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원, 기쁘면 기쁜대로 슬프면 슬픈대로

입력 2015-11-24 08:00  


[bnt뉴스 김예나 기자] 모든 일에 의미부여할 필요는 없다. 때로는 그냥, 아무 이유나 의미가 없기도 하니까.

최근 자신의 음악적 색깔을 오롯이 담아낸 첫 번째 솔로 정규 앨범 ‘라이크 어 원더(Like A Wonder)’를 들고 대중 앞에 나선 가수 박원이 bnt뉴스와 만나 솔직하고 유쾌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앨범은 타이틀곡 ‘우리 둘이’를 포함 모두 11트랙이 담겼다. 모든 수록곡을 박원이 직접 작사, 작곡해 기존 보컬리스트적 매력 이상의 음악적 색을 표현했다. 솔로 정규 앨범 발표 이후 대중적 반응을 묻자 그는 “엄마가 좋아하더라”고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솔직히 제가 아이돌 그룹이나 뛰어난 뮤지션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 직접적인 체감으로 다가오지는 않아요. 다만 기존 원모어찬스 활동 때는 싱어의 느낌이 강했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직접 곡을 쓰니까 제 또 다른 모습을 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곡 쓰는 사람인 줄 몰랐다는 이야기도 들어봤고요.”

박원에게 있어서 이번 앨범이 특별히 “대단”하거나 “거창”한 의미는 아니었다. 그저 그가 그만의 앨범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그 순간 즈음 느꼈던 일들, 생각했던 바들, 일어났던 일들에 대한 기록에 가까웠다. 물론 사랑 이야기들이 그 당시 모두 벌어진 건 아니지만 그동안 박원이라는 사람이 이러한 사랑을 했구나, 정도는 엿볼 수 있는 유쾌한 대목이라 여겨졌다.

“하루하루 중 제 기억 속에 어떤 날들이 남아있나 생각해봤어요. 예를 들어 제가 누군가와 연애를 했을 때 어떤 사랑을 했었나 생각해보고 노래로 풀어낸 거죠. 그렇기에 정말 이번 앨범은 대단하거나 거창하기보다 제 소소한 이야기들에 가까워요.”

“그저 각 트랙마다 담긴 이야기들의 감정을 느끼길 바랐어요. 기분 좋은 음악은 리스너들 역시 기분 좋게 들으면 되는 거고, 슬픈 음악은 함께 슬프면 되는 거니까 어렵지는 않잖아요. 솔직히 이번 앨범을 듣고 한 번에 터질 거라는 생각보다 시간이 걸릴 거라는 생각은 했어요. 리스너들 역시 천천히 들어볼 시간은 필요하니까요.”


박원은 약 4개월 간 진행된 작업 기간 중에서도 한 달 가량을 하루 4, 5시간씩 수록곡 라이브 연습에만 쏟아 부었다. 이번 앨범에 담긴 모든 이야기들을 가장 전달력 있기 위해서는 그만큼 라이브가 뒷받침 돼야 한다는 것이 박원의 생각이었다.

“계속 노래 부르면서 입에 더 잘 맞는 가사로 바꿔 불렀어요. 또 같은 의미지만 들었을 때 더 기분 좋게 들리는 발음이 뭐가 있을까 연구도 많이 했고요. 일종의 자신감을 키우기 위한 행동들이었던 것 같아요. 적어도 제 노래니까 그 누구보다 제가 제일 잘 불러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이제는 100% 라이브로 언제, 어디서든 소화할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이번 앨범이 박원에게는 일종의 “총알”과도 같았다. 쉽게 설명해서 장전 준비가 모두 끝났다는 것. 그만큼 그를 이해하고, 그의 음악을 좋아하는 지원군들과 함께 대중 앞에 나서기만을 기다렸던 박원이었다.

“보통 곡을 처음 쓸 때 제가 생각했던 느낌들이 결과적으로 나오기는 쉽지 않아요. 저는 그 차이를 줄이고 싶어서 계속 연주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후반 작업까지 함께 했어요. 그  결과 제가 처음 생각했던 느낌들이 완벽하게 표현됐다고 생각해요.”

“어떤 날은 연습한다고 모여서 술 한 잔 하며 제 노래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만 나누기도 했어요. 그만큼 저와 제 노래를 좋아해 줄 수 있는 분들이었죠. 이와 같이 제 노래에 대한 이해가 높은 분들과 작업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앞서 언급했던 대로 박원이 그의 음악을 듣는 리스너들에게 바라는 것은 특별하지 않았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조금은 성의 없게 들릴지 몰라도” 그냥, 정말 말 그대로 그냥 들어주길 바랐을 뿐이다.

“제 음악을 듣고 누군가의 인생을 갱생시키거나 교화되길 바라는 게 아니에요. 특별히 사랑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고 극복하게 만들 수도 없다고 보고요. 제 진정성을 알아달라는 것도 아니고, 어떤 심오한 메시지를 담은 것도 아니에요. 그냥 그 당시, 저마다의 삶에서 슬펐던 혹은 기뻤던 시간들을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요즘은 너무 음악을 심각하게 해석하려는 것 같기도 해요. 제게 음악 자체는 심각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리스너 분들도 제 음악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냥 제 CD  위에 라면을 올려놔도 상관없어요.(웃음) 그만큼 그냥 편하게 들어주셨으면 해요. 더 이상 설명할 수 있는 표현이 없네요.”


또 박원은 이번 앨범에 담긴 여러 장르의 트랙들을 언급하며 “저만이 할 수 있는 무기를 찾고 있는 과정이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이 부분은 음악적 색깔에 대한 이야기였다. 가령 박원을 떠올리면 연상되는 부드럽고 감미로운 목소리, 흡사 실제 남자친구가 잠자기 직전 불러주는 로맨틱한 자장가와도 같은 박원만의 대체 불가능한 보컬적 매력 말이다.

“제 목소리를 듣고 바로 ‘박원이다’고 알아주시는 것만큼 큰 칭찬도 없는 것 같아요. 그 정도로 대체 불가능한 보컬이 돼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되면 많은 분들이 저를 찾을 수밖에 없을테니까요.”

“저는 원래 잔잔하고 무거운 분위기의 곡을 좋아해요. 하지만 대중이 바라는 박원의 보컬적 매력은 달달하거나 부드러운 매력이잖아요. 제게 대중성은 절대적이라고 생각해요. 때문에 결코 간과하거나 배제할 수는 없어요. 대중이 제게 원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당연하기 때문에 이 모습을 이어나가면서도 제가 갖고 있는 다양한 강점들을 앞으로 많이 보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박원은 “이번 앨범에 실지 못한 곡들도 많고, 앨범 후반 작업하면서 만든 곡들도 많다. 더욱 기대를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일단 리스너 분들이 제 음악을 많이 들을 수 있는 시간을 드리고 싶어요. 그렇게 어느 정도의 목마름이 해결된 이후 무대에서 제 노래를 직접 들어볼 수 있는 공연을 열지 않을까 싶어요. 계속 곡 작업은 이어지고 있거든요. 그렇게 제 노래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를 갖고 다음 앨범은 또 어떨까 생각해주시길 바라요.” (사진제공: 메이크어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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