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내부자들’ 조승우, 누가 그에게 박수 보내지 아니할까

입력 2015-11-19 08:00  


[bnt뉴스 김희경 기자] “저는 무대를 좋아하는 연기자에요. 무대가 고향인 연기자라고 할까요. 그 무대가 카메라 앞이 될 수도 있고 관객들 앞이 될 수도 있어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조승우는 bnt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특유의 소년미와 유쾌함을 드러냈다.

‘내부자들’은 대한민국 사회를 움직이는 내부자들의 의리와 배신을 담은 범죄드라마로, 극중 조승우는 검사 우장훈 역을 맡아 성공에 집착하며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한민국의 절대 갑 이강희(백윤식)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를 그려냈다.

화려한 주조연 배우들의 만남으로 구성돼 캐스팅 단계에서도 한 차례 화제가 된 바 있는 ‘내부자들’. 이토록 조승우는 탄탄한 시나리오와 배우진에도 세 번이나 작품을 거절한 것은 단순한 그의 직업적 욕심이었을까. 하지만 조승우는 보다 특별한 고민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작품이 안 좋아서 거절한 건 아니에요. 단지 ‘내부자들’의 이야기를 관객의 입장으로서는 보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시나리오를 보면서도 ‘정말 내가 사는 세상이 이런 세상인가’라는 회의감이 들기도 했고요.”


“30대 중반이 되면서 제가 보지 않으려고 해도,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해도 사회의 전체적인 구조가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이제는 제 주변이 제가 살아가는 세상을 방해하는 것처럼 드러난 달까. 세상에 주인의식이 서서히 생기는 것 같아요. 세상이 좌와 우로 나뉘고 논란이 생기는 것도 자신의 주관이 생겨서 그런 거거든요. ‘왜 이렇게 돌아갈 수밖에 없을까’ ‘왜 비리는 이렇게 끊이지 않을까’하는 것들이요.”

많은 고뇌를 끝으로 결국 ‘내부자들’이라는 한 배에 탄 조승우. 작품에 대한 결과에 대해 물어보자 그는 “영화적으로도 만족했다”며 미소를 보였다.

“역시 영화는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영화를 찍을 당시에는 이렇게 잘 나올 거라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대본만 보고 제 스스로 상상한 그림이 아니라 1년 간 후반 작업을 거쳐서 탄생한 결과물을 보고 놀랐죠. 역시 영화는 공동 작업이고, 후반 작업의 힘이 대단하다고 다시금 느꼈어요.”

“사실 요즘에는 무대 쪽을 많이 해서 영화에 대한 감이 개봉 때까지 많이 떨어졌나 싶었어요.(웃음) 요즘에도 촬영할 때 카메라가 불편해요. 영화로 데뷔한 건 맞지만, 무대에서 2시간에서 3시간 동안 쭉 흐름을 타고 공연하는 게 익숙해졌어요. 요즘은 더 영화가 낯설 때가 있어요.”


극중 조승우는 이병헌과 ‘어제의 적에서 오늘의 동료’라는 콘셉트로 백윤식을 잡기 위해 협력 관계를 맺는다. 영화 중간 중간 서로에게 험한 욕설과 질책을 일삼는 그들이지만, 결국은 서로를 위해 희생하는 모습은 묘한 브로맨스를 형성한다. 이에 대해 조승우도 “기분 좋은 이야기”라며 배우로서의 이병헌을 언급했다.

“얼마 전에 이병헌 형의 인터뷰를 봤는데 ‘조승우를 얻었다’는 말을 쓰셨더라고요. 사실 저 또한 형을 만나서 너무 좋았어요. 작품에서 이병헌 형을 만나는 일이 쉬운 건 아니잖아요. ‘놈놈놈’ ‘달콤한 인생’ 등 작품성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다양하게 연기를 하시고, 유일하게 천만 관객을 넘긴 영화가 ‘광해’잖아요. 하루는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궁금해서 물어봤는데 ‘다른 것 다 필요 없고 시나리오가 재밌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시나리오만 보고 작품을 뽑는 건 저와 비슷한 점인 것 같아요.”

