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파일]자동차 안전도는 왜 차별화되지 못할까

입력 2015-12-21 15:09   수정 2015-12-21 15:10


 "현업에 있을 때 정부의 자동차 안전도 평가를 토대로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벌였지만 별 효과가 없었어요. 돌아보면 그보다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주는 게 도움이 되지요. 안전도요? 이미지는 좋을지 몰라도 그것 때문에 구매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며칠 전 30년 이상 자동차 마케팅 분야에 종사하다 퇴직한 전직 완성차회사 고위 임원을 만났다. 그는 최근 국토교통부가 선정한 '올해의 안전한 차'를 보면서 '효과 없이 비용만 날리는 안전도 마케팅이 다시 나오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효과 여부를 떠나 그의 예상은 일단 적중했다.

 국토교통부 산하 교통안전공단은 올해 모두 9개 기업의 11개 차종을 대상으로 여러 충돌 안전성을 평가한 결과 현대차 아슬란을 '올해의 안전한 차', 투싼과 기아차 K5 및 쏘울 EV는 종합 1등급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현대차는 즉각 아슬란의 안전성 부각에 착수했다. 판매 증진 여부를 떠나 '올해의 안전한 차' 선정을 계기로 '안전도 마케팅'에 다시 불을 붙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안전도가 실제 구매에 많은 영향을 미칠까? 별 영향이 없다는 고위 임원의 경험적(?) 언급은 사실일까? 지난해 7월 마케팅인사이트가 '1년 이내' 새 차를 구입한 사람 10만1,8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그의 언급을 어느 정도 뒷받침하고 있다. 당시 조사에서 국산차 구입자가 새 차를 살 때 우선 고려한 것은 '가격/구입조건' 및 '외관 스타일'이었다. 재미난 것은 3위에 안전성이 올랐는데, 이는 특정 브랜드에 집중됐을 뿐 평균적이지는 못했다. 오히려 '연비' 항목이 안전도에 비해 소비자들의 구매 선택 평균이 높았다.






 구매 항목 이유로 '평판'이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승용자동차 엔진 성능이 소비자 구매에 미치는 영향 연구(카이스트 2015)'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구매할 때 가장 우선하는 항목은 '평판'이었다. 이외 잔고장 적음(내구성), 연비(유지비) 등이 상위 항목에 올랐고, 차체의 견고성 등은 그 다음이었다.

 그렇다면 '안전도 마케팅'이 자동차회사의 기대만큼 당장 구매에 영향을 미치지 않음에도 굳이 부각시키는 이유는 무얼까? 한 마디로 '이미지' 때문이다. 제 아무리 감성 지향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자동차의 기본 속성을 내세울수록 이미지가 향상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국내 완성차회사 마케팅 관계자는 "요즘 나오는 자동차의 성능이 대동소이(大同小異)하고, 편의품목도 비슷하다"며 "이럴 때 누군가 객관적으로 경쟁 우위 요소를 발표하면 그 사실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구매 영향이 없음을 알면서도 해당 항목을 적극 내세워야 곧 '차별화'로 여기는 셈이다. 

 사실 '안전'은 자동차기업에게 가장 오래된 화두다. 덕분에 차체를 비롯해 모든 편의품목도 개발의 1순위 목표가 안전이었고, 이를 기반으로 '안전도 마케팅'에 매진한 곳도 적지 않다. 심지어 IT 기업의 스마트카 도전을 얼마든지 막아낼 수 있다고 자신하는 이유도 장시간 축적된 '안전 기술'을 꼽을 정도다. 

 그러나 여러 통계를 보면 국내에서 '안전'은 아직 감동(?)을 주는 요소가 아닌 듯하다. 물론 통계가 모든 것을 보여준다고 단언할 수 없지만 어쩌면 대부분 자동차가 최소한의 안전도를 갖춘 만큼 차별화 요소로 여기지 않는 시각이 팽배한 것은 아닐까. 아니면 적어도 자신은 사고를 당하거나 내지 않을 것으로 믿는 것은 아닐까. 여러 생각을 해보게 된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 [기자파일]푸조에게 필요한 것은 브랜드 가치다
▶ [기자파일]수입차, 추가 성장의 비밀은 서비스
▶ [기자파일]사라진 디젤, 고개 숙인 CEO vs 숨는 CEO
▶ [기자파일]자동차 발전의 원동력은 자부심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