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데렐라’ 박진우, 방어전은 끝났다

입력 2015-12-04 19:00   수정 2015-12-04 19:30


[bnt뉴스 이승현 인턴기자 / 사진 김강유 기자] 자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찾아내고 그에 후회와 미련이 남지 않게 도전한다. 이와 같은 도전은 곧 확신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그 확신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뮤지컬 배우 박진우에게 뮤지컬이 이와도 같았다.

최근 뮤지컬 ‘신데렐라’ 서울 공연에서 장미쉘 역할을 마치고 성남 재공연에서 왕자 크리스토퍼 역으로 변신을 앞둔 배우 박진우가 bnt뉴스와 만나 두 배역에 대해 얘기했다.

“‘신데렐라’ 연습 중 성남 공연에서 크리스토퍼 왕자로 오른다는 걸 알게 됐어요. 장미쉘을 연습하면서 크리스토퍼도 생각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그러다보니 장미쉘은 할 수 있는 부분까지만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회차가 계속될수록 장미쉘에 대한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서울 마지막 공연 커튼콜 당시 많은 관객들은 원캐스트로 장미쉘을 훌륭히 해낸 박진우에게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박진우는 장미쉘을 더 표현하지 못한 아쉬움에 마냥 웃을 수 없었다. 막이 내리고 며칠 동안 그는 검은 상자 안에 혼자 갇힌 것 같았다고.

“처음 장미쉘은 잘 안 맞는 옷이라고 생각하니 정말 어려웠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저와 너무 닮아 제 스스로가 밀어냈던 것 같아요.(웃음) 최대한 자연스럽게만 가자고 생각했던 그 옷이 어느 순간부터 잘 맞는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죠. 이제 그 옷을 벗어야 하는데 휑하고 잘 안 떠나보내 지네요.”


스스로에 대해 높은 만족도를 지니며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많은 이들이 스스로를 보며보완해야 할 점을 찾고 멋스러워지길 바란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건 바람일 뿐이다.

“장미쉘은 개인 넘버가 없어요. 광장 씬에서는 시작을 제가 할 뿐 마무리는 핑클턴이 하죠. 전 중간에 쫓겨나요.(웃음) 하지만 저는 씬 안에 묻히지 않기 위해 개인 넘버처럼 불러버렸어요.”

매 질문마다 확실하게 답을 건네는 박진우를 보며 똑똑하고 영리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얘기하자 그는 “똑똑한 배우도 좋지만 그보다는 배려할 줄 아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고개를 저었다.

“뮤지컬은 장면마다의 주인공이 있어요. 이 장면에서 진짜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빨리 알아내야 해요. 그리고 그 주인공에게 에너지를 모아 넘겨주는 게 조연의 역할이죠. 제가 이 씬을 잘 만들고 사람들의 기분이 고조 돼 넘겨줬을 때 그 씬의 주연이 잘 받으면 그 장면은 완성되는 거예요. 저는 장미쉘이기 전에 조연이에요. 조연이 주연이 되는 순간 극은 무너집니다.”

장미쉘은 원캐스트였다. 다른 캐릭터가 둘 혹은 네 사람이 돌아가며 무대에 오를 때 박진우는 홀로 장미쉘을 연기했다. 많은 경우의 수의 무대를 보고 무대 위에서 함께 했다. 매 공연마다 박진우는 함께 무대에 오르는 배우들과의 균형 맞추기를 계속했다.

“씬마다의 주인공이 무슨 생각을 갖고 무대에 나와서 무엇을 보여주려고 하는지 제가 알아채야 돼요. 그래야 어느 정도 양보를 해야 하는 지, 어디까지 채워줘야 할 지 알 수 있죠. 제가 욕심을 부리게 되면 그 씬이 무너져버려요.”

“모든 배역들의 연습을 봤어요. 저 친구는 저 씬을 저렇게 하는구나, 그러면 저는 어떻게 받아야 할까를 생각하죠. 서로 호흡이 차곡차곡 잘 맞아 씬이 성공하면 그 때 카타르시스를 느껴요.”

‘삼총사’의 달타냥과 ‘잭 더 리퍼’의 다니엘부터 ‘신데렐라’의 장미쉘, 크리스토퍼까지 박진우가 맡아온 배역들은 각각의 캐릭터가 명확했다. 사방팔방 다른 캐릭터들을 소화해온 박진우는 오히려 감사함을 전했다.

“연출님이 참 다양한 역할을 시켜주세요. 다행인건 잘 소화했다는 아니더라도 선방은 했다는 거죠.(웃음) 항상 방어전이에요. 연출님의 공격에 대한 방어전. 그래서 저는 대본 받을 때마다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할까 전쟁하는 기분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비슷한 배역을 맡지 않은 게 저한테는 행운일 지도 모르겠네요. 그랬다면 어느 순간 비슷하게 나왔을 지도 몰라요. 근데 너무 다르니 오히려 어렵지는 않았어요. 힘이 들긴 했지만요.”

