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두번째 스무살’ 이상윤, 차현석을 떠나보내며

입력 2015-10-30 10:38  


[bnt뉴스 김희경 기자 / 사진 황지은 기자] “차현석을 통해 사람들이 좋게 봐줬다는 건 정말 감사할 일이라고 봐요. 그로 인해 조금 더 넓은 범위에서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하는 기대감도 있죠.”

‘두번째 스무살’ 속 차현석은 그야말로 화룡점정 같은 존재였다. ‘내 딸 서영이’ 이후 이상윤의 또 다른 대표작이 된 ‘두번째 스무살’은 그에게 두 번째 전성기를 맞이하게 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tvN ‘두번째 스무살’(극본 소현경, 연출 김형식)에 출연했던 이상윤은 한경닷컴 bnt뉴스와의 만남에서 여심을 뒤흔들었던 츤데레 순정남 차현석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또한 20대를 온전히 경험한 자로서 청춘들에게 전하는 조언도 아낌없이 전하기도 했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대학 교수지만, 첫사랑 앞에서는 18살로 돌아가 퉁명스러운 모습을 보이면서도 은근히 챙기는 반전 면모는 여성 시청자들로 하여금 ‘워너비 남친상’이라는 판타지를 심어주었다. 이에 대해 이상윤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렇게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작가님이 저를 멋지게 써주셨어요. 정말 감사하며 연기했죠. 실제론 못 하는 거니까 연기로라도 해야지(웃음). 차현석이 하노라(최지우)를 위해 다 준비하고 챙겨주는 걸 보면 ‘이 정도까지 하는 남자가 있나’ 싶을 정도에요. 정말 부지런한 친구죠. 현실 속에서 존재할 수는 있겠지만 참 쉽지 않은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KBS ‘내 딸 서영이’ 이후 소현경 작가와 두 번째 호흡을 맞춘 이상윤은 “한 번 호흡을 맞췄으니 잘 맞출 수 있을 것 같았다”며 다른 작품에 비해 편안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드라마를 찍기 전 소현경 작가와 심도 있게 의견을 나눈 부분이 있었다. 바로 불륜으로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자칫 잘못 보이면 차현석이 유부녀에게 집적거리는 꼴로 그려질 수 있잖아요. 마치 불륜처럼. 물론 김우철(최원영)과 김이진(박효주)도 바람을 피우는 꼴이긴 하지만요. 어떤 사람이 본다면 싫어할 수도 있는 분위기라 ‘그렇게 보이면 실패한 것이다’라고 작가님이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단순한 감정이 아닌 상황을 통해 현석이가 노라를 도와주게끔 만들었어요. 버킷리스트 같은 아이디어를 많이 구상하셨죠. 조금씩 저도 모르는 감정이 은연중에 드러나지만 서로 감추는 모습이 예뻐 보인 것 같아요. 작가님도 끝까지 그 부분을 대본에서 놓치지 않고 신경 써주셔서 사랑을 받은 것 같아요.”

후반부로 갈수록 차현석은 하노라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직설적으로 고백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도 때도 없이 던지는 ‘돌직구 고백’은 안방극장을 가슴 설레게 만들기도 했다. 실제로 이상윤도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지 않는 편”이라고 답했다.

“예전에는 굉장히 내성적이고 소심한 편이라 차현석 같은 고백은 꿈도 못 꿨는데, 연기자가 되고 연기를 하게 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이 뻔뻔해지더라고요(웃음). 저는 돌리는 화법은 감정소모라고 생각해서 직설적인 걸 추구해요. 물론 상대방이 무례하게 느껴질 정도로 무모하게 표현하는 건 실례겠지만, 어느 정도 밥도 먹고 계속 해서 보다 보면 느껴지잖아요. 호감이 있고 더 깊게 만나볼 생각이 있다면 저는 바로 좋다고 말하는 편이에요. 먼저 던지고 그 후의 상황을 지켜보는 편이죠. ‘밀당’은 정말 별로에요.”


