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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t뉴스 김예나 기자] 저마다의 소중한 순간을 떠올려본다. 시간이 흘러 다시 한 번 그 순간을 생각했을 때도 과연 똑같이 소중한 순간일 수 있을까, 괜스레 의심이 든다. 순간은 지나가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그 순간의 감정은 그 때 느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그 순간은 더 이상 순간이 아니다.
영화 ‘프랑스 영화처럼’(감독 신연식)은 네 개의 단편으로 이뤄진 옴니버스 작품. 시작과 이별, 설렘과 그리움의 감정을 밀도 있게 담아낸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모여 잊을 수 없는 한 편의 순간으로 탄생했다.
첫 번째 에피소드 ‘타임 투 리브(A Time to Leave)’는 죽음을 앞둔 엄마와 네 딸의 마지막 삼 일간의 이야기. 암 말기 시한부 선고를 받은 엄마(이영란)는 고통스러운 죽음 대신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 스스로 죽음을 택할 것임을 선언한다. 네 딸들은 엄마를 쉽게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 누구보다 죽음 앞에 초연한 엄마의 모습에 이내 그 결정을 받아들이게 된다.
‘타임 투 리브’는 죽음이라는 어두운 주제가 무색하게 아름다운 영상미가 돋보인다. 새파란 하늘과 푸르른 들판 등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선명한 빛깔의 자연경관이 아이러니하게도 영화를 보다 서정적이고 편안하게 만든다. 분명 이별의 아픔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영화는 마지막까지 차분하고 침착하다.
두 번째 에피소드 ‘맥주 파는 아가씨(A Lady at the Bar)’는 아름다운 술집 아가씨(다솜)와 그를 좋아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 술에 취한 젊은 시인(정준원)은 허세 가득한 구애로 아가씨를 언짢게 하고, 지체장애를 가진 남자(정성일)는 운명을 운운하며 아가씨를 황당하게 만든다. 하룻밤 구애에 지나지 않을 이들의 끈질긴 도전이 점입가경이다.
고단한 삶에 찌든 아가씨를 자연스럽게 연기한 걸그룹 씨스타 다솜의 안정적인 연기가 인상적이다. 특히 극 후반 토해내듯 쏟아내는 아가씨의 독백은 눈물 한 방울 없이도 관객들을 먹먹하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술에 취한 젊은 시인 역의 정준원을 비롯한 남자 배우들의 능청스러우면서도 허당기 다분한 연기가 또 다른 재미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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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에피소드 ‘리메이닝 타임(A Remaining Time)’은 “100일의 시간을 함께 보내면 죽는다”는 예언을 들은 한 커플의 이야기. 남은 100일의 시간을 한 번에 불같이 뜨겁게 사랑만 하다가 죽을 것인지, 천천히 아껴 만나면서 오래오래 사랑할 것인지 두 사람은 딜레마에 빠진다.
실제 친구사이인 소이와 스티븐 연의 연기 호흡은 단연 최고.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주고받는 대사의 절반이 애드리브였다는 두 배우의 센스 역시 놀라울 정도다. 극은 분명 진지하고 심각하게 흘러가고 있지만, 두 남녀의 예측 어려운 대화는 허를 찌르듯 웃음을 유발한다.
마지막 네 번째 에피소드 ‘프랑스 영화처럼(Like a French Film)’은 기홍(다솜)과 수민(신민철)의 밀당 이야기. 수민은 스스로를 기홍의 어장 속 한 마리 물고기라 여긴다. 자신의 순정적인 사랑은 스스로 생각해도 가엾지만 어쩌겠는가. 새벽 두 시라도 기홍이 부른다면 밤을 새서라도 달려갈 수민인 것을.
‘맥주 파는 아가씨’에 이어 또 한 번 에피소드 주인공을 맡은 다솜과 보통 남자의 특별한 순정을 담담하게 그려낸 신민철의 자연스러운 케미가 돋보인다. 특히 통통 튀는 매력의 기홍을 완벽하게 소화해 낸 다솜의 캐릭터 변신이 인상적이다. 이로써 다솜은 본인이 가진 팔색조 매력은 물론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하며 관객들에게 또 다른 기대감을 자아낸다.
한편 처음 만난 설렘, 처음 느낀 그리움, 그리고 처음 사랑한 그 때를 추억하는 네 편의 에피소드를 통해 잊을 수 없는 한 편의 순간을 선사하는 ‘프랑스 영화처럼’은 이달 14일 개봉 예정이다. 러닝 타임 104분. (사진출처: 영화 ‘프랑스 영화처럼’ 공식 포스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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