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예나 기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배우 이태란은 천생 여자였다.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의 터프한 나설칠도 ‘왕가네 식구들’의 씩씩한 왕호박도 찾아볼 수 없었다.
“평소 자주 해보지 않은 화보 작업이 걱정이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 각기 다른 콘셉트의 화보 촬영을 완벽히 소화해낸 이태란은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스태프들의 연이은 감탄사를 이끌어냈다.
알고 보면 한없이 여성스러운 이태란은 화보촬영 후 이어진 인터뷰에서 조곤조곤한 말투와 작은 목소리로 정갈한 문장들을 만들어냈다. 깊이 고민하고 조심스레 행동하는 애티튜드에서 그만의 뚜렷한 ‘여배우’의 색깔을 보았다.
Q. 화보 촬영 소감은, 어느 콘셉트 촬영이 가장 흡족했는지
전체적으로 다 재미있었다. 내가 사실 진지한 스타일이다. 겉으로는 티가 안 났을지 모르지만 굉장히 신났다. 안 하던 일이라 걱정이 되기도 설레기도 기대도 됐었다. 각 콘셉트마다 나름의 개성이 있어서 좋았지만 그 중 꼽자면 두 번째 콘셉트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오랜만에 보이시하고 편한 느낌의 착장을 입어 좋았던 것 같다. 편안하게 촬영할 수 있어서 좋았다.
Q. 배우의 꿈을 꾸게 된 이유,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는지
막연히 꿈꾸고 있었다. 사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회사생활을 했었다. 안정된 직장을 두고 SBS 선발대회에 출전하게 된 것. 서류 및 1,2,3차까지 다 통과한 뒤 회사를 그만뒀다. 운이 좋아 대상을 타게 됐다. 부모님은 반대하시지 않으셨고 기도를 많이 해주셨다.
Q. 연극 ‘리타 길들이기’ 3대 리타
원래 무대공포증이 있다. 지금도 녹화를 시작할 때면 티는 잘 안 나지만 굉장히 긴장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 그것을 없애고 싶어서 도전한 것이 연극이었다. 연기에 대한 한계를 느끼기도 한 때. 첫 도전부터 비중이 큰 역할을 맡게 되어 많이 무섭고 떨렸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도 그 당시 무언가에 도전하려고, 성장하려고 했던 내 자신이 기특하다. 리타는 실제의 나와 닮았던 것 같다. 자신의 상황보다 더 나아지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계발하고 노력하는 모습과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 나와 닮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최근 공효진 씨와 강혜정 씨가 ‘리타’에 출연하셨다고 하는데 직접 공연을 보지는 못했지만 참 잘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Q. 1998~2000 ‘순풍 산부인과’
늘 정통 드라마만 해오다가 가끔씩 애드리브도 필요하기도 한 시트콤을 도전하게 되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좋은 경험이었다. 워낙 오랫동안 촬영해서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서 굉장히 재미있게 했다. 나도 어렸었고 동생 배역이었던 혜교도 정말 어렸다. 너무 예뻐서 늘 옆에서 쳐다봤다. 콧날도 오뚝하고 피부도 뽀얗고 풋풋했다.
Q. 2013~2014 ‘왕가네 식구들’
워낙 가족 드라마를 많이 했지 않은가. 또 다른 가족이 생긴 느낌이었을 정도로 좋았다. 배우 분들이 연기도 잘하시고 성격도 좋으시고. 사실 미니시리즈 같이 짧은 작품은 촬영하기 바빠 많이 친해지기가 쉽지 않은데 가족 드라마는 그에 비해 팀워크도 더 좋은 것 같고 정말 작품 한다는 느낌이 드는 것 같다.
Q. ‘소문난 칠공주’ 군인
한창 들어오는 작품마다 보이시하고 털털한 역할이었다. 꾸밈없이 내 모습을 보여주면 됐었다. 한편으로는 그것이 딜레마였다. 편하고 좋았지만 사실 나는 말도 없고 조용한 여성스러운 성격이었기 때문. 해진이는 정말 순수하고 귀여웠다. 예의도 바르고 잘 따라서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친하게 잘 지냈다. 그만큼 잘 했으니까 이만큼 성장한 것 같다. 지금 잘 된 것 보니 정말 보기 좋다.
Q. ‘내 사랑 금지옥엽’ 라디오 PD
밝고 통통 튀는 활동적인 캐릭터였다. 그런 캐릭터를 맡을 때면 내 삶도 그렇게 되더라.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듯. 재미있었다. 중기도 내 동생 역할이었는데 정말 어렸다. 중기도 이렇게 성장해서 잘 된 것 보면 너무 기쁘다. 나 때문은 아니겠지만 마치 나 때문인 것 같은, 생각해보면 다 나를 거쳐가는 것 같다.(웃음) 나와 호흡 맞춘 연기자들을 보면 항상 잘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Q. 중국 드라마 도전하게 된 계기
‘소문난 칠공주’가 워낙 중국에서 히트를 쳐서 중국 진출을 하게 됐다. 말이 통하지 않아 어려움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어 좋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역시 언어적인 부분. 더 많은 소통을 할 수 있었지만 못한 부분이 조금은 아쉽다.
