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K, 한 지붕 아래 세 가족 동거하는 이유는?

입력 2015-11-27 08:30   수정 2015-11-30 10:07


 마세라티와 페라리를 수입·판매하는 FMK가 최근 복잡한 조직 구조를 형성,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7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FMK는 지난 3월 모그룹 동아원의 재무구조 악화로 사돈기업인 효성그룹으로 인수됐다. 이후 효성토요타의 대표였던 김광철 사장이 경영자로 새로 취임했지만 이희상 동아원 회장의 장남인 이건훈 대표가 기존의 자리를 지키면서 FMK는 공동 대표 체제로 유지되고 있다. 여기에 마세라티 이탈리아 본사에서 국내 법인 설립을 위해 배치된 인력까지 더해져 FMK는 효성과 동아원·마세라티, 이른 바 '한 지붕 세 가족'이 된 셈이다.
 
 마세라티가 국내에 직접 진출한다는 전망은 지난해 말부터 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FMK의 마세라티 부문이 지난해 높은 실적에도 판매 및 서비스망 확대에 소극적이었을 뿐 아니라 위탁 판매사도 뽑지 않았다는 지적을 본사로부터 받아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조치로 마세라티는 지난 2월 이례적으로 서울 신라호텔에서 이탈리아 본사 차원의 기자회견을 마련하고 새로운 판매사 선정을 통한 전시장과 서비스망 확충 계획을 밝혔다. 이어 3월에는 FMK가 효성그룹에 인수되면서 '마세라티코리아'의 출범은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게다가 마세라티에서 법인설립을 위해 별도 인력을 운영, 전망에 더욱 힘이 실렸다.






 그러나 마세라티의 국내법인 설립은 당분간 미뤄질 전망이다. 최근 공식 석상에 참석한 FMK 김광철 공동대표는 "마세라티의 법인설립설은 일단락 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못을 박았다. 또한 양 대표 체제에 대해 FMK측은 "이건훈 대표가 기존 고객관리 차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계속해서 공동 대표 체제를 유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실제 김광철 대표가 효성에서 FMK로 자리를 옮기면서 별도 효성 측 인력이 새로 투입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업계에선 마세라티 법인설립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마세라티에서 배치한 인력 역할이 모호해졌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마세라티 S.p.A  관계자는 "추후 거취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며 "현재 FMK와 함께 딜러(판매사)개발 등의 업무에 협력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탈리아 본사와 FMK 양측의 가교역할을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효성이 마세라티를 설득한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 중이다. 법인이 설립되면 FMK가 수입사에서 판매사로 지위가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게다가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삼남인 조현상 효성 부사장이 지난 8월 FMK의 사내 이사에 등재된 것도 FMK에 대한 효성의 애착(?)이 적지 않음을 나타내는 대목이라는 것. 

 수입차 업계의 관계자는 "마세라티가 지난해에 이어 또 한번 올해 실적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아 마세라티 측에서 잠시 유보한 것일 수도 있다"며 "본의 아니게 한 회사에 세 조직이 얽혀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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