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혜성 “나는 1시간만 자고 촬영장 나가도 힘이 솟는 ‘워커홀릭’”

입력 2015-11-02 17:05  


[심규권 기자] 14세기 이탈리아 시인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는 얘기했다. 위대한 미모와 위대한 미덕이 함께 있는 경우는 드물다고. 하지만 외적인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꿈을 향한 열정으로 속을 가득 채운 배우 정혜성에게 이 말은 비껴가야 하지 않을까.

tvN '감자별 2013QR3'에서 살벌한 비서 역으로 출연했던 정혜성은 올해 MBC ‘딱 너 같은 딸’에서 좌충우돌 셋째 딸로 변신했다. 서서히 사람들 뇌리에 각인되기 시작했지만 인터뷰 내내 그에게 느낀 것은 여전한 갈증이었다. 여배우의 허세가 아닌, 진심으로 연기의 대가가 되고 싶다는 그런 갈증이었다.

그는 “한 분야의 대가가 되려면 10년을 갈고 닦아야 하는데 아직 8년이나 남았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순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의식하기보다는 꿈을 향해 꾸준히 걷고 싶다는 그. 늦가을의 서늘함도 무색하게 만드는 열정적인 그를 bnt가 만났다.

Q. 딱 너 같은 딸에서 대선배들과 연기를 하는데 부담감은 없는가. 선배들에게 많이 배우는 입장일 것 같다.

처음에는 당연히 부담감이 많았죠. ‘내가 틀리면 안 된다, 내가 NG 내면 안 된다’ 하는 게 있었죠. 그리고 드라마에는 흐름이 있으니까 선배님들이 대화를 주고받으실 때 제가 그 흐름을 끊으면 안 되잖아요. 게다가 신인 배우기도 하고. 하지만 한두 번 촬영 해보니까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어요. 선배님들 너~무 좋으세요. 언니 역으로 나오는 선배님들도, 부모님 역으로 나오시는 선배님들도요. 제가 막내라서 선배님들 챙겨드려야 하는데 제가 오히려 챙김을 받죠.

Q. 자신의 모습이 그대로 표출됐던, 그러니까 본래 모습과 가장 가까웠던 배역은 무엇이었나.

다 저였어요(웃음). 다 저의 모습을 꺼내서 극대화시켜서 표현했어요.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작품의 모습이 가장 제 모습에 가깝지 않나 생각해요. 다른 작품 같은 경우는 한 가지 모습만 끄집어냈는데…지금 작품은 제 여러 모습이 보이죠. 복합적으로 짬뽕시킨?


Q. 이전에 배역을 가리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래도 욕심나는 배역은 분명 있을 텐데.

MBC ‘그녀는 예뻤다’의 김혜진 역(배우 황정음). 그리고 MBC ‘환상의 커플’에서 안나 조 역(배우 한예슬)이요. 저 그런 역 정말 잘할 자신 있어요. 막 날아다니면서 할 수 있어요(웃음).

Q. 최근에 배우로서 가장 감명 깊게 본 영화가 무엇인가.

배우로서 가장 감명 깊었던 영화는…‘사도’요. 사도에서 송강호 선배님께서 관객들에게 부정적인 모습만 계속 보여주시다가 나중에 유아인 선배님이 죽고 나서 마지막 한 마디로 관객들을 휘어잡으시잖아요. 그 마지막 신이 정말 최고였어요. 그리고 말씀하시는 것, 애드리브를 하시는 것이 다 생활에서 말씀하시듯이 툭툭 던지시잖아요. 힘을 다 뺀 채로 연기하시는 게 대단하신 거 같아요.

Q. 배우다 보니 연기가 개입되는 프로그램들은 마음 편히 못 볼 것 같다.

그렇죠. 아무래도…저는 또 아직 배우는 단계니까 더 그렇죠. 선배님들이 드라마에 나오시면 ‘아 여기서 이렇게 하셨구나’ 하면서 보고 있죠. 특히 드라마를 볼 때 더 그런 게 많은 거 같아요. 영화는 연기 측면에서 배우는 게 많지만 드라마는 큐를 받는 법 등 선배님들의 기술적인 측면을 많이 배우죠.


Q. 이전에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가수 서인영과 크라운 제이가 출연하는 것을 보고 넋 놓고 본 적이 있다고 했다. 배우로서의 영감을 굳이 드라마나 영화에서 찾는 건 아닌 것 같다.

(웃음)개그맨 분들께서 대단하신 게 연기를 너무 잘하세요. 집중력도 대단하시고. 또 예능프로그램이 대중들이 무엇을 원하는 지 정확히 파악해야 하잖아요. 개그를 보면서 ‘아 대중이 저런 거를 좋아하는 구나, 저런 거를 싫어하는 구나’ 하고 많이 배워요. 그런 것을 확실히 알아야 악역이나 사랑스러운 역을 맡으면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죠. 저 그래서 개그콘서트도 웃으면서 못 봐요(웃음). 분석하면서 보니까요.