“이병헌 형은 정말 독한 사람이에요. 25년 동안 한국에서 연기했으면서 할리우드로 넘어가서 다시 시작했잖아요. 스포츠로 치면 메이저리그 선수가 해외로 가서 다시 루키즈로 시작하는 거죠. 40대에 그럴 수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한 거라고 생각해요. 한 장면이 끝나면 바로 모니터로 달려가서 자신의 연기를 객관적으로 체크하고, 10번을 넘게 재촬영하고. 그 집요함이 배울 점이고, 좋은 형을 얻었다고 생각해요. 저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배우죠.”


조승우, 그가 바라는 사회의 내부자들

이제 한국 영화에서 범죄 드라마라는 코드는 하나의 흥행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내부자들’ 또한 대한민국의 정치 실상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악이라는 바위에 계란이라는 정의를 던진다. 조승우 또한 현실적인 영화 속 캐릭터들의 비현실적인 행동에 초점을 뒀다.

“결국 대리만족이 아닐까 싶어요. 범죄 드라마에 있어서 식상한 권선징악의 구성 말고도 통쾌하고도 짜릿한 맛이 있잖아요. 악을 응징하는 부분에 대해 현실에선 해결하지 못하는 끓어오름을 누군가가 해준다는 대리 만족이 있죠. ‘내부자들’에서도 이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지만 시커먼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을, 이런 생각을 가진 젊은이들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고무적 인거죠.”

“우장훈은 가장 현실적인 인물이고,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캐릭터는 맞아요. 우장훈 검사가 매력이 있는 건 자신이 가진 무모한 의식을 실현시키고, 도전하고 행동하는 점에 있다고 봐요. 비록 출세욕을 내세우지만 어느 정도 이해는 가요.”

“우리가 뉴스를 보면 욱할 때가 많잖아요. 말도 안 되는 ‘묻지마 폭행’이라던가, 고양이나 개를 비닐봉지에 산채로 묶어서 쓰레기통에 버리는 일들이 비일비재해요. 저는 그런 걸 보면 속에서 끓어오르거든요. 하지만 그걸 누가 어떻게 할 방법도 없고, 제대로 된 법도 없어요. 그런 맥락으로 봤을 때 비리를 본 우장훈이 정의와 출세욕을 떠나 실제로 몸을 움직이는 걸 보면 꽤나 괜찮은 놈이라고 생각해요.”


한 곳에 미친 듯이 열중하는 우장훈의 모습은, 어떻게 보면 누구나 살아가는 것에 있어 필요한 집착이자 열정이다. 조승우 또한 한 곳에 푹 빠져서 열중하려는 것이 있을까. 이에 대한 질문에 조승우는 시선을 내리깔고 “신선하다. 그리고 어려운 질문이다”며 잠시 침묵을 보였다.

“마흔이 되기 전에 하고 싶은 작품을 실컷 했으면 좋겠어요. 신선하면서도 도전할 수 있고 가슴이 벌렁거리는 걸 찾는 거랄까요. 좋은 작품이라면 드라마나 영화를 가리지 않아요. 다만 근래에 무대 대본이 좋았던 거죠.(웃음) 좋은 무대 대본이 들어온다면 계속 무대만 할지도 모르는 일이에요.”

“저는 곰 같은 곰이에요. 미련하다는 선입견 말고 진짜 우직한 느낌 있잖아요. 사실 곰이 영리하다고 들었거든요. 화나면 무섭기도 하고. 저도 까칠한 면은 있거든요. 아니면 고양이 같다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어요. 움직이는 것에 시선을 놓치지 않는 것처럼 자기 관심이 있는 게 확실하니까요.”(사진출처: 호호호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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