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여성 힙합 뮤지션⑭┃엠제로, 지금을 말하다

입력 2016-01-04 09:00   수정 2016-01-0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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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t뉴스 김예나 기자] <지난해부터 각종 방송 활동 및 앨범, 공연 활동 등을 통해 여성 힙합 뮤지션들이 저력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이제 그들은 또 하나의 힙합 트렌드 중심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며 대중적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여기 힙합을 사랑하는 여성 뮤지션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새해 첫 포문을 열 여성 힙합 뮤지션은 래퍼 엠제로(M-Zero)다. 지난해 2월 데뷔 싱글 ‘런어웨이(Run Away)’로 국내 힙합씬에 첫 출사표를 던진 엠제로는 이후 싱글 ‘삐리리’ ‘엠제로(M-ZERO)’ 등 꾸준한 앨범과 다양한 공연 활동을 통해 본인의 입지를 늘려가고 있다. 매 앨범마다 자신만의 색을 풍부하게 드러내며 힙합씬에서 크게 주목 받고 있는 엠제로가 bnt뉴스와 만나 자신이 걸어온 힙합의 길과 향후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마음으로부터 시작된 힙합 

초등학생 시절 엠제로는 뉴질랜드로 유학을 떠났다. 당시 사귄 흑인 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던 엠제로는 자연스럽게 그들의 음악을 접하게 됐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손짓, 발짓만으로도 마음이 통했기 때문. 영어에 서툰 엠제로를 향한 그들의 따뜻한 마음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마치 토닥여주는 느낌이었다. 말로 형용할 수 조차 없는 그들의 따뜻한 마음이 모여 어린 엠제로를 강인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그들로부터 말을 배웠고, 위로를 얻었고, 갇혀 있던 마음을 열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천천히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한 마디씩을 내뱉는 엠제로에게 그들, 흑인 친구들의 의미에 대해 묻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울한 채 늘 안에 갇혀 있던 저를 세상 밖으로 내보내준 고마운 친구들이에요. 중학교부터는 한국에서 다니기 시작했는데 이후로 저는 반장이나 과대를 놓친 적이 없어요. 그토록 사람들 많은 곳을 싫어하던 제가 사람 많은 곳에만 가게 됐어요. 참 고마워요.”

그럴 수 있다

처음 들어간 회사에서 성형 수술을 권유 받았다. 그의 음악적 역량은 높이 평가했지만 결국 가수가 되려면 피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혼란스러웠다. 그가 꿈꿨던 뮤지션으로서의 그림은 무대 위에서 제 음악으로 공연을 하는 사람이지 무조건 얼굴이 예쁘고 화려한 누군가가 아니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외모가 아닌 실력으로 승부를 걸자, 그 누구에게도 실력만큼은 뒤지지 말자. 그것은 스스로와의 강한 약속이었다. 

엠제로는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럴 수 있다’고. 세상 모든 일이 그럴 수 있노라고. 저마다 이유가 있을 테고 그 마음을 생각하면 다 이해된다는 엠제로다. 나이답지 않은 어른스러움이 엠제로를 감싸고 있었다. 그 때문인지 어딘지 아릿한 마음이 인터뷰 내내 감돌았다.


조금 더 어른이 된다면

지금 엠제로는 그 어느 때보다 즐겁고 행복하다. 원하는 음악 활동도 맘껏 펼치고 있다. 젊음을 무기로 다양한 활동에 도전 중이다. 음악 활동 때문에 밤도 새보고 마음 맞는 친구들과 무대 위에서 미친 듯 뛰며 지금을 만끽하고 있다. 

“바라는 것은 크게 없어요. 조금씩 제 작업물을 쌓아가고 싶어요. 저뿐만 아니라 제 주위 친구들과 함께 만든 ‘우리의’ 작업물이겠죠. 별 게 아닌 것 같지만 의미가 크거든요. 공연비가 부족할 때는 단기 아르바이트도 해요. 처음 만난 사람들과 음악 이야기를 나눌 때는 얼마나 짜릿한데요. 그 과정들이 너무 좋아해요. 행복해요.”

아직 어떤 사람이 될지는 스스로 잘 모르겠다. 조금 더 어른이 된다면, 라는 질문에 엠제로는 머뭇거렸다. 그리고 특유의 느리면서도 담담한 어투로 말했다. “과거의 추억 속에 사로잡혀 사는 사람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저 하루하루 즐겁게 사는 사람이고 싶다”고.

“지금 제 스스로 기특하다고 생각해요. 힘든 일도 많았고, 마음 아픈 일도 많았는데 천천히 극복했으니까요. 제가 처음 흑인 친구들을 만났을 때 그들로부터 큰 위안을 얻었던 것처럼 누군가에게 제 음악이 위로가 됐으면 좋겠어요. 누군가는 또 저를 통해 용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천천히 제 음악을 전하고 싶어요.”

‘현재를 즐겨라’는 말이 있다. 과거의 아픔이든 영광이든 지난 시간 속에 얽매여 시간을 낭비하는 것, 이와 동시에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 때문에 현재 눈앞의 기회를 놓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일일 터. 현재를 충실히 즐기면서, 그렇게 엠제로는 천천히 서툴지만 자신만의 ‘지금’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의 지금, 그리고 앞으로의 일어날 매 순간의 지금을 응원한다. (사진제공: 엠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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