Q. 여배우의 고충, 슬럼프
누구나 다 슬럼프를 겪지 않은가. 특히 우리나라 여배우들은 나이에 관한 슬럼프가 가장 큰 것 같다. 워낙 젊음에 대한 기대치가 크기 때문인 것 같다. 괜히 신인 여배우들에게 밀리는 것 같고 그런 심리적인 부분이 슬럼프로 작용되는 것 같다. 아직 나는 젊고 건강한 이미지의 역할을 맡고 싶은데 나이에서 제한이 될 경우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 나이를 인정했기에 극복했다. 30대 후반이 가장 힘들었다. 집중해서 연기를 할 때는 사실 즐거워서 잊고 지내다가 공백이 있을 때 다음 작품에 대한 걱정이 컸다. 멋진 캐릭터에 대한 욕심과 불안함 때문이었다. 작품을 통해, 인정하면서 극복하게 됐다.
Q. 해보고 싶은 역할
어떤 역할이든 다 하고 싶다. JTBC ‘아내의 자격’과 SBS ‘결혼의 여신’ 작품을 통해 보이시한 캐릭터를 깨고 세련된 이미지의 역할을 맡게 됐다. 어떻게 보면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작품들. 그 후로 MBC ‘여자를 울려’에서도 화려한 여배우 최홍란 역도 소화해냈다. 그 벽을 깼다고 생각한다. 당분간은 외모나 캐릭터가 멋있고 튀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 딱 내 나이에 어울리는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Q. 2014 동갑내기 사업가와 연애, 웨딩마치
평소 외모보다는 느낌을 중요시했고 책임감과 성실함을 봤다. 또 내가 배우라는 직업을 가졌기에그를 이해해주고 인정해주는 사람이 필요했다. 연애 시작하고 초반에는 남편에게 서로의 호칭을 ‘왕자님, 공주님’이라고 부르자고 제안했었다. 그런데 차마 남편이 못 하겠다고 하더라. 서로 존중하자는 의미로 제안했던 것. 나 혼자 조금 부르다가 말았다.(웃음) 결혼식 며칠 전부터 눈이 빨개졌다. 조금은 속상했지만 남편이 있어 행복했다. 결혼하고 바로 희망TV SBS 촬영으로 봉사를 떠나게 돼 남편과 떨어져있었다. 신혼 때 10일 떨어져 있어서 남편이 울기도 했다.(웃음) 서로의 애정이 더 불타올랐던 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남편과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
Q. ‘헬머니’ 김수미의 첫째 며느리, 실제로는
실제로는 막내며느리이다. 내가 맏며느리 같은 이미지로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사실 정말 아직 잘 모르는 막내며느리다.
Q. ‘마이보이’ 엄마, 자녀계획
아이를 정말 좋아한다. 친구들의 아이들을 보면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다. 주시는 대로 자녀는 감사히 받을 것이다.
Q. 친한 연예인은
그때그때 작품마다 친분을 쌓게 된다. ‘왕가네 식구들’ 촬영 후 현경언니와 윤지랑 친해졌다. 나문희 선생님 공연을 현경언니랑 보러 가기로 했다. 윤지는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둘이 가기로 했다. MBC ‘어쩌면 좋아’ 작품으로 인연 맺은 래연이와도 친하다.
Q. 워너비나 롤모델
김해숙 선배님 정말 존경한다. 어떤 캐릭터든 소화를 해내시지 않은가. 꼭 필요한 역할이 있으시고 스펙트럼이 넓으신 것 같다. 카리스마와 존재감은 이루 말할 것도 없고.
Q. 앞으로의 목표
어떤 배역이든지 소화를 잘 할 수 있는, 꼭 저 역할은 ‘이태란’이 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싶다. 그것이 나의 목표다.
Q. 독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한마디
처음으로 bnt와 함께 화보 작업을 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 기쁘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을 통해 인사 드릴 것. 행복한 연말 보내시길 바란다.
기획 진행: 안예나
포토: bnt포토그래퍼 최상원
영상 촬영, 편집: 박승민, 이미리
의상: 레미떼, 딘트, 캐롤리나 헤레라
슈즈: 딘트, 캐롤리나 헤레라
백: 폴렌
모자&주얼리: 딘트
헤어: 에이컨셉 공민 부원장
메이크업: 에이컨셉 황란수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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