“‘삼총사’ 달타냥과 ‘잭더리퍼’ 다니엘은 저와는 정 반대에요. 오히려 그렇기에 연기하기 편해요. 저랑 다르기 때문에 그냥 연기하면 돼요. 그래서 누군가 안 어울린다고 해도 그 연기를 연습했죠. 달타냥과 다니엘을 맡았을 때 정말 행복했어요.”


서른, 누군가에게는 이미 늦은 시기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스물여덟까지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박진우에게 서른은 안주하는 시기가 아니었다. 오히려 기회의 시기였다.

“제가 좋아하고 사랑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기초부터 쌓아야 올라가야겠다고 스물아홉에 깨달았어요. 그러니 포기가 빠르면 빠를수록 저한테는 좋았죠. 그건 포기가 아니라 정말 좋은 걸 잡는 기회의 시기였어요. 조금 빨랐다면 좋았겠지만 늦었다고도 생각 안 해요.”

지난 2013년 박진우에게 뮤지컬 배우로서의 기회가 왔다. 앙상블로 활동하던 그에게 역할이 주어지기 시작한 것. 그 시작에 대해 그는 이렇게 입을 열었다.

“처음에는 메인 배우들 대신 동선 연습을 도우며 노래를 불렀어요. 근데 그 노래를 처음 불렀을 때보다 두 번째, 세 번째에 점점 실력이 느는 거예요. 그 후 뮤지컬 ‘잭 더 리퍼’의 앤더슨 커버 역으로 발탁이 됐죠.”

“‘잭 더 리퍼’가 끝난 뒤에는 뮤지컬 ‘삼총사’ 아라미스 커버 역을 맡아 메인 분들의 호흡을 외웠어요. 그러고 난 뒤 갑자기 삼총사에서 달타냥으로 몇 회를 해야 될 거 같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처음 달타냥 얘기를 들었을 때 그는 아직 맞지 않다 여기며 거절했다. 조금 더 앙상블의 길을 가겠다고 말을 전했지만 회사에서는 계속 박진우를 불렀다.

“무슨 행운인지 모르겠었어요. 처음 달타냥으로 3회 잡혀있던 공연이 나중에는 8회로 늘어났죠. 8회면 보통 다른 배역들이 맡는 회차에요. 나중에 들어보니 달타냥을 잘 해내진 못했다고 해요. 그래도 거기서 뭔가 인상은 줬는지 다음 번 ‘잭 더 리퍼’ 때 주인공 다니엘을 하게 됐어요.”

그가 본 그의 다니엘 연기는 어땠을까. 긴장감에 뻣뻣하게 굳어있다가도 어느 순간 미쳐서 연기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다시 한다면 이렇게 나올까 싶을 정도의 몰입도가 박진우의 눈에 보인 것이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꼭 한 번 다시 해보고 싶은 게 다니엘 역이에요. 꼭 다시 해보고 싶어요.”


2015년 ‘로빈훗’을 시작으로 ‘체스’ ‘신데렐라’까지 박진우의 조연 인생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속도가 늦춰질까 싶었지만 2015년의 대미는 ‘신데렐라’의 왕자님 크리스토퍼로 장식한다.

“그냥 별다른 수식어가 붙지 않는 왕자님이고 싶어요. 저 말을 타고 저 옷을 입어야 될 사람이길 바라요. ‘신데렐라’ 안에서 크리스토퍼 왕자가 보이는 게 제 목표네요.”

“장미쉘이 가미된 크리스토퍼가 되면 안 되겠죠. 박진우라는 이름이 떠오르지 않고 그냥 왕자이고 싶어요. 공연이 끝나고 나서야 이름을 확인하게 되는 그런 왕자, 그냥 크리스토퍼 말이에요. 신데렐라가 사랑에 빠지는 게 이해가 되는 왕자가 되고 싶네요.”

크리스토퍼가 될 박진우에게 가장 큰 숙제는 “장미쉘이 더 낫다”는 말을 듣지 않는 것. 왕자가 어울린다는 말을 듣지 않으면 크리스토퍼는 실패한 거라고 말하는 그의 눈빛에서 방어전을 앞둔 자의 굳은 다짐이 엿보였다. 박진우가 선보일 크리스토퍼가 기대되는 이유다.

“감히 말하건 데 전혀 다른 크리스토퍼 왕자를 보게 되실 겁니다. 동화 속에서 두 시간 동안 못 나오게 해드리겠습니다.(웃음) 그러니 재미를 떠나서 정말 다른 공간에 있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맛보게 해주는 신데렐라와 크리스토퍼, 그리고 뮤지컬 ‘신데렐라’가 되게끔 최선을 다 할테니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사진제공: 쇼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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