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막을 올린 2015 도쿄모터쇼는 일본 자동차 회사들의 안방잔치인 만큼 다양한 메이커의 컨셉트카가 행사장을 장악했다. 그러나 세계적 흐름인 친환경, 자율주행 등 이동성의 다양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점은 일본 외 브랜드에게도 공통분모다. 더불어 이번 모터쇼는 자동차로 얻을 수 있는 즐거움과 만족도, 이른바 감성품질이 강조되면서 이동수단 이상의 진화 가능성을 여실 없이 보여준 계기가 됐다.
동력계는 하이브리드보다 수소연료전지로의 변화 조짐이 드러났다. 특히 토요타 부스는 수소 시대를 개척하려는 열망으로 가득했다. 수소연료전지차(FCEV)를 스마트그리드의 일부로 활용할 수 있는 FCV 플러스 컨셉트를 선보인 것. 자동차가 이동수단 뿐 아니라 달리는 발전기, 배터리로서 역할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토요타 고급 브랜드 렉서스도 차세대 LS의 디자인과 FCEV를 결합한 LF FC 컨셉트를 내놓았다. 혼다는 양산형 FCEV인 클래리티를 공개해 내년 제품 출시를 알렸다.
자율주행으로 대표되는 편의성과 거주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운전 재미를 추구하는 컨셉트카도 돋보였다. 토요타 S-FR 컨셉트는 4기통 1.5ℓ 엔진과 6단 수동변속기를 조합한 소형 쿠페지만 작은 차체로 기존 86 제품이 내세웠던 '펀 드라이빙'을 추구한다. 혼다 경 로드스터인 S660 쇼카와 야마하가 내놓은 스포츠 라이드 컨셉트도 궤를 같이 한다. 1990년대 유행했던 일본 스포츠카의 부활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머지 않은 시기에 상용화될 자율주행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메르세데스-벤츠는 F015 럭셔리 인 모션, IAA 컨셉트의 바통을 이어받은 자율주행차 비전 도쿄 컨셉트를 내놓았다. 이에 뒤질세라 닛산은 IDS 컨셉트를, 토요타는 지능형 교통 시스템을 선보였다. 또한 초소형 이동수단이 관심을 얻으면서 닛산, 토요타, 혼다는 행사장 내 별도 시승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열기를 끌어올리는 모습이 시선을 모았다.
물론 회사별 새 디자인 방향성을 보여주는 컨셉트카도 주목을 끌었다. 마쯔다는 RX 비전 컨셉트를 통해 코도(Kodo) 디자인 철학의 진화를 보여줬다. 잔선을 없애고 곡면을 통해 양감을 살린 정제된 디자인이 특징이다. 이 차는 마쓰다 로터리 엔진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닛산은 게임 속 고성능차와 새 디자인 방향성을 갖춘 2020 비전 그란투리스모 컨셉트를 선보였다. 티트로 포 데이즈 컨셉트는 좌석, 도어트림, 스티어링 휠 등에 LED 패널을 적용해 컨텐츠 제공 방식의 새로운 형태를 제안했다.
토요타 키카이 컨셉트는 패널에 감춰진 섀시 대부분을 드러냄으로써 기계만이 가질 수 있는 감성을 강조했다. 더불어 미국의 핫 로드를 압축시킨 듯한 외관과 친환경차에서 볼 수 없는 내연기관차의 복잡한 구조를 눈으로 읽을 수 있다. 양산 가능성은 적지만 시각적 재미를 극대화한 컨셉트카로 꼽힌다.
결국 이번 모터쇼를 통해 일본이 보여주려는 것은 미래지향성이다. 어차피 화석연료 시대가 서서히 저물고 있음을 파악, 한발 앞서 미래를 개척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는 점이다. 미래는 인공지능 기반의 자율주행, 그리고 새로운 대안 동력, 이동 거리에 따른 다양한 수단이 앞다퉈 경쟁하게 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후발주자로 자동차에 뛰어들어 글로벌 5위를 이뤄낸 한국이 이번에도 빠른 추격자가 될 수 있을까? 어쩌면 이번 만큼은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가 아니라 '앞선 개척자(First mover)'가 돼야 생존이 가능할 것 같다. 내연 기관의 빠른 추격전이 끝나고 패러다임의 변화 전쟁이 서서히 막을 올리니 말이다.
도쿄=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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