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 폐렴 백신, 어르신 예방효과 없다

입력 2015-11-25 07:01   수정 2020-10-30 16:40

최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건국대 집단 폐렴 발생, 독감 유행 등 호흡기 감염질환이 유행하면서 폐렴 예방을 위해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하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 하지만 ‘폐렴구균’이라는 용어가 생소하다 보니 ‘폐렴구균 예방접종=폐렴 예방’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2013년 5월부터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폐렴구균 백신’ 1회 무료 접종이 시행되면서 보건소에서 폐렴 예방접종을 해주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노인이 적지 않다. 보건소에서 배포하는 예방접종 포스터에서도 ‘폐렴 무료 접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등 정확한 정보 전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폐렴은 2014년 국내 사망원인 5위인 질병이다. 2004년 10위였던 순위가 10년 새 껑충 뛰었다. 2014년 폐렴으로 인한 국내 사망자 수는 1만2021명으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보다 약 2.1배 많다. 2014년 폐렴으로 인한 전체 사망자의 98.4%(1만1829명)가 50세 이상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내에 나와 있는 폐렴백신은 13가 단백접합(결합백신)과 23가 다당질백신 두 종류다. 매년 접종하는 독감(인플루엔자) 백신과 달리 폐렴구균 백신은 평생 1회 접종하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2014년 미국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와 대한감염학회(KSID)가 65세 이상 성인은 두 종류의 백신을 순차적으로 접종하도록 권고안을 변경했다. 13가 단백접합백신을 먼저 접종한 뒤 6~12개월의 간격을 두고 23가 다당질백신을 추가 접종하도록 권고했다.

질병관리본부가 두 가지 백신을 비교한 자료에 따르면, 13가 단백접합백신은 다소 비싸지만 23가 다당질백신에 비해 면역원성이 우수하고 폐렴의 예방효과가 검증됐다는 장점이 있다. 13가 단백접합백신은 높은 면역원성을 바탕으로 고위험군인 65세 이상에서도 높은 효과를 나타냈다. 반면 23가 다당질백신은 65세 이상 노인층에 폐렴 예방 효과가 거의 없다.

국내 보건소에서 무료로 접종하고 있는 폐렴구균 백신은 23가 다당질백신이다. 노인들은 폐렴 예방을 위해 병의원에서 13가 단백접합백신을 본인 부담으로 접종해야 한다. 보건소에서는 사실상 폐렴 예방 효과가 없는 백신을 65세 이상 노인에게 무료로 접종하고 있는 것이다. 2013년 무료 접종 도입 당시 성인에서 접종 가능한 두 종류의 백신 가운데 효과가 미미하고 폐렴에 대한 예방 효과가 회의적인 23가 다당질백신을 선정한 것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 이에 질병관리본부는 65세 이상 노인 폐렴구균 예방접종사업은 ‘패혈증, 수막염 등 침습성 폐렴구균 감염증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비침습성인 폐렴 예방 효과를 겨냥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처음부터 페렴구균이라는 용어 대신 편의적으로 폐렴이라는 용어를 쓰면서 오해가 커진 것이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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