얼마 전 ‘두번째 스무살’ 시즌 2가 제작된다는 기사가 화제가 된 바 있다. 결국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정됐지만 많은 대중들이 ‘두번째 스무살’ 시즌2를 보고 싶어 한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다. 이상윤 또한 “하고는 싶지만 지금 결말이 좋은 것 같다”며 다소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지금 이 상황에서 연결로는 할 말이 없을 것 같아요. 물론 이 배역과 출연진들, 작가, 스태프들이라면 하고 싶죠. 하지만 ‘두번째 스무살’은 하노라와 차현석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잘 돼서 재밌는 거지, 그 이후에 누가 나타나서 두 사람을 방해하는 전개가 되면 지저분해질 것 같아요.”

“만약 기사대로 ‘두번째 서른살’이 제작된다면 더 나이가 있으신 분들이 인턴의 삶을 겪는 전개가 그려지지 않을까요? 그러면 제가 신입으로 들어오는 나이 많은 분을 괴롭히는 상사 역을 맡아 카메오 형식으로 나와도 재밌을 것 같아요.”


‘두번째 스무살’은 단순히 중년 남녀의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라기보다 20대 청춘들의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그린 공감 드라마라는 평이 많다. 하루에 서너 개씩 아르바이트를 하는 박승현(진기주)과 자신의 꿈이 있어도 현실적인 조건에 미치지 못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나순남(노영학) 등이 그 반증. 이상윤은 자신의 청춘을 토대로 현재의 청춘들에게 전할 수 있는 현실적인 조언을 전했다.

“취업 때문에 스펙을 쌓는 경우도 있고, 소위 ‘취집’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대학은 오래 다녔지만 그 부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봤어요. 초반 대학교를 다닐 때는 선후배도 있고 친구가 있으니 정신없이 노느라 바빠서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는데, 나이가 들어서 졸업을 위해 학교를 다니다보면 저 혼자 다니고 같이 어울릴 친구도 없더라고요. 그때 대학교 현수막이나 공고란을 자주 들여다봤는데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것들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옛날 영화 상영이나 여행 동아리 같은 거. 자신이 관심 분야가 있다면 잘 활용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저도 20대 초반에는 잘 몰랐거든요.”

“회사를 다니고 있는 친구의 말을 듣기론 요즘 ‘취업대란이다’ ‘취업이 어렵다’ ‘일자리가 없다’고들 하지만 막상 학점 좋고 스펙 좋은 직원을 뽑아서 일을 시켜보면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대요. 인간관계나 사회성도 전혀 없고 자신이 뭘 찾아서 해야 되는지도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대학생 때 자기계발을 해야 하는 시간이라면,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정말 필요한 능력이 뭔지 고민하고 익혀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아니면 인생의 취미라도 만들어 두는 게 정말 중요해요. 대학교 때 활동을 열심히 하면 하나는 걸리지 않을까요? 극중 민수(김민재)처럼 살면 안돼요. 차라리 혜미(손나은)처럼 살면 낫죠. 그렇게 놀다보면 지겨워져서 공부를 한다거나, 연애를 하면 새로운 사람을 통해 새로운 걸 배우는 게 있을 거에요. 저는 어릴 때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봐요.”


이상윤은 ‘두번째 스무살’을 통해 특별히 고민하고 인상 깊었던 점은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아직 꽃피우지 않은 어린 청춘들에게 전하는 조언들은 ‘두번째 스무살’ 이전 스스로의 인생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오랜 시간 고민해봤던 깊은 시간이 느껴졌다. 이는 소위 ‘S대’라 불리는 대학교를 나온 잘난 배우가 아닌, 올바른 가치관으로 청춘을 아름답게 보낸 멋진 어른이라는 걸 보여주는 셈이었다.

“저 같은 경우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밥은 먹고, 돈은 벌 수 있는 상황이 와서 너무 감사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게 안 되잖아요. 장기적으로 보면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면 언젠가 바라던 여유가 돌아올 거라 생각해요. 물론 참는 그 시간을 버텨야 하죠.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모르는 사람들이 공부를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찾을 수 있어요. 하지만 이미 꿈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려 한다면 정말 말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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