Q. 정해진 대본 없이 즉흥적으로 무대를 이끌어가는 가수나 개그맨과 달리 배우는 예능프로그램에서 악전고투한다.

에이~, 즉흥적으로 해야 하는 부분은 배우가 더 심한 걸요? 저희 ‘쪽대본’ 엄청 나와요. 그걸 빠르게 소화해서 연기를 하는 게 더 즉흥적으로 해야 하는 부분이 강하죠.

Q. 밝고 건강한 이미지이지만 사람이기에 분명 지치는 순간이 있을 것 같다.

연기를 감정을 실어서 열심히 하고 나서 모니터링을 했는데 생각대로 안 나왔을 때요. 그럴 때는 진짜…왜 살지 하는 생각도 들 정도예요(웃음).

Q. 스스로 ‘워커홀릭’이라고 규정한다. 쉴 때는 생각이 많아져서 몸이 아프다고 하던데.

안 아프려면 계속 일해야죠 뭐(웃음). 근데 1시간만 자고 촬영장에 나가도 힘이 나니까요. 신기하네요…제가 생각해도. 아직 어려서 그런 것 아닐까요(웃음).

Q. 혹시 눈여겨보는 남자 배우가 있는가. 같이 호흡을 맞춰봤으면 좋겠다 싶은 배우.

음…없어요. 어떤 남자배우와도 저는 호흡을 잘 맞출 자신이 있습니다(웃음)!

Q. 이전에 학교 선배인 배우 주원을 닮고 싶다고 했다. 그렇다면 여배우로서의 닮고 싶은 분은?

희진 선배님이요. 희진 선배님 정말 대단하시죠. 희진 선배님은 8,90년대 당대 최고 스타셨잖아요. 지금도 대선배시고. 그런데도 역할 안 가리시고 촬영장에서 불평불만도 없으시고 어떤 불편한 상황도 잘 받아들여서 감내하시죠. 제가 처음 선배님이랑 촬영하게 됐을 때 제작진 눈치를 보느라 흔들린 적이 있어요. 그러자 언니가 ‘너에게 주어진 일을 잘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주변 분위기에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고 저를 붙잡아주시더라고요.


Q. 바빠서 연애도 못할 것 같다.

성공하기 전까지 연애는 잠시 유예하고 싶어요. 남자친구 만나서 시간 보내는 것도 좋기는 하지만…결국 그것도 에너지를 쓰는 일이잖아요. 아버지가 제게 그런 거를 너무 주입하신 걸지도 모르겠지만 차라리 그 에너지를 모아서 작가님을 만난다던지, 제작사 대표님을 만난다던지 하는 게 더 나은 거 같아요. 남자친구도 어쨌든 신경 써줘야 하잖아요. 제가 아직 무언가 이뤄낸 입장이 아니니까…. 그리고 제가 배우로서 그린 꿈이 있으니까 미래를 위해서 잠시 유예를 하려고 합니다. 친구도 연애도.

Q. 연예인은 속된말로 자신의 ‘상품 가치’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독한 거요(웃음). 주어지면 다해요 진짜. 못한다는 얘기 안하고 정말 다해요(웃음)! 오히려 받은 거에서 더 하려고 욕심을 부려요. 그게 제 가장 큰 장점인 거 같습니다.

Q. 가장 가까운 시일 내 목표가 무엇인가. 배우로서 꿈이 궁금하다.

일단 올해 딱 너 같은 딸 잘 마무리하고, 이제 곧 다음 작품 들어가게 되는데 그 작품도 ‘발연기’ 소리 안 듣고 잘해내는 거요(웃음). 그리고 배우로서 꿈은…뻔하지 않은 배우요. 누군가를 따라 하거나 흉내 내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저만의 느낌을 가진 배우요. 그리고 모난 곳이 없는 둥글둥글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일단 사람이 좋아야죠. 긍정적인 사람과 더 일하고 싶은 건 당연한 심리잖아요.

Q. 배우로서 미래에 대해 의문을 품은 적은 없나.

단 한 번도요. 제 안에는 장군이 있어요(웃음). ‘칼을 빼면 무라도 썰어야지’ 하는 마인드가 강하거든요. 또 제가 부산사람이라서 ‘한번 시작한 건 반드시 끝을 봐야 한다’ 하는 게 있어요. 각 사회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 보면 최소 10년 이상 그 분야에서 활동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근데 전 이제 2년 했으니까 아직 8년 남았잖아요. 그 사이에 뭐라도 돼있겠죠? 조급해하면 안되죠. 멀리 봐야죠.

기획 진행: 심규권
포토: bnt포토그래퍼 차케이
의상: 주줌, 츄, 레미떼
슈즈: 아키클래식, 츄
헤어: 에이컨셉 이상화 디자이너
메이크업: 에이바이봄 박선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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