치고 상처도 많이 생겼어요. 이제는 정말 로맨스도 해봐야 하는데 그런 말랑말랑하고 새콤달콤한 것들은 젊은 친구들이 많이 하고 저에게는 잘 안 와요. 하지만 시켜주시면 잘 할 수 있어요.(웃음)”


서울 속 전쟁 같은 비하인드 촬영

‘더폰’은 청계천, 종로, 시청 광장 등 서울 유명 장소를 배경으로 찍은 부분이 상당수 드러난다. 세트장에서 찍는 것보다 현실감이 있기 때문에 몰입은 쉬울 수 있지만, 빠르게 진행해야 하는 촬영은 부담감이 될 터. 특히 손현주는 석가탄신일 기념 청계천에서 진행한 등불축제에 “그야말로 전쟁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광장시장에서 스탠바이를 하고 100명의 스태프들이 모두 초긴장 상태에서 시작을 했어요. 행렬을 따라 걸으면서 해가 지길 기다리는데 종로3가까지 걸어도 해가 안 떨어지는 거예요. 그때 관중들이 3만 명 정도 있어서 나중에는 감독 메가폰 소리도 못 들을 정도였어요. 그렇게 이순신장군 동상 앞까지 가고 나서야 해가 떨어졌고, 그 짧은 시간에 순식간에 찍고 행렬에서 빠졌죠. 촬영을 마치고 나선 모두 다 지쳐 쓰러질 정도였어요. 그 촬영이 잘못되면 내년에나 다시 와서 찍어야 하니까(웃음). 다행이 촬영은 소위 ‘잘 건졌다’면서 마무리 됐어요.”


익을수록 고개 숙이는 겸손함

미국 할리우드에서 찍은 스릴러와 한국에서 찍은 스릴러는 투자금액부터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까다롭기로 소문한 한국 관객들은 웬만한 작품에도 만족감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럼에도 손현주가 참여한 작품들은 ‘잘 짜여졌다’는 평이 대다수. 이에 대해 손현주는 “절실함이 없으면 아무것도 없다”며 모든 연기는 자신의 마음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연기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 있어서 마지막 힘까지 다 해야 해요. 그리고 두려움도 가지고 있어야 하죠. 제 스스로 절실함이나 두려움이 없다면 관객들은 다 외면해요. 제가 가지고 있는 절실함은 5분 뒤 죽을 수도 있다는 절실함이에요. 그걸 계속 유지하고 가는 건 힘들지만 제가 선택한 거니까 어쩔 수 없죠. 앞으로 그런 절실함은 계속될 거에요. 그 절실함이 없어지는 순간 저는 연기를 그만 둬야 해요.”

대중들의 마음을 투영하고 작품에 대한 식지 않는 열정, 어떤 자리에서도 겸손할 줄 아는 태도는 손현주를 단순한 스릴러 배우라고 칭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의 연기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땀에 흠뻑 젖어 있기에 더욱 의미 있는 것이었다.

“저는 특별히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최선을 다 해 찍을 뿐이에요. 그럼에도 절실하게 연기하는 건 어려운 일이에요. 늘 놓친다고 생각하니까요.” (사진제공: 호호호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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