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극적인 하룻밤’ 윤계상, 따뜻한 토닥임

입력 2015-12-07 08:00  


[bnt뉴스 김예나 기자 / 사진 김치윤 기자] 배우 윤계상의 말 한 마디에 얼어있던 분위기가 훈훈해진다. 저마다 안고 있는 고민들, 생각들, 쌓여있는 업무까지도 아무 일도 아닌 일이 돼버린다. 적어도 그 장소, 그 시간만큼은 잠시 다 내려놔도 괜찮을 것만 같다.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극적인 하룻밤’(감독 하기호) 개봉을 앞두고 bnt뉴스와 만난 배우 윤계상은 인터뷰 내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추억을 함께 공유할 수 있을 만큼 인간적인 면모가 빛나는 남자였다.

‘극적인 하룻밤’은 연애하다 까이고, 썸 타다 놓치고, 사랑이 두려운 이 시대 젊은 청춘들의 사랑과 연애 이야기를 보다 현실적이고 적나라하게 담은 작품.

이번 영화에서 차가운 이별 앞에 연애 을(乙)로 전락해버렸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감추고 속으로만 눈물 삼키는 정훈 역을 맡은 윤계상은 특유의 능청스러운 표정과 찌질한 면모를 부각시켜 ‘현실 남친’이라는 맞춤옷을 입은 듯 캐릭터를 소화해 냈다.

뿐만 아니라 윤계상은 배우 한예리와의 커플 연기를 통해 미묘한 설렘부터 알콩달콩 로맨스 그리고 외면할 수 없는 현실적 문제들에 대한 진지한 고뇌의 모습 등 다양한 감정선을 아우르며 11년차 베테랑 배우로서의 면모를 완벽히 보여줬다.


“찌질한 정훈, 저 역시 갖고 있는 모습”

윤계상은 작품 속 정훈에 대해 “남자들의 감추고 싶고 숨기고 싶은 찌질함을 보여주는” 캐릭터라 소개했다. 그는 “대다수의 남자들이 비슷하다. 상처받기 싫고 자신감이 없어서 쿨한 척 하는 경우가 많다. 저 역시 갖고 있는 모습이다”고 털어놨다.

“나이가 들어보니 제가 왜 그렇게 찌질 했을까 싶은 생각이 많이 들어요. 뭐 그렇게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그랬을까요. 욕심인 것 같기도 해요. 괜히 더 떳떳해 보이고 싶은 욕심 때문인 거죠. 가끔 옛날 생각하면 후회도 드네요.” 

여기서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었다. 남자들의 “자존심”과 “자존감”의 차이랄까. 이에 대해 윤계상은 “자존심과 자존감은 다르다. 자존감은 높을수록 좋다. 하지만 자존심이 높으면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괜한 남자들의 자격지심일 수도 있다. 일이든 사랑이든 자존심을 부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저 역시 자존심 있었죠. 이제 내려놨다는 걸 인정 합니다. 내려놓은 지 1년은 넘은 것 같아요. 아무것도 아닌 일에 자존심 부리고 싶지 않아요. 사실 사람들은 크게 관심도 없는데 저 스스로 괜한 자존심을 내세운 일도 많았죠. 특히 어렸을 때는 일종의 증명해 보이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지금의 배우 생활도 그렇지만 god 활동 할 때도 극한의 상황까지 열심히 하다보면 제 한계에 부딪힐 때가 있었어요. 그 벽에 부딪혔을 때 저는 살 것인가 죽을 것인가 하면서 극단적으로 몰아붙이는 성격이었죠. 사실 조금만 버티면 별 거 아닌 일인데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 모르겠어요.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알겠더라고요. 제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은 또 따로 있다는 걸요. 사실 세상에 혼자 할 수 있는 일들이 그렇게 많지만은 않지만요.”


“god 재결합, 제 인생 ‘극적인’ 순간”

그의 입에서 그룹 god가 언급되는 순간부터 인터뷰는 마치 타임머신이라도 탄 듯 추억여행에 빠졌다. 기자에게 god 노래 중 어떤 곡을 가장 좋아하는지 물어보는가 하면 당시 초등학생이었다는 기자의 말에 놀라워하더니 그 때의 인기 척도가 됐던 일명 길보드 차트 이야기까지 꺼내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 정도로 윤계상에게 god는 애틋함 이상의 감정을 동요케 만드는 존재임이 확실했다. 때문에 그는 지난해 god의 재결합을 인생의 “극적인 순간”이라 밝히며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었다. 그 어떤 욕심 없이 겸손한 마음으로 재결합했다. 이렇게까지 큰 사랑 받을 거라고 상상도 못했다”고 회상했다.

“재결합 당시 그렇게 좋은 상황도 아니었기 때문에 사랑받거나 축하 받는 것은 생각도 못 했어요. 다만 god가 재결합을 하면서 그간 멤버들끼리의 오해들이나 상처들이 치유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랐죠. 그런데 재결합 후 너무 큰 사랑을 받게 됐어요. 저희로서는 정말 큰 선물을 받은 것 같아요.”

“god 멤버 다섯 명이 함께 있을 때 가장 좋고 참 멋져 보여요. 각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사연을 갖고 있어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다섯 명 모두 참 잘 해냈고, 여기까지 잘 왔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아마 저희도 그렇고 god를 기다린 팬 분들 모두 순수한 마음으로 기다렸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마주한 얼굴 위로 그 시절 장난기 가득하고 유쾌한 모습의 god 멤버 윤계상이 겹쳐졌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그의 모습에 반가운 마음이 더욱 일었다. 심지어 “요즘 몸도 잘 안 따라 준다. 예전 10분이면 외웠을 안무를 지금은 하루가 걸린다. 가장 큰 고충이다”며 너스레를 떠는 모습까지도 반가웠을 정도.


“필모 쌓아가며 롱런하는 배우 되고파”

그렇게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웃다보니 어느새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다시 배우로서의 윤계상으로 돌아와 그가 바라는 앞으로의 모습과 목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잠시 고민하는 표정이 어렸지만 짐짓 사람 좋은 웃음을 보이며 “롱런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문을 열었다.

“오랫동안 롱런하면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배우가 최종 목표에요. 배우는 저도 모르게 어느 순간 자신의 대표작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그게 빨리 올 수도 있고 느릴 수도 있겠죠. 하나하나씩 작품들을 해 나가면서 제 필모를 쌓아가다 보면 제 히스토리가 생길 거라 생각해요. 그 언젠가 제 대표작이 나왔을 때 ‘아, 윤계상이 이만큼 노력 했구나’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그렇다면 ‘극적인 하룻밤’을 통해 윤계상이 전달하고픈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는 “사실 제가 감히 이렇게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다 괜찮아요. 요즘 여러 가지 힘든 일이 많을 테지만 사람 앞일은 모르는 거니까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너무 안 좋은 일을 겪었다고 해서 자학하거나 억울하게 생각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나쁜 일이 생겼다면 또 좋은 일도 찾아올 테니까요. 항상 희망을 안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꼭 전하고 싶습니다.”

지나온 세월이 깃든 얼굴에는 분명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담기기 마련. 그의 말 한 마디, 표정 하나마다 비쳐지는 지난 흔적들을 보고 있노라니 롱런하는 배우 윤계상에 대한 믿음이 더욱 확실해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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