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코리아가 신형 어코드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기대만큼 판매가 늘지 않고 있다. 본사와 수입사의 빗나간 수요 예측 때문에 팔 차가 없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22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월 혼다코리아의 국내 신규 등록대수는 414대다. 지난해 동기보다 37.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입차 전체 판매 성장률 35.6%를 넘어선 만큼 회사 내외적으로 실적 개선에 따른 분위기가 고무돼 있다. 올해 누적 판매대수도 4,216대로 전년 동기 대비 26.8% 신장했다. 역시 수입차 전체 평균 증가율 22.5%를 뛰어넘는 수치다.
이 처럼 개선된 실적에도 불구하고 영업 일선에선 최근 실적이 아쉽다는 반응이다. 재고가 부족해 계약이 실제 판매로 연결되지 못했다는 것. 11월의 경우 신형 어코드 외엔 사실상 판매할 차가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게다가 12월과 1월에 입고될 물량 역시 계약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각 판매사의 주문 내역 등에 따르면 본격적으로 재고 적체가 해소될 시점은 내년 3월이다. 통상 신차효과가 출시 후 3개월 정도 지속되는 점을 감안할 때 신형 어코드와 파일럿은 신차 효과가 지나간 이후에야 판매일선에 차가 전달되는 셈이다.
한 판매사 관계자는 "11월중 혼다코리아 판매사 전체 계약 대수가 900대를 넘어선 것으로 알고 있다. 국내 진출 이후 최고 기록일 것"이라며 "오랜만에 찾아온 좋은 기회를 물량이 없어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주력 판매 차종 중 하나인 CR-V의 실제 11월 판매대수는 사실상 '0'이라고 봐야 한다"며 "주력 제품이 제때 공급되지 못했다는 점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11월 실적 중 신형 어코드 2.4ℓ가 차지한 물량은 286대로 전체 판매의 70%를 책임졌다. 반면 같은 기간 인기 SUV CR-V의 판매대수는 16대에 머물렀다. CR-V는 올해 9월까지 월 평균 판매대수 140대 이상을 유지하며 이 기간 혼다코리아의 전체 판매 중 1/3 이상을 담당한 주력 차종이다. 10월 하순 출시된 대형 가솔린 SUV 신형 파일럿 역시 출고 적체로 판매에 발목이 잡혔다. 출시 당시 혼다코리아는 신형 파일럿이 사전계약 150대를 돌파했다고 밝혔지만 11월 실제 판매로 이어진 차는 24대에 불과했다. 파일럿의 경우 추가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올해 중엔 신차 출고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게 판매 일선의 설명이다.
또 다른 판매사 관계자도 "혼다의 신차 라인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어 올해 기대가 컸다"며 "사전에 물량 부족을 쉽게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 건 매우 아쉬운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 관계자는 "2008년 정점을 찍은 이후 판매가 급감하면서 판매사들은 오랫동안 힘든 시기를 보내왔다"며 "이제야 부진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았는데 신차효과를 누려야 할 시기에 물건이 없어 허탈감마저 든다"고 덧붙였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10월과 11월의 경우 신형 어코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른 제품에 대한 관리가 다소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판매사 주장대로 출고 적체가 판매의 두 배에 달할 정도라는 건 다소 무리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력 차종인 어코드와 CR-V를 비롯해 인기 몰이에 나선 신형 파일럿까지 적시에 공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1월부터는 출고 적체가 어느 정도 해소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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