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미국 세마쇼에서 한국이 배워야 할 것은

입력 2015-11-04 09:44   수정 2015-11-09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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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은 자동차 강국이다. 올해도 연간 1,700만대의 신차가 미국에서 판매될 전망이다. 지난 2000년과 2001년에 이어 세 번째 1,700만대 돌파다. 물론 중국의 연간 2,500만대와 비교하면 적지만 판매 제품의 질적 수준을 감안하면 여전히 글로벌 1위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사실 미국에서 자동차는 전통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제조업 분야다. 한 때 미국을 대표하던 GM의 최고 경영자가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도 좋은 것'이라고 언급했을 만큼 미국을 상징하는 제조업이 바로 자동차다. 근래 독일과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를 하고 있지만 미국 시장의 규모는 그 어떤 메이커라도 탐을 낼 정도다.






 그런데 미국이 자동차 강국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은 한 마디로 '자동차문화' 덕분이다. 자동차를 통해 자유로움을 추구한 문화가 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는 얘기다. 자신의 개성 및 필요에 따라 자동차를 개조하는 생활은 소규모 부품 제작으로 연결됐고, 이들이 기술 완성도를 높이면 다시 완성차회사로 흘러 들어 제품력이 높아지는 선순환 과정을 의미한다. 





 이런 흐름은 3일(현지시간) 라스베가스 컨벤션에서 개막한 2015 세마쇼(SEMA Show)에 그대로 투영돼 있다. 쉐보레, 현대기아차, 토요타, 포드, 스바루, 닛산, 혼다, FCA 등 미국 빅3를 비롯해 우리보다 한발 앞서 미국에 진출한 일본과 최근 성장하는 한국 메이커도 현지 튜닝 브랜드와 손잡고 특화된 차종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제조사의 공통점은 완성차 대기업이 직접 튜닝에 나서는 게 아니라 유명 튜닝 기업과 협업, 제품을 내놨다는 점이다. 완성차회사가 범용 제품을 만들면 튜닝 회사가 해당 제품을 특별(?) 차종으로 변신시키는 분업 구조가 일반적이다. 






 그런데 미국도 튜닝 업체라고 모든 부품을 직접 만드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튜닝 차종에 맞는 부품을 찾아내거나 분야별 전문 업체의 도움을 받아 개조 작업을 완성한다. 그렇게 형성된 튜닝의 생태계가 워낙 촘촘해서 자동차와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다면 곧바로 세마쇼에 출사표를 던진다. 라스베가스 컨벤션이 작지 않은 공간이지만 워낙 많은 기업들이 참여해 비좁을 만큼 튜닝 산업 네트워크는 최고 수준이다.






 찾는 사람도 다양하다. 미국 내 튜닝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각 나라에서 날아 온 기업 관계자와 특정 용부품을 수입하려는 바이어들이 쉼 없이 교류한다. 전시관을 돌다보면 현장 상담이 오간 후 서로 악수하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미국이 한 때 완성차산업으로 세계를 호령했다면 이제는 튜닝 분야로 산업을 확대, 틈새 부품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의도가 역력해 보인다. 이른바 'OE 부품-완성차-튜닝-차별화' 구조를 공고히 하겠다는 의미다.






 물론 미국의 자유로운 튜닝 문화는 이제 막 튜닝 산업 육성을 제도적 틀로 마련한 한국에게 그저 부러움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연간 35조원에 달하는 미국 튜닝산업과 이제 불과 5,000억원에 도달한 한국은 비교할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틈새도 분명 보인다. 한국의 수준 높은 부품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면 얼마든지 미국에서 경쟁이 가능해서다. 실제 이번 2015 세마쇼에는 중국 부품 기업의 참여가 돋보였다. 타이어를 중심으로 서스펜션, 패널, 각종 휠 등이 주력으로 전시됐다. 중국 전역에 산재한 다양한 부품 및 튜닝 회사들이 라스베가스로 몰려 들었다. 중국의 강점인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미국 시장 진출을 두드리는 모습은 한국에게 분명 기회가 될 수 있는 요소다. 현장에서 만난 미국 튜닝회사 관계자는 "최근 세마쇼에는 중국 기업이 많이 참여한다"며 "하지만 미국 기업들이 중국 제품을 크게 선호하지 않는다"고 귀뜸했다. 고도의 기술이 필요치 않은 부품이라면 가격 경쟁력이 우선이지만 튜닝에는 기술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드러낸 셈이다.






 그러나 정작 큰 걱정은 틈새가 보여도 나갈 기업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그간 한국은 튜닝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해 온 탓에 직접 기술개발에 나서려는 기업이 적었기 때문이다. 조금 알려진 튜닝 업체도 대부분 해외 유명 튜닝 부품을 수입, 탈부착만 해주는 역할이 전부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튜닝 산업을 오는 2020년까지 4조원 규모로 키우겠다고 공언했다. 정부의 계획과 의지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그러자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아직 튜닝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한국 시장을 키우는 것보다 먼저 튜닝 부품 회사의 기술 개발을 지원, 해외로 나가도록 돕는 게 우선이다. 시간이 흘러 국내 튜닝 문화가 정착될 때 정작 국내 튜닝 부품이 전무할 수도 있어서다. 시장만 키우고 속살을 모두 해외 기업에 내주는 것보다 우리부터 속살을 살찌우는 게 우선이니 말이다. 

 라스베가스=권용주 선임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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