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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동차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최근 이슈로 부각된 업무용차 비용 인정 방법으로 한도액 4,000만 원을 제시하고 나섰다.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협회는 "구체적인 산업현황을 통해 상한액을 도출해야 한다"며 "산업을 발전시키면서 세제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 기준 설정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협회가 4,000만 원 한도액을 제시한 건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4,000만 원 미만의 차종이 주력이라는 판단에서다. 게다가 4,000만 원 미만은 세제면에서도 실질적인 감소가 없다는 점이 작용했다. 협회가 세제를 감안한 건 오랜 기간 지속돼 온 국내 자동차세금의 복잡한 구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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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동차세금은 단계별로 6가지가 부과된다. 구매과정에선 개별소비세와 개별소비세교육세, 부가가치세가 더해지고, 등록단계에선 취득세가 기다리고 있다. 보유로 넘어가면 자동차세와 자동차세교육세를 내야 한다. 물론 운행과정에 반드시 필요한 기름에 붙은 세금도 적지 않다. 교통에너지환경세, 유류개별소비세교육세, 주행세, 부가세 등이 있다. 세율은 다르지만 정부가 자동차를 통해 거둬들이는 세수가 결코 만만치 않은 셈이다.
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관련 세액만 37조3,300억 원에 달하고, 이는 국가 전체 세수의 14.7%를 차지한다. 자동차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미국, 일본 등의 자동차관련 세수 비중이 10% 미만인 점을 감안하면 자동차에 대한 세금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는 얘기다.
협회가 4,000만 원을 한도액으로 제안한 것도 이 같은 정부의 자동차세금 의존도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나치게 한도액을 높게 정하거나 낮게 잡으면 세수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어서다. 물론 한도액 설정에 따라 소득세 증가를 예상할 수 있지만 자칫 중·대형차 판매위축으로 오히려 세수를 감소시킬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다. 결국 4,000만 원은 업계와 정부의 적절한 타협점인 측면이 강하다.
이 같은 한도액 설정에 기획재정부는 반대하는 분위기다. 제도 변경을 통해 나타날 부작용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부작용이란 무역마찰을 의미하는데, 4,000만 원 이상 차종이 대부분 수입차라는 점에서 통상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미국이나 일본, 독일 등 주요 자동차생산국 중 업무용 승용차에 대해 비용 인정금액 한도를 둔 국가가 없다는 점도 애로사항이다.
그럼에도 업무용차 논란은 끊이지 않고 제기되는 중이다. 조세 형평성에서 불합리한 측면이 분명 존재해서다. 한 마디로 국제 통상과 국내 조세 형평성이 갈등을 빚는 형국이다. 그렇다고 그냥 놔두는 게 능사일까. 그렇지는 않다.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적절한 타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TF를 구성해 세수와 무역마찰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해야 한다.
제도를 바꾸는 것 자체를 우려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반대를 위한 명분만 쌓으면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된다는 뜻이다. 같은 논란만 벌써 세 번째이니 말이다.
권용주 선임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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