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보편화를 꾀한 미니(MINI), 3세대 클럽맨

 '작고 잘 달리는 차'의 대명사였던 미니(MINI)가 최근 상당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차체는 점차 커지고, 단단했던 주행감은 부드러워졌다. 보다 많은 소비자들이 '좀 더 큰 차, 좀 더 안락한 차'를 원함에 따라 이뤄진 변화다. 물론 작고 단단했던 미니를 추억하는 사람들에겐 아쉬운 부분이지만 소비층을 넓혔다는 점에선 분명 긍정적이는 신호도 있다.

 미니의 기함인 클럽맨도 이러한 변화의 한 축을 맡았다. 3세대로 진화하면서 차체가 더욱 넉넉해졌고, 승차감은 한결 다소곳해졌다. 일반 소비자들이 부담없이 다가설 수 있도록 달라진 것이다. 이에 따라 주 타깃층도 30대에서 50대까지 확대했다. 고급스러움과 점잖음을 더해 젊은 감성의 중년층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20일 출시할 쿠퍼S 클럽맨을 시승했다. 

 ▲디자인

 가장 큰 변화는 수어사이드 혹은 코치 도어라고 불리던 쪽문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그리고 오른쪽과 왼쪽에 각각 두 개씩, 네 개의 문이 생겼다. 다소 평범해지긴 했지만 실용성은 배가됐다. 

 차체는 5도어를 기반으로 한층 커졌다. BMW 액티브투어러, X1 등과 플랫폼을 공유한다. 5도어와 높이는 비슷하지만 길이가 351㎜, 휠베이스가 103㎜ 길어졌다. 뒷좌석 레그룸도 51㎜ 더 확보했다. 트렁크는 360ℓ이며, 뒷좌석을 접으면 최대 1,250ℓ까지 활용 가능하다. 4인의 여행가방을 채우기에 충분한 정도다. 이전과 같이 양쪽으로 열리는 개폐 방식을 유지했다. 위아래로 여닫는 트렁크보다 훨씬 힘이 적게 들어 편리하다.  

 차체가 커진만큼 공기저항을 줄이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전면부터 에어로다이내믹을 적용했다. 공기 흡입구를 통해 들어온 공기가 휠하우스 주변에 위치한 에어 브리더로 빠져나가게 설계했다. 측면에서 본 C필러 뒤쪽의 트렁크 라인은 거의 수직으로 떨어진다. 하이브리드나 전기차 전용차에서 찾아볼 수 있는 형태다. 뒤쪽 공기 흐름을 단조롭게 해 저항을 낮췄다. 

 내외관 디자인은 5도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크고 동그란 눈과 시원하게 키운 입이 미니 유전자임을 드러낸다. 리어램프는 가로 누운 모양이다. 트렁크 아래로 램프가 하나 더 마련됐는데, 제동등이 켜진다. 트렁크 도어를 열었을 땐 비상 깜빡이 역할도 한다. 트렁크를 열면 리어램프가 보이지 않게 되는 문제를 개선한 것이다. 

 사이드미러엔 도어 개폐 시 작동하는 프로젝션 램프를 장착했다. 불빛으로 미니 로고를 쏴 운전자를 환영하고 자동차 위치를 확인할 수 있게 돕는다. 차체 색상은 버건디 등 바디 3종과 루프에 실버를 추가했다. 

 실내 역시 기존의 기조를 이어갔다. 대부분 5도어와 공유한다. 다만 모든 송풍구를 동그란 원형에서 사각형태로 변경했다. 귀여움을 벗고 보다 차분해진 느낌이다. 센터페시아와 이어지는 센터 콘솔도 디자인을 다듬었다. 운전자의 손길이 닿는 곳곳에 감성을 더했다. 

 ▲성능

 시승차는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쿠퍼S가 마련됐다. 주력은 디젤이지만 아직 인증을 받지못해 내년부터 판매할 계획이다. 가솔린은 쿠퍼와 쿠퍼S 등 2종이다. 쿠퍼는 3기통 1.5ℓ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해 최고 136마력, 최대 22.5㎏·m의 성능을 발휘한다. 쿠퍼S는 2.0ℓ 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를 얹었다. 최고출력 192마력, 최대토크 28.6㎏·m에 달한다. 

 기존 5도어의 뼈대에서 앞쪽 서스펜션의 구조만 살짝 개선했다. 이에 따라 가속감은 약간 떨어질 수 있으나 보다 안락한 주행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실제로 미니의 다혈질적인 면은 사그라들고 온화함이 더해진 느낌이다. 응답 민첩성은 조금 줄었다.

 스티어링 휠도 이전보다 가벼워졌다. 처음 미니를 접했을 때 무거웠던 기억을 떠올리면 굉장한 변화다. 확실히 운전하기엔 편하다. 여성이나 중장년층에게도 부담이 없을 듯하다. 하지만 속력을 올리면 슬쩍 단단해진다. 스티어링 휠로 느껴지는 묵직함에 안정감이 든다. 

 스포츠 주행을 위한 칼럼 시프트는 장착되지 않았다. 8단 자동변속기의 구조상 칼럼 시프트를 달려면 완전 새로운 스포츠 변속기로 교체해야 해서다. 신형 클럽맨은 보다 점잖고 부드러운 주행을 추구했기 때문에 별도 에디션의 형태로만 칼럼 시프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하지만 역시 미니는 미니다. 소비자들의 보편적인 취향을 맞추기 위해 절충안을 택한 부분이 있지만 여전히 운전하는 재미가 있다. 작은 차체가 코너를 이리저리 헤치고 다니면 누구도 따라오기 어렵다. 곡선 구간을 야무지게 움켜쥐고 들어간다. 제동은 칼 같은 수준은 아니지만 흠잡을 데 없다.  

 승차감은 한결 우아해졌다. 혈기왕성함을 지나 노련함이 쌓였다는 생각이다. 덕분에 피로감이 덜하다. 시승코스가 짧은 탓에 고속에서 주행감은 경험하지 못했다. 다만 노면소음이나 풍절음도 기존보다 개선됐다는 판단이다. 

 ▲총평

 클럽맨은 본래 판매가 많은 볼륨 차종이 아니다. 미니를 타면서도 4인이 승차하고 짐을 실을 수 있었던 가지치기 차종이라고 보면 알맞다. 하지만 3세대를 출시하면서 클럽맨의 지위가 180도 달라졌다. 이제 가장 보편적인 미니에 가깝다. 일반 세단처럼 넉넉하고 실용적이며, 안락함을 추구한다. 누구나 부담없이 다가설 수 있을 만큼 푸근해졌다. 가격은 3,000만원 후반대부터 시